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구병의 평화모니] 달마가 동쪽에 온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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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구병의 평화모니] 달마가 동쪽에 온 까닭은?
  • 윤구병
  • 승인 2017.06.15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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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구병

달마가 동쪽에 온 까닭은?

달마가 동쪽에 온 까닭은? 서쪽에서 살기 힘들어서. 동쪽은 중국이고 서쪽은 인도다. 달마는 서쪽 나라에 발붙이고 살 수 없었다. (내 생각이다.) 왜? 경전에 적힌 부처님 말씀과 다른 말을 해서. 왜 그랬을까? 이미 인도에서는 승려들이 왕권과 결탁해서 글을 배운 유식한 특권층 종교로 탈바꿈해 있었다. 경전을 읽고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면 중노릇도 할 수 없었다. 까막눈이 절집 언저리에 기웃거린다는 건 꿈도 꿀 수 없었다. 승려들은 힘 있는 놈들이 힘없는 사람들에게서 뺏어다 준 것들에 기대 살면서 그것들이 벌이는 침략 전쟁, 약탈 전쟁을 정당화하는 논리와 이념을 부처님 말씀으로 제공했다. 산스크리트어든 팔리어든 글로 되어 있는 ‘경전’은 교양 있는 특권 계급의 전유물이었고, 일반 중생들은 그이들 입에서 나오는 말들을 모두 부처님 말씀으로 곧이들을 수밖에 없었다.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그러려니 할 수밖에 없었다. 그 말에 딴지를 걸면 언제 어떻게 될지 몰랐으니까. 이 생지옥이 염라대왕을 만들고 ‘화탕지옥’과 ‘칼산지옥’을 빚어냈다.

“그게 아냐. 부처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스스로 그렇게 말씀하셨어.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죽을 때 꽃 한 송이 들어 보였을 뿐이야. 그걸 보고 가섭이 몰래 웃었지. 마음에서 마음으로(以心傳心). ‘내 마음만 받아라.’ ‘예.’ ‘가난한 할미가 켜든 등불 보았지?’ ‘예.’ 부처님 내세워 창칼 들고 나가서 싸우다 죽으라는 말 다 개소리야.” 이따위 말이나 씨부리면서 거룩한 부처님 말씀이 적힌 경전을 개무시하니 곱게 보이겠어? 언제 언놈에게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지 모르는 판에 달마의 말 그럴싸하게 듣고 따르던 이들 가운데 뱃놈도 끼어 있어서 달마를 동쪽으로 실어 날랐다. 황당한가? 내친 김에 더 어이없을 말을 덧붙이자.

여기는 그래도 서쪽과는 달리 부처님 말씀 제대로 알아들어 평화롭게들 살고 있으려니 하고 내려보니, 동쪽도 매 마찬가지였다. 양나라 무제라는 사람도 겉으로는 불제자 행세를 하면서 부처 팔아 전쟁을 일삼는 전쟁광이었다. ‘내가 부처님 말씀 따라 백성들을 불국토에 살게 하려고 이런 이런 일을 하고 있노라.’고 자랑질을 하는데, 듣다 보니, 사람들을 싸움판에 총칼받이로 몰아대서 죽이는 것으로 ‘열반’에 들게 하는 게 그자가 일삼는 짓이었다. 북녘으로 달아났지만 거기도 마찬가지였다.

‘차라리 보지 말자.’ 어차피 동쪽(중국) 말은 알아듣기도 힘들었고, 입 밖에 내는 것도 더듬거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걸핏하면 총칼 든 도둑놈들이 절집까지 쳐들어와 애써 지어놓은 먹을 것 죄다 앗아가기 일쑤였다. ‘제 몸 제가 지키고, 우리 살림 우리 힘으로 지키는 수밖에 없다.’ 소림사 무술은 이렇게 생겨났다. ‘면벽참선’과 ‘무예 수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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