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로망인 줄로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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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로망인 줄로만 알았다
  • 이기선
  • 승인 2017.05.23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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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의 명상책 | 김정호 지음
스무 살의 명상책

주위의 삼십대 후반 남자 가운데 십중팔구는 20대 여성의 삶을 궁금해한다.

이유야 가지각색이지만, 식어버린 열정을 되살릴 수 있는 희망을 그네들에게서 찾는 모양새가 뚜렷하다. 나도 궁금하다.

이유는 좀 다른데, 나 같은 책 편집자는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그네들의 삶을 알아야만 한다. 독서 인구가 점점 줄고 있는 요새 형편에서, 20대 여성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마흔을 코앞에 둔 남자)가 20대 여성의 삶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는 거의 막혀 있다. 조건에 맞는 친척(예를 들면 조카)이 있거나, 대학 동아리 모임에 끈질기게 나가거나, 20대 여성과 함께 동호회 활동을 하거나, 젊은 여성이 많이 보는 TV 프로그램을 파고들지 않는 한 ‘합법적으로’ 그들의 삶을 알기란 쉽지 않다.

나는 위 네 가지 유형 가운데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다. 그런 내게 어느 날 기회가 왔다.

덕성여대 김정호 교수의 원고를 받아들던 날, 내게도 한 줄기 빛이 내리쬐었다. 딱딱한 명상 워크북 원고가 오리라 예상하고 있었는데 웬걸, 김정호 선생의 원고는 말 그대로 싱싱했다. ‘이론 반 사례 반’이라 표현할 수밖에 없는 그 글은 20대 여학생들의 명상 체험기로 그득했다.

드디어 나도 합법적으로 그네들의 삶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어쩌면 원고를 받아 들었을 때 조금은 음흉한 미소를 지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기대는 조금 빗나가고 말았다. 학생들의 사례를 읽는 일은 흥미롭기도 했지만 힘이 들기도 했다. 남자는 알 수 없는 이야기, 예를 들어 애인과 다툰 여자의 심리라든가, 생리통으로 고생할 때나 화장을 할 때 여자만이 경험하는 심리를 읽을 때는 오지 탐험가의 즐거움을 맛보았지만, 학점이나 취업으로 인한 스트레스, 가족 간의 불화를 토로하는 사례를 읽을 때는 내 일도 아닌데 마음이 무거워지곤 했다.

학생들에게 명상은 작은 메시아와도 같았다. 명상이 자신들을 고통에서 건져줄 동아줄이라도 되는 양 학생들은 명상을 꽉 붙잡았다. 신기한 것은 학생들이 명상에 익숙해질수록 명상을 붙잡은 두 손에서 스르르 힘이 빠진다는 사실이었다.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대신 편안하게, 즐기듯 명상을 하게 되었다고 고백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일부 학생들은 그렇게 편안하게, 명상을 하듯 일상을 살게 되었다고 했는데, 참 대단하다는 마음까지 들었다.

오랫동안 학교와 병원에서 마음챙김 명상을 지도해온 김정호 교수는, 생생한 사례들을 통해 누구나 마음챙김 명상을 해볼 수 있도록 쉽고 자세하고 정확하게 이 책을 썼다. 『스무 살의 명상책』은 삶을 명상과 함께하고픈 이들에게 벗이 되어줄 것이다.

 

* 월간 <불광> 2014년 4월호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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