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음 바로 먹으니 한맛이더라
원효 스님의 『대승기신론소』에 아래와 같은 알쏭달쏭한 말이 있다.
“참같음(眞如)은 그 몸(体)이 한결같아(平等) 모든 꼴(相)을 여의었다고 말했는데 어째서 다시 참같음 몸에 이런 여러 품너름(功德)이 있다고 하는가?”
“대답하기를 ‘이런 모든 품너름에 뜻이 있는 건 맞지만 따로 나뉜 꼴이 없어서 똑같은 한맛(一味)이고 하나뿐인 참같음이다.’”
‘한맛’(일미)이라. 뒤이어 이 ‘한맛’을 ‘한마음’(一心)으로 드러난다. 마음먹고 입맛을 다셔보니 한맛이더라. 이 맛 저 맛 가려지지 않더라는 말인데, 이게 뭐지(시심마)? 무언가 우리 입에 들어오면 혀는 그 맛을 가려낸다. 우리는 그 맛을 가려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눈다. 단맛, 신맛, 매운맛, 쓴맛, 짠맛.
모든 것을 크게 다섯으로 갈라 보는 것은 우리 오랜 버릇이다. (빛(色)은 푸르고, 붉고, 누르고, 희고, 검다. 풀-草木은 푸르고, 불-火은 붉고, 누리-黃土는 누르고, 해-日는 희고, 검-玄-밤하늘은 검다.)
우리 머리통에는 파인 구멍이 여럿이다. 말하자면 ‘얼’의 ‘굴’을 이루는 그 구멍에는 눈구멍, 귓구멍, 콧구멍, 목구멍, 땀구멍들이 있는데, 그 구멍들이 한데 모인 곳이 얼굴이다. 얼로 이어지는 구멍들이다. 그 구멍에는 저마다 지킴이들이 있다. 귀에는 달팽이가 도사리고 있고, 눈에는 동자가 지켜보고 있다. 코에는 늘 젖어 있는 물렁이가, 혀에는 가끔 바늘로 날을 세우는 돌기들이 문지기 노릇을 한다. 살갗에는 소름이 돋기도 한다.
월간불광 과월호는 로그인 후 전체(2021년 이후 특집기사 제외)열람 하실 수 있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