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주, 나를 비우는 시간
상태바
8주, 나를 비우는 시간
  • 이기선
  • 승인 2017.05.23 14: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8주 나를 비우는 시간

일을 한다는 건 고민 속으로 뛰어든다는 것. 첩첩이 쌓인 마음챙김 혹은 명상 책 위에다 어떤 명분을 붙여 이 책을 올려놓아야 하는지 갈피를 잡기 위해 머리칼을 잡았다. 똑같은 책을 만들 수는 없었다. 그만그만한 책은 창고 속에서 빛 한 번 못 보고 고물상으로 넘어가는 시절이다. 독자들 머릿속에서 ‘또’라는 단어가 튀어나오는 순간 책의 운명은 불행과 짝이 된다.

원고를 읽고 손보는 편집 과정. 나도 모르게 책에 나온 수련법을 따라하고 있었다. 어느 날은 초콜릿을 천천히 녹여 삼키며 느낌을 마음챙김하다가 목에 미지근한 초콜릿 물이 걸려 콜록거리며 눈물을 쏙 뺐고, 어느 새벽에는 풀벌레 소리와 트럭 소리를 들으며 소리 마음챙김을 했다. 아무런 의식 없이 하던 습관들을 의식적으로 하나씩 깨뜨리고 있었고, 전에는 보이지 않던 내 마음의 자동 메커니즘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마음챙김 책을 반복해서 하다 보니 조금은 싫증이 나서 장난치듯 ‘이참에 수련이나 해야겠다’고 했던 게 현실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만큼 이 책은 읽는 이를 움직이는 강력한 힘이 있었다. 기존 마음챙김 책들은 마음챙김의 핵심을 잘 짚어는 주었으나, 언제 어떻게 어떤 과정을 거쳐야 내가 새롭게 태어나는지를 구체적으로 일러주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은 8주 마음챙김 프로그램을 쉽고 체계적으로 안내하면서, 프로그램을 실천할 때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도 사례와 함께 이야기하고 있었다. 바뀐다는 이야기에, 프로그램에 동참할 마음이 슬며시 찾아들곤 했다. ‘행동으로 이끄는 힘’이야말로 이 책이 세상에 나와야 하는 단 한 가지 이유였다.

“제목을 ‘8주’로 하겠습니다.” 편집회의에서 조용하게 말했다. 이 책을 따라 8주 동안 수련을 하면 정말로 새롭게 태어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 열심히 따라 하지 않은 나도 책을 만드는 사이 가뿐해진 마음을 느낄 정도인데, 작심하고 8주 동안 이 책의 프로그램에 올인한다면 변화의 폭이 얼마나 클까!

한 소설가는 작가 후기에 “사람을 살게 하는 쌀 같은 소설을 쓸 수 있다면 좋겠다.”고 썼다. 나는 『8주』가 ‘사람을 살게 하는 쌀 같은 책’이라고 믿는다. 바라건대 이 책이 이 사람 저 사람 손에 들려 있으면 좋겠다. 그렇게 마음챙김 씨앗이 많은 사람 가슴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면, 언젠가는 우리 사회 전체가 쉴 수 있는 넉넉한 그늘이 드리워지리라 가슴 깊이 믿는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