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인터뷰] 행복한 절 은산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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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인터뷰] 행복한 절 은산 스님
  • 김성동
  • 승인 2017.05.16 1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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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대중공동체는 어떻게 재현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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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대중공동체는 어떻게 재현되는가
 
- 행복한 절 은산 스님
 
은사인 전 종정 혜암 스님이 행자인 
은산隱山 스님을 불렀다. 
스승이 묻는다. 
“법명의 뜻이 어떤가?”
“예, 스님. 도를 이룰 때까지 
산을 내려가지 않겠습니다.”
“그렇게는 누구나 한다. 
그것을 도 닦는 것이라고 여기지 마라. 
저잣거리에서도 마음의 흔적이 없어야 한다.”
또 한 번은 이랬다. 
스승이 불렀다. 해인사 퇴설당 접견실에 
봄철이면 꿀벌들이 몇 마리 들어온다. 
꿀벌은 퇴설당 창호지를 뚫고 
밖으로 나가려고 한다. 
“봐라, 이게 중생이다. 
빛이라고 생각하고 나가려고 
애를 쓰는데 창호지인지 모르고 있다. 
결국 뚫지 못하고 생을 마감할 것이다.”
스승은 수건으로 꿀벌을 잡아 밖으로 
내보내려고 하자, 꿀벌이 아등바등한다. 
“봐라, 발버둥치지? 네가 겪을 일이다. 
이것 겪고 싶지 않으면 당장 옷을 벗어라.”
 
| 대중을 떠나서 도를 이룰 수 없다
 
은산 스님은 1995년 해인사로 출가했다. 출가한 날, 부모님 두 분도 함께 출가했다. 늘 불법과 함께 했던 두 분은 아들과 딸들에게 어릴 때부터 불교를 이야기해줬다. 출가는 별스런 일이 아니었다. 산에 남고자 했으나, 스승의 권유로 동국대학교 불교학과에 입학한 후 서울 구로 관음포교원에서 정진했다. 그때 많은 청년들과 함께 불교와 세상을 이야기했다. 청년들은 삶을 말했고, 그 안에 불교를 겹쳐서 스님께 물었다. 혼자서 풀 수 없는 문제였다. 대중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불교의 공동체를 꿈꾸게 되었다. 그들과 함께 이곳 거창에 내려와 작은 수행공동체를 만든다. 
 
“삶이 수행이라고 하지만, 어느 순간, 집중해야 할 곳이 필요했습니다. 서울 관음포교원에서 인연된 청년들과 함께 공간을 마련한 곳이 이곳 거창입니다.”  
 
벌써 10년이 넘었다. 스승의 예언이었을까. 산을 내려오지 않았다면 만날 수 없었던 사람들을 만났고, 꿀벌처럼 발버둥도 쳐봤다. 그렇게 길을 걸으니, 이곳 거창 ‘행복한 절’에 이른 것이다. 해인사 노스님들이 늘 하시던 말씀, 대중을 이루고 살아야 한다는 것과 대중과 함께 살아가지 않고는 도를 이룰 수 없다는 것. 깊이 각인됐다. 은산 스님이 ‘행복한 절’을 사부대중공동체로 만드는 이유다. 더 깊은 이유는 한국불교의 현재다. 
 
- 스님에게 수행이란 어떤 것인가요? 
 
“행자 시절 때 어른스님들이 자주 했던 말이, 대중을 떠나서는 도를 이룰 수 없다는 것입니다. 대중을 이루고 사는 것 자체가 수행입니다. 왜냐면, 살면서 다 드러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해결하지 않고는 대중들과 살아갈 수 없습니다. 내 마음의 경계선을 바로 확인할 수 있고, 서로 노력해서 해결해나갈 수 있으니까요.” 
 
- ‘행복한 절’은 처음부터 사부대중공동체를 지향했는데, 왜 사부대중공동체인가요?
 
“불교계는 방향을 어디로 갈지 모를 정도가 됐습니다. 제도로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입니다. 마음의 문제인데요. 불교계를 바꾸려면 대중이 함께 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사)행복한 마을’도 전 거창군수가 대표를 맡고 계신데요. 행복한 마을을 만들어가는 것, 재가불자들이 이 모든 것을 이끌어가는 것입니다. 승가는 존속함으로써 길 안내하는 것이 역할입니다. 승가와 재가가 같이 합심해서 만드는, 이런 승・재가 시스템이 안착될 수 있도록 해보고 싶었죠.”  
 
- ‘(사)행복한 마을’을 만드는 불사를 보면 노스님들을 위한 복지공간이 있는데요.
 
“스님들의 노후 문제가 심각해진 것도 바로 출가공동체가 깨졌기 때문입니다. 행복한 마을을 통해 그런 공동체도 복원하고 싶었습니다. 한꺼번에 지을 수 있는 재정 여건이 안 되어서 하나 둘씩 만들려고 합니다.” 
 
- 행복한 절이 사부대중공동체를 지향하지만, 사람들이 모이면 갈등도 있을 것이고, 지향하는 바가 다를 수도 있고, 대중이 함께 살려면 청규도 있어야 하는데요. 많은 공동체가 잘 안 되는 이유 중 하나가 이런 문제에게 파열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행스럽게 초기 멤버들이 고등학교 때부터 함께 공부했기 때문에 큰 무리는 없었습니다. 또 보리심이 강조되어야 합니다. 불교가 2천6백 년 동안 내려오면서 정리되어온 공동체 삶의 방식이 바로 보리심입니다. 이것을 기본 뼈대로 활용했습니다.”
 
- 부처님 말씀 중에 삶의 방식을 다양하게 받아들이는데, 왜 여기서 보리심은 받아들였는지, 또 보리심은 어떤 형태로 사용되고 있는지요.
 
“은사스님께서 꿀벌의 가르침을 주실 때도 보리심의 가르침이 표현되었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도 깨달음을 얻으려고 할 때도 보리심이라는  근간이 없으면 안 된다고 배웠습니다. 또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보리심이 공동체의 삶에도 적용되는데요. 서로 간에 불편함을 겪을 때 문제의 원인을 나로 볼 수 있습니다. 내가 보리심이 부족하기 때문에 상대방 문제를 해결 못해준다는 것이죠. 남의 탓을 하지 않게 됩니다. 보리심은 이런 마음을 일으킵니다. 대중들에게 이 보리심이 잘 정립되어 있으니까 공동체가 잘 운영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사부대중공동체는 보리심이 핵심 
 
- 보리심을 이어가기 위한 수행의 구체적인 방법이 있는가요? 참선이든 염불이든 어떤 것이든. 
 
“(다섯 손가락을 펼치며) 여기 네 번째 손가락이 ‘나’입니다. 다섯 번째 손가락과 비교하면 큽니다. 세 번째 손가락과 비교하면 작습니다. 우리들의 삶이 항상 이랬습니다. ‘나’는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다는 것이 답이 아니라, 내가 이렇게 살았구나, 하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온전한 나였습니다. 결국 온전한 나를 깨닫는 것입니다. 이것이 문제였습니다. 부처님께서 이것을 제자들에게 알려줬는데 제자들이 ‘내가 이렇구나. 여기서 괴로움이 도래했구나.’ 하고 알게 된 겁니다. 그런데 어느 제자는 이를 못 알아들었습니다. 그러자 질문합니다. ‘부처님, 어떻게 하면 이를 깨달을 수 있습니까.’ 바로 여기서 수행이 생겨납니다. 그래서 수행은 방편입니다. 수행의 내용이 먼저가 아닙니다.”
 
- ‘온전한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하죠?
 
“그때는 사람에 맞춰서 방편을 드립니다. 절이든지, 사경이든지, 진언이든지. 재미난 일은 자기 마음에 수행의 방편을 이미 정했습니다. 물론 올바르지 않은 방편이 있다면 바르게 알려줍니다. 대부분 스스로 정한 만큼 효과가 있습니다. 어떤 방법이든, 온전한 나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 가지 공감되었으면 하는 점은, 혼자서 수행하면 좋아 보여서, 몇 명이 더 모입니다. 그러면 룰을 정합니다. 사실 이때부터 앞뒤가 바뀝니다. 정진이 목적이 됩니다. 깨달으려고 정진하는 것인데요.”
 
- 정진하는 것이 목적은 아니라는 것이죠.
 
“혼자 정진할 때는 깨닫겠다는 순수한 목적만 있기 때문에 시간이 어떻게 지나는 줄 모릅니다. 오줌을 누고 싶으면 언제든지 자리에게 일어나 화장실 가면 됩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이고 사람이 많아지면, 룰을 따라갑니다. 이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그렇게 가면 안 됩니다.” 
 
- 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모두가 순수해야 합니다. 순수하면 다 이해됩니다. 가령 참선할 때 누가 늦게 들어오면 그 사람을 이해합니다. 정진하다가 다리를 뻗으면 다리가 아프니까, 하고 이해합니다. 이게 안 되면, 왜 늦게 들어오냐, 왜 다리를 뻗느냐, 하고 말합니다. 앞뒤가 바뀐 것입니다.”
 
- 대중들이 모이면 일정한 규범이 있고, 이 규범을 따르지 않으면 대중살이가 운영되지 않는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습니다.
 
“조금 전 ‘운영’이라고 하셨는데, ‘운영’하는 것이 목적은 아니잖아요. 정말 순수하게 봐야 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순수하게 가야 합니다. 물론 참선하면서 억지로 앉아 있으면 앞으로 나아가는 바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룰만 지키더라도 내 에고가 소멸됩니다. 그러나 그것은 순수한 것이 아닙니다. 출가할 때 순수하게 출가하지만 깨닫기 위해 이렇게 해야 하고, 저렇게 해야 하고, 하면서 행行을 강요받습니다. 그것을 몸에 익힙니다. 그것을 또 후배 행자에게 배운 바대로 가르쳐줍니다. 왜 행을 익혀야 하는지 모르게 됩니다.”   
 
- 스님은 현재의 승가공동체에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님이 바라보는 승가공동체 위기의 본질은 무엇인가요?  
 
“개인재산을 가졌다는 겁니다. 물론 그것이 (개인의) 탐심 때문은 아닙니다. 살아남으려는 것이죠. 잘못됐다기보다는 첫 출가의 순수한 마음을 깨우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먹고 사는 것을 전혀 걱정하지 않을 상태까지 만든다면 되겠죠.”
 
- 구체적인 해법은 무엇인가요?
 
“형태로는 사부대중공동체의 재현입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순수한 마음입니다. 스님들도 순수한  마음으로 존재할 수 없는 환경이다 보니까 나를 챙길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흘러간 것입니다. 재가불자들도 스님들을 존귀한 대상으로 대하고, 스님에게 가르침을 받으려고 하고, 스님이 수행하는 데 부족함이 없게끔 만들었을 때 그 마음이 살아납니다. 재가불자들은 ‘우리 스님’ 없고, 오직 승가로 대합니다. 승가 그 자체만으로 존귀하게 대합니다. 그런 관계에서 재가불자 스스로 자기 역할이 무엇인지 깨달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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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가는 길 안내, 그 외는 없다
- 승・재가의 역할 구분은 어떠해야 하나요?
 
“승가는 길 안내입니다. 그 외의 역할은 없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온전한 나’를 안내하는 것이죠.”
 
- 한국불교에서 사찰의 재정 문제는 중요하게 취급하는데요. 돈의 문제에서 승가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죠. 승가에 보시가 들어오지 않는 경우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세상이 어려워서이고, 두 번째는 수행이 게을러서요. 이것뿐입니다. 다른 것 없습니다.”
 
- 승단에서 재정 사업을 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가요?
 
“부정과 긍정의 문제는 아닙니다. 부정적인 것이라면 긍정적인 것으로 돌리면 됩니다. 승가는 길을 안내하는 역할이란 맥락이 흐려져서 급박하게 재정을 마련하는 것이라면 문제가 있습니다. 이 본질을 놓치면 끝도 없습니다. 다른 길이죠.”
 
행복한 절은 ‘사부대중공동체 (사)행복한 마을을 구현하는 중심도량’을 지향한다. 비구 2명, 비구니 3명, 우바새 1명, 우바이 5명이 함께 하는 행복한 절의 하루 일정을 보자. 오전 4시 40분 기상. 5시부터 사부대중이 함께 정진. 6시 20분에 함께 아침 공양. 여기는 공양주도 소임이다. 처음 순수한 공동체를 이루고자 할 때 가장 힘든 것이 공양주 소임자였다. 그때 스님을 포함해 돌아가면서 공양주 소임을 했다. 어느 날 몇몇 대중들이 다른 절처럼 공양주 보살을 모시자고 했다. 몇 번의 갈등을 겪다가 고집스럽게 소임자로 갔는데, 지금은 완벽하게 안정됐다. 
 
- 소임은 언제 바뀌나요?
 
“비정기적입니다. 소임의 기간도 제도입니다. 때문에 따로 기간을 설정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소임자가 적합한 역할이라면 계속 합니다.”
 
- 본인이 원하지 않고 대중들이 원해서 소임을 맡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아직까지는 억지로 맡는 대중은 없습니다.”
 
오전 6시 50분에 스터디가 시작된다. 이때 부산 대중과 함께 화상으로 함께 공부한다. 사부대중공동체는 이곳 거창이 중심도량이고, 부산에도 ‘나랑명상센터’와 채식전문음식점인 ‘베지나랑’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 부산 대중도 거창과 수행 일정을 같이 합니까?
 
“예. 그렇습니다.”
 
- 어떻게 공부를 하고 있죠?
 
“매일 하고 있습니다. 텍스트도 불경 외에도 다 합니다.”
 
- 보통 각오가 아니면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리듬이 되면 가능한가 봅니다.
 
“바로 그렇습니다. 처음에 어려울 것 같지만, 실제 해보면 가능합니다.”   
 
스터디 끝나고 소임지로 흩어지고, 점심공양(11시), 다시 소임지. 오후 5시 저녁공양이 끝나면, 요일별도 참선, 경전, 불교대학 등을 한다. 
 
- 공동체에서 채식전문음식점 ‘베지나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왜 채식음식점인가요? 
 
“승가공동체는 걸사입니다. 빌어먹는 스승입니다. 그런데 재가불자들은 당신들 것과 승가의 것을 해결해야 하는데, 공동체에서 그것을 해결하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재가불자의 일터를 마련하기 위해 시작했습니다. 또 수행자의 역할은 법을 전하는 것인데요. 법을 전할 때 가장 좋은 분위기가 만나고 먹고 대화를 나누는 것인데, 채식당이 좋았습니다. 현재는 가평과 부산 두 곳에 있습니다.”
 
| 이보다 여유로울 수 없다
- 이렇게 사부대중공동체로 사는 것이 어떠합니까?
 
“오늘이 성도재일입니다. 입방해서 일주일간 수행에 전념해봅니다. 그때 대중들이 다 느낍니다. 삶이란 것은 쫓기고 잡으려는 것이 아닙니다. 삶이 아주 여유롭습니다. 이보다 여유로울 수 없습니다. 너무 편합니다. 때때로 사심이 일어납니다. 이대로 사는 것도 좋지 않을까, 포교니 하는 것 접고.(웃음)”
 
- 행복한 절에서 눈에 띄는 운동 중 하나가 ‘만클릭 운동’입니다. 어떤 것인가요?
 
“보리심, 자비심이 꼭 불쌍한 사람이 눈앞에 보여야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어느 날 대중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불쌍한 사람 보면 측은지심을 내서 보시하지 말고, 평상시에 함께하는 삶의 구조를 갖춰보자.’고 했습니다. 그날 모인 사람들이 1만 원씩 걷어서 추첨해 당첨된 분께 그 돈을 다 드렸습니다. 평상시 선행하고 싶었던 곳에 마음껏 보시하라고 했습니다.”
 
- 아,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보리심이 대중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예. 그렇게 시작했는데, 당첨금 받아서 개인이 갖고 가면 어떻게 하냐, 엉뚱한 곳에 쓰면 어떻게 하냐, 그런 우려의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냥 믿자고 했습니다. 그런 믿음이 없으면 무슨 좋은 일을 하겠느냐, 하고 계속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아, 이런 곳도 도와야 하는구나.’ 이런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 지금도 계속 하고 계신가요?
 
“지금 107회까지 왔습니다. 매월 초에 카페(http://cafe.daum.net/ioooo.org) 공지를 해서 추첨을 합니다. 평균 1백여 명이 모입니다. 어떤 분은 세 번까지 당첨되기도 합니다. 복 짓는 분들은 또 좋은 복을 받는 것 같습니다.(웃음) 인터넷 세상에서는 클릭 하나로 남을 돕는 일이 가능하기 때문에 만  명이 클릭하면 큰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카페에 당첨자가 어떻게 회향하는지 다 밝히고 있습니다.”
 
- 스님께서 조계종 출가상담 역할을 3년 정도 하셨는데요. 많은 사람의 우려처럼 지금 출가자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스님께서 생각하시는 해법이 무엇인가요?
 
“간단합니다. 스님들이 존경받을 일을 하면 됩니다. 그럼 아,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 하는 마음이 일어나게 됩니다. 수행자는 소유하지 말아야 합니다. 정말로. (네 번째 손가락을 펼치며) 이렇게 존재하면 됩니다. 이렇게 존재하면 딱 봐도 좋고 편안합니다. 없어서 쫓기지도 않고요.”
 
- 출가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해줄 수 있을까요?
 
“제가 출가상담을 할 때 출가자들의 방향성을 안내했습니다. (다시 네 번째 손가락을 펼치며) 이 길을 찾아가는 길이다. 이것을 자각시키려고 했어요. 모르고 어떤 길을 가겠어요? 알고 길을 가게 해야죠.”
 
- 스무 살 청년이 출가에 관심을 갖고 스님께 상담을 한다면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요?
 
“왜 관심을 가지게 됐는지 질문을 합니다. 명확하게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출가는 이런 것이다.’라고 하지 않고 본인의 마음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 스님 밑으로 출가한 이들이 있는가요?
 
“공동체에서 정진하다 출가한 분들이 꽤 됩니다. 저는 상좌를 받지 않으려고 합니다. 상좌를 받으면 가족과 문중으로 흘러가게 됩니다. 승가는 문중이 아니잖아요.”
 
‘승가는 문중이 아니다.’ 그렇다. 일불제자一佛第子인데, 뭔 문중이겠는가. 인터뷰가 끝난 후 스님은 별도의 문자를 주었다. 승가 본래 모습을 다시 생각해봤으면 한다는 뜻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승가가 바로 서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조건으로 중요한 사항 중 하나는 무소유입니다. 무소유였을 때 공양을 받을 관계가 온전히 성립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행복한 절의 모든 사부대중들은 무소유와 무보시로 산답니다.^^ 어려웠지만 시도했고 아무런 불편함 없이 잘 살고 있답니다. 무소유의 삶은 충분히 가능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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