[만남, 인터뷰] 나무여성인권상담소 김영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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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인터뷰] 나무여성인권상담소 김영란 소장
  • 김성동
  • 승인 2017.09.28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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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심, 나를 이끄는 힘
사진 : 최배문

나무여성인권상담소. 여성의 인권과 성폭력을 다루는 곳이다. 교계 단체로는 유일하다. 교계 단체라고 부르기에는 그 활동성이 안팎을 넘나든다. 성평등불교연대, 에코젠더학교, 중구지역 성평등 마을 사업 등 불교계 안과 밖으로 활동 영역이 넓다. 나무. 여러 뜻을 담고 있다. 쉼과 그늘을 주는 나무(木)처럼 여성에게 쉼과 그늘을 주겠다는 의미가 있고, 나(我)가 없다(無)는 뜻이기도 하며, ‘귀의’를 뜻하는 나무南無를 말하기도 한다. 2009년 2월에 개소한 상담소를 이끌고 있는 이가 김영란 소장이다. 연세대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줄곧 성폭력 피해 여성을 돕는 일에 몰두해왔다. 90년대 말 (사)정토회 인연으로 불교를 배우기 시작했고, 참여불교재가연대에서 도반들과 함께 불교 공부를 이어갔다. 주변의 활동가들과 함께 MBSR(Mindfulness Based Stress Reduction) 공부를 하면서 티베트 수행자 용수 스님을 만나 지금까지 티베트 명상 수행을 하고 있다.

 

|    젠더를 알고 젠더감수성을 높여라

- 나무여성인권상담소를 왜 열었는가요?

“이 상담소를 여는 데 기여한 분이 불교환경연대 한주영 선생과 종교와 젠더연구소 옥복연 선생입니다. 제가 불교 밖에서 활동할 때 이 두 분이 ‘불교 안에 여성폭력 상담소가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분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남은 생애는 부처님 법 안에서 부처님 법을 더 알리는 일을 해야겠다고 다짐했죠.”

- 상담소가 여성의 인권과 성폭력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한편으로 중구 지역사회 활동도 하고, 에코젠더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상담소가 중구 지역에 있기 때문에 지역 마을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성 평등 메신저’는 성 평등 문화와 폭력없는 문화를 위해 주민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오프라인, 단톡방 등에서 성 평등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에코젠더학교는 상담소에서 애착을 갖고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차별이나 폭력이 성별에서 나오는 것일 뿐 아니라, 너와 나의 차별에서 나오는 것이고, 궁극적으로 ‘차별이 있다’는 생각에서부터 성별 차별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차별, 연기법을 받아들이는 강좌와 성차별을 주제로 프로그램이 구성됩니다.” 

- 불교계에서 ‘젠더gender’란 용어는 많이 낯선 단어입니다. 젠더는 무엇인가요?

“젠더는 아주 중요한 단어입니다. 우리 불교계도 이젠 알아야 합니다.(웃음) 아들은 튼튼하고 씩씩해야 하고, 딸은 예쁘고 아름답게 자라야 한다, 이런 것이 젠더입니다. 사회적으로 습득된 성 역할이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 고정된 성 역할, 젠더를 내면화하고 있습니다. 저도 그렇고요. 언제든지 툭툭 튀어나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젠더감수성을 높여야 합니다.”

- ‘젠더감수성’란 말도 낯설게 다가옵니다. 

“남성과 여성의 성 역할 고정관념을 나도 모르게 행사하는 것은 아닌지, 이것을 계속 조심하고 알아차리는 것이 젠더감수성을 높이는 겁니다.”  

- 개인 스스로 젠더감수성이 어느 정도인지, 혹은 성 역할 고정관념을 어떻게 점검할 수 있을까요? 

“본인이 ‘남자는 이래야 돼’, ‘여자는 이래야 돼’, 이런 말을 어느 정도 쓰는지 판단해야 합니다. 또 주변 사람들이 이야기를 해주어야 하고, 교육도 받아야 합니다.”

- 불교계 안과 불교계 밖을 젠더감수성 지수로 비교할 때 어떠한가요?

“사회는 공공기관의 경우 말 한마디에도 처분이 내려질 정도로 아주 엄격합니다. 불교 안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없어서가 아니라, 숨어 있습니다. 중요한 차이점은 사회에서는 문제가 있으면 드러내고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불교계에서는 문제가 드러나지 않고, 문제를 어디서부터 해결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 차이가 있습니다. 실제 제가 교계에서 수많은 (성폭력) 상담을 받아도 내담자가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교계에서 개별적 상담과 면담을 하면서 들은 사건들은 소름이 끼칠 정도이고, 아주 암담한 사건들이 많습니다.” 

- 성폭력 상담활동을 하는 분들은 타인의 고통에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공감력을 향상시키지만, 자신의 고통에는 힘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보통 우리 활동가들은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기 때문에 고통스럽기도 하고, 왜 이런 고통스런 상황이 생길 수밖에 없는가, 하는 사회적 구조 때문에 고통스럽고, 그럼에도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제한적이기에 거기서 오는 무력감 때문에 고통스럽죠. 또 조직 안에서 요구하는 활동가의 역량이 있는데, 거기에 매몰되어 자기 자신을 돌아볼 여력이 없는 것이죠. 중요한 것은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가벼워지고, 즐겁고, 너무 많은 일을 하지 않는 것이 필요합니다. 명상에서 이야기하듯이 몸이 쉬듯이 마음도 쉬어야 합니다.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못 쉬고 있습니다.”

|    연민으로 고통을 차분히 바라보라

-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통스러우면 고통을 잘 바라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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