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과 함께 한 식물 그리고 동물들] 반얀Banyan나무와 말(馬)
상태바
[부처님과 함께 한 식물 그리고 동물들] 반얀Banyan나무와 말(馬)
  • 심재관
  • 승인 2017.06.15 13: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반얀나무 Banyan

반얀나무

인도의 꽃은 연蓮, 과일은 망고, 그리고 인도 제일의 나무는 당연히 반얀Banyan나무다. 옛 인도인들은 이 나무를 니야그로다nyagrodha 또는 바타vat.a라 불렀다. 니구율수尼拘律樹라 음사해 부르던 나무가 바로 이것이다. 불교가 등장하기 수백 년 전부터 사람들은 이 나무를 신성시했다. 베다 문헌에는 하늘에 뿌리를 두고 땅을 향해 거꾸로 자라는 나무를 자주 묘사해보이곤 했는데, 이는 하늘에서 땅을 향해 자라는 신수神樹를 묘사한 것으로 인도의 여러 무화과나무들이 보이는 생태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인도에서 흔히 마주치는 무화과나무들(피쿠스Ficus)은 위쪽 가지들에서 땅을 향해 내리는 공기뿌리를 갖는다. 특히 반얀나무는 다른 나무에 의지해 기생하면서 독립적인 식물로 성장하는데 가지 위쪽에서 땅 쪽으로 내리기 시작하는 뿌리들이 허공에 주렁주렁 매달릴 때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피쿠스 벵갈렌시스(Ficus bengalensis,반얀나무)는 다른 어떤 나무들보다 출가 사문沙門의 생태와 닮아있다. 사문이 세속적인 사회를 기반으로 거기에 탁발을 의존해 생존하고 있지만 그것을 넘어서 새로운 탈속의 정신세계를 강력히 희구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마찬가지로 반얀나무는 처음부터 독립적으로 숲속의 토양에서 발아해 성장하는 대신, 이미 성장한 다른 나무에 기생하여 삶을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종의 기생목寄生木이라고 볼 수 있다.

처음 반얀나무의 아주 작은 씨앗은 그것을 먹은 새들의 배설물을 통해 다른 식물의 가지 위나 나무 틈새 또는 인간이 지은 건축물 틈바귀에 떨어진다. 씨앗은 공기 중의 산소와 빗물을 통해 발아하여 곧장 뿌리를 내는데 자신이 의존해 있는 나뭇가지 위에서 성장한다. 그 다음 자신이 의존해 있던 나무를 감싼 채로 위쪽으로 높이 뻗어 가는 동시에 가지에서는 아래쪽으로 자신의 뿌리를 내린다. 따라서 멀리서 본다면 허공에 뿌리 덩어리가 주렁주렁 달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게 땅으로 내린 뿌리들을 통해 반얀나무는 태양을 향해 더 넓고 더 높게 치솟게 된다.

고대 인도인들은 이런 무화과나무들의 생장을 보고 하늘에서 내려온 나무라고 불렀다. 피팔도 공기뿌리(기근氣根)를 내리지만 반얀나무처럼 다른 나무에 매달리지는 않는다. 반얀나무는 다른 나무에 의지해 성장해가지만 강렬한 태양의 갈망으로 결국 더 넓고 높이 성장한다. 옆으로 뻗는 줄기에서 공기뿌리가 다시 내려와 땅에 박히기를 거듭하면서, 마침내 하나의 나무가 넓은 숲으로 변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문의 정신적 생태와 닮아 있다. 사문 역시 욕망의 세속사회에 의존하고 있으나 그보다 더 높은 세계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인도에 있는 어떤 반얀나무의 수관樹冠 둘레는 8백 미터에 이르는 것이 있다.

실제로 고대 힌두인이나 불교인들에게 이 나무는 대표적인 우주목宇宙木의 역할을 했다. 과거의 가섭불迦葉佛은 이 나무 밑에서 깨달음을 얻었고, 스승인 석가모니께서는 깨달음을 얻은 후 이 나무 밑에서 칠 일을 더 사색에 잠겼다. 우주목은 현생의 죽음과 태초의 시간을 연결하거나 또는 세속과 해탈을 연결시키는 상징적 하이웨이다. 왜 깨달음이 이 반얀나무 밑에서 이루어질 수 있었겠는가. 스승을 키웠던 마하파자파티Mahāpajāpatī가 왜 이 반얀나무 숲에서 처음 출가를 요청했겠는가. 난다Nanda가 환속을 하고자 했을 때 그는 왜 항상 반얀나무 숲을 거쳐 가야만 했는가. 이들 이야기의 설정은 한 세계에서 또 다른 세계로 건너가는 어떤 ‘문턱의 영역’을 보여준다. 그 영역을 반얀나무가 가득 들어와 만들어주고 있다. 상징이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