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인터뷰] 인드라망 생협 이정호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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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인터뷰] 인드라망 생협 이정호 이사장
  • 김성동
  • 승인 2017.05.30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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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운동에서 생명평화운동으로 이어온 20년
인드라망 이정호 이사장/ 사진 : 최배문

귀농운동에서 생명평화운동으로 이어온 20년

그는 1999년 조계사 옆, 지금은 허물어진 5층 건물(현 안심당 자리) 내 작은 사무실에서 ‘불교도농공동체운동본부’를 준비하고 있었다. 비슷한 가치를 갖고 있던 우리는 동갑내기로 자주 만났다. 그는 1년 전에 ‘제1기 불교귀농학교’를 마치고, 2기를 실무 준비 중이었다. 불교계는 1998년과 1999년 조계종단 사태로 어수선했다. 그는 승ㆍ재가 개혁모임인 ‘범불교연대회의’에서도 활동하면서 ‘사부대중공동체’를 고민했다. 불교귀농학교 체험프로그램이 실상사에서 진행되었기에 그는 이따금 서울과 실상사를 오가며 도시와 농촌을 연계하는 공동체 운동을 기획하고 있었다. 사무실에서 자주 밤을 지새우며 일을 했기에 마른 몸이 더 말라 보였다. 당시 불교계뿐 아니라 사회에서 ‘귀농학교’와 ‘도농공동체’는 아주 낯선 단어였다. 가톨릭과 시민사회에서 일부 운영하고 있었기에 불교계의 이런 움직임은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작은 건물 속 커다란 공동체

불교도농공동체운동본부는 그해 ‘인드라망생명공동체’(이하 인드라망)로 명칭을 변경해 불교의 세계관과 새로운 문명의 요구인 생명과 평화를 역사화하기 위한 닻을 올린다. 인드라망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 이정호(49) 이사장. 제1기 불교귀농학교가 1998년 3월 27일 처음으로 열렸으니, 그의 활동은 벌써 20년에 이른다. 불교계에서 시민사회 활동으로 한길을 20년 동안 흔들림 없이 걸어간 이가 몇 명이나 될까. 얼핏 수많은 이름과 얼굴이 떠올랐지만,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람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의 존재가 불교계 안팎으로 귀한 까닭이다.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 자리 잡고 있는 인드라망 사무실에서 사람들과 함께 있던 그를 만났다. 기타 소모임이 막 끝났기에 회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인드라망에서 기타 소모임도 하는가?

“재밌다. 몇몇 회원들이 제안해서 시작했다. 나도 조금씩 배워 이제 코드를 보면서 웬만한 곡을 칠 수 있다.(웃음)”

그는 자주 웃는다. 그를 처음 본 사람들은 그의 웃음이 뜬금없다고 생각할 정도다. 오래 전 그에게 “뭐가 그렇게 재밌어서 매일 웃느냐?”고 묻자 “어? 그랬어?” 하고 또 웃었다. 그는 글도 많이 쓴다. 인드라망생명공동체가 조직을 확장해나갈 때 200자 원고지 100매를 하룻밤에 다 쓴 적도 있다. 그만큼 그의 머릿속에는 인드라망생명공동체의 세계관이 잘 정리되어 있다.

인드라망 건물 내부의 벽과 계단 곳곳에는 회원들의 활동이 드러난 사진들과 알림 글들이 보인다. 먼지가 없는 것으로 보면, 활동의 지속성을 알 수 있다. 열 명의 실무자들이 함께 공양하는 공양간도 있고, 방 곳곳에는 사무 공간과 회의실, 세미나실, 공부방 등이 있다. 1층 생협 매장과 카페에서부터 4층 공양간까지 빈 틈 없이 공동의 공간으로 채워져 있다. 처음 이곳을 찾는 이들은 작은 건물 속에 커다란 공동체가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랄 것이다.

- 여전히 활발하다. 인드라망이 이제는 뿌리내린 것 같다. 최근에는 어떤 생각을 많이 하는가?

“2009년 11월에 이곳 양천구 신정동에 왔을 때 건물을 매입했다. 아직도 빚이 있다.(웃음) 그때 양천구에 우리 회원이 몇 명이 있을까 살펴봤더니 5명이었다. 반성했다. 공동체 운동을 한다면서 지역사회에 회원이 없는 것이다. 생협 매장을 운영하면서 마을 장터를 열고, 가을에는 마을한마당 행사도 열었다. 지금은 생협 회원 중 양천구 주민들이 800여 명이다. 큰 변화다. 지금도 이런 생각을 많이 한다. 지역 주민과 친하게 지내자.(웃음)”

- 인드라망이 양천구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조직인가? 회원들은 전국에 걸쳐 있지 않은가? 중심도량도 실상사에 있고, 광주에도 있다.

“승가공동체는 사방승가四方僧伽와 현전승가現前僧伽다. 마찬가지로 인드라망의 이념적인 연대는 전국적으로 형성이 되어 있는데, 각 지역 속에서 귀농하면서 형성된 것은 약하다. 실상사 주변은 활발하지만. 제대로 된 공동체가 되려면 농촌만 해서는 안 된다. 도시에서도 공동체가 있고, 나아가 도시와 농촌이 함께 어울리는 도농공동체가 활발하게 형성되어야 생명공동체로서 지향을 가져갈 수 있다. 그동안 인드라망은 농촌공동체를 중심으로 사업을 이어왔는데, 지금은 생활 속에서 귀농자를 지원하는 도시인들의 존재가 필요하다. 이념적 공동체가 갖고 있는 한계가 있다. 도시와 농촌의 활발한 교류가 이어지고 지속해야 바람직한 공동체가 될 수 있다.”

- 지금 인드라망이 조직의 지향으로 가장 고민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그동안 인드라망이 귀농 운동을 중심으로 활동해왔지만, 지금은 생명평화다. 이 가치를 가지고 귀농과 공동체, 협동조합 등을 엮고, 새로운 삶의 방향을 제안하는 과정이다. 생협도 지난 몇 년간 별도로 ‘화요장터’를 열고 있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불교귀농학교 출신 귀농자들의 생산물을 이 장터에서 판매한다. 지금 대부분 생협은 물류센터를 통해 생산물을 공급하는데, 초기 생협의 역동성인 귀농자인 생산자와 도시의 소비자가 직접 만나는 일이 드물게 되었다. 그래서 장터를 만들었다. 지금은 아주 북적하다.(웃음)”

 

| 불자 농부가 더 필요하다

- 생협 이사장이니, 생협 이야기를 해보자. 현재 생협 조합원들이 몇 명이며 이 중에 불자들은 어느 정도인가?

“생협 조합원은 1,800여 명이다. 불자들은 구체적으로 조사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70% 정도는 불자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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