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정도경영] 약자는 연결의 공덕으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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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정도경영] 약자는 연결의 공덕으로 살아간다
  • 이언오
  • 승인 2017.06.18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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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는 연결의 공덕으로 살아간다

 

| 하늘은 연결하는 사람을 돕는다

손병철 씨(61세)는 경북 봉화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서 부친 사업을 돕기 시작했다. 견과류 등을 소포장으로 만들어 광산 지역에 파는 것이었다. 고된 작업을 끝낸 광부들이 술안주로 사먹었다. 폐광이 진행되던 1988년 영월 전통시장에 조그만 슈퍼를 차렸다. 천대받는 떠돌이 장사치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욕심이 작용했다.

슈퍼 장사가 될 만 하면 건물주가 쫓아내는 일이 4번 반복되었다. 무리하게 빚을 내서 300평 땅을 샀지만 외환위기가 터져 높은 이자를 물게 되었다. 조립식 건물을 올렸더니 근처에 대형마트가 들어섰다. 인구 감소, 편의점 개업, 학교급식 실시가 이어지면서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담배대리점, 쌀 화환 체인으로 재기를 모색했다가 가입비만 날렸다. 파산을 신청했으나 필요한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손 씨는 뇌졸중, 부인은 우울증을 앓았고 한때 자살까지 생각했다.

2010년 트럭에 물건을 싣고 팔러 다니던 사람이 지병으로 그만두게 되었다. 트럭과 물건을 인수하고 이틀간 따라다니며 요령을 익혔다. 이후 매일 200㎞씩 1주일에 6일 시골길을 달리고 있다. 아침 7시 2.5톤 트럭을 몰고 제천에 가서 대리점 20곳을 돌며 물건을 산다. 그 동안에 부인은 식자재를 낱개 포장하는 등 준비를 한다. 10시쯤 집에 돌아와 아침을 먹고 부부가 함께 길을 나선다. 점심은 대부분 차 안에서 간단하게 때운다. 귀가 시간은 겨울이 저녁 7시, 여름은 9시 정도. 월·수·금요일에 15개, 화·목·토요일에는 다른 15개 마을을 들른다.

취급 품목은 약 300여 개. 노인 상대 장사라서 비싸게 팔지 못한다. 읍내 가게보다 비싸면 불만이 생기고 소문이 난다. 단골 공급처들로부터 조금 싸게 구입하는 것이 큰 힘이 된다. 핵심 밑천은 정에 굶주린 오지 노인들의 환대이다. 몸집 큰 할머니를 위해 서울 동대문시장에 가서 바지를 사다 주었다. 산 중턱에 사는 한 할머니는 트럭을 만나러 1㎞를 걸어 내려온다. 시간이 맞지 않으면 1시간 이상 기다리기도 한다. 공급대리점들과 시골 노인들을 이어주며 딱 먹고살 만큼 이윤을 남긴다.

KBS TV ‘세상 사는 이야기’에 만물트럭으로 소개되면서 입소문이 났고 이제까지 16차례 방송이 나갔다. 최근 1년 결산을 해보니 매상은 3억 6천만 원. 일부 매체가 연간 이익 수억 원, 빚을 다 갚고 빌딩을 몇 채 지었다고 보도했는데 사실이 아니다. 힘들게 돌아다녀 부채 8억 원 중 4억 원을 갚은 상태. 손 씨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장사를 계속하려 한다. 빚을 다 갚고 부부가 여행을 가는 것이 소원이다.

만물트럭은 강자에게 밀리며 쇠락하는 이 시대 약자들을 상징한다. 동시에 연결의 공덕으로 살아가는 약자의 저력을 보여준다. 강자가 독식하는 세상은 삭막하며 지속 불가능하다. 강자는 탐욕의 연결을 만들어 힘으로 지배한다. 약자는 강자와 맞부딪치면 잡아먹히고, 피해도 숨을 곳이 없다. 약자끼리 협력하고 강자를 순화시켜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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