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불화 명작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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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불화 명작강의
  • 불광출판사
  • 승인 2017.04.19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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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에는 <최후의 만찬>이, 한국에는 <사찰불화>가 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는 종교화이면서 최고의 걸작으로 세계인의 찬사를 받는 작품이다. 이 외에도 서양에는 르네상스 시대 전성기를 맞이했던 종교미술의 다양한 작업 결과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다. 작품이 소장되어 있는 장소는 해당 국가를 방문하는 여행자들이 꼭 한 번 들러야 할 여행 명소로 손꼽힌다.

서양에서 종교미술이 활발하게 일어나던 때와 비슷한 시기에 우리나라에서도 뛰어난 종교미술 작품들이 탄생했다. 대표적인 예가 불화(佛畵)이다. 한국 전통미술의 백미라 불리는 불화는 종교적 상징성과 회화적 형식미를 고루 갖춘 뛰어난 예술 작품으로 국내외 미술계에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점차 대중의 관심도 높아져서 2010년 고려불화를 주제로 한 대형 전시가 성황리에 진행되었고, 최근에는 한 기업인이 14세기 고려불화 <수월관음도>를 사들여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는 소식이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불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는 이즈음, 《사찰불화 명작강의》는 불화의 진정한 가치와 의미를 미적·종교적·역사적 관점에서 친절하게 알려주는 책이다. 이 책에 소개된 10점의 불화는 한국 불화만의 멋과 아름다움을 오롯이 간직한 국보급 명작들이다.

불화가 오늘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무엇인가

불교는 오랜 세월 우리 선조들에게 우주관·가치관·사후관에 영향을 미쳤으며, 이는 불화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지옥과 극락, 정토세계와 사바세계, 법계와 속계, 연화장세계 등.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불화가 전달하려는 뜻은 ‘삶의 바른 이치’이다. 불교에서는 불교미술이라는 용어보다 ‘불교장엄’이라는 표현을 쓴다. 사원이나 법당을 아름답게 꾸미는 것이 ‘장엄’이다. ‘장식’과는 다르게 ‘장엄’에는 아름답게 꾸미는 ‘행위’까지 포함되어 있다.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모든 유형과 무형의 덕행을 아우르는 말이다. 불교에서는 ‘마음’을 중요시한다. 마음이 행복과 불행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궁극의 행복을 가져다주는 선한 마음을 가지고 한 행위가 ‘공덕(功德)’이다. 그래서 장엄을 말할 때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공덕이다. 진정한 공덕이란, 내가 아닌 타인을 돕기 위해 또는 세상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 순수한 마음을 내는 것이다. 불교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행위가 바로 이 공덕이다. ‘공덕장엄’은 여기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불교의 모든 조형미술은 공덕장엄의 표현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사찰불화는 이 같은 공덕장엄의 진리가 여실하게 담긴 최고 최상의 작품이다.

전문가와 함께 떠나는 사찰불화 여행

기존의 불화 관련 책들은 대개 제작 기법이나 그에 따른 유형별 분류를 소개하는 학술서 성향이 강했다. 그래서 감상적 차원에서 작품을 이해하길 원하는 일반 독자들에게 불화의 매력을 어필하기에 다소 부족한 면이 있었다. 《사찰불화 명작강의》는 학문적 지식의 나열이 아닌 기행문 형식을 가미하여 독자들에게 읽는 맛을 선사한다. 우리나라 사찰 곳곳에 숨겨진 명작 불화를 찾아 떠나는 저자의 여정을 함께 따라가다 보면, 마치 현장에 동행해 눈앞에서 해설을 듣듯 편안한 마음으로 불화에 대해 배우고 감상하게 된다. 작품과 사찰에 얽힌 오랜 역사와 흥미로운 일화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면서 독자들을 불화의 세계로 초대한다.

불화를 입체적으로 감상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 겉으로 드러난 작법이나 가시적 아름다움만을 눈으로 좇아서는 진정한 깊이를 맛볼 수 없다. 작품이 만들어진 배경이나 그것이 담고 있는 주제 의식까지 함께 살필 때 보다 입체적인 감상이 가능하다. 《사찰불화 명작강의》는 불화의 기본적인 구도나 묘사법 같은 작품의 기술적 부분은 물론이거니와, 각 작품들에 담긴 핵심 내용(불교적 가르침)과 작품이 제작된 당시의 시대적 상황까지 두루 짚어준다. 또 불교가 낯선 이들을 위해 ‘기초공부’를 통해 불교 용어를 세심하게 설명한다. 25년 차 베테랑 미술학자인 저자의 식견과 다채로운 해설을 통해 독자들은 다양한 관점에서 불화를 접하게 되고, 이로써 책에 소개된 작품들뿐 아니라 한국불화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높일 수 있다. 불화의 현란한 장식 표현과 매끈한 곡선에서 전해지는 멋스러움 이면에 감춰진 층층의 이야기들을 꿰뚫어 보게 될 것이다.

우리가 꼭 한 번 봐야 할 우리의 명작

《사찰불화 명작강의》에 소개된 작품들은 불교에서 말하는 세상의 진면목을 아낌없이 표현한 그림들로 종교적 경지를 예술로 승화한 최상의 불교 종교화이다. 하지만 종교를 떠나 누구나 꼭 한 번쯤 봐야 할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10점의 작품 대부분은 국보·보물·유형문화재 등 국가지정문화재 및 시도지정문화재로 선정되었으며, 예술적·종교적·역사적인 면에서 매우 가치 있는 작품들이다.

● 무위사 <아미타삼존도>, 1476년, 토벽에 채색, 270x210㎝, 국보 제313호
조선초기에 완성된 탱화로, 온전한 형태로 국내에 남아 있는 거의 유일한 고려화풍의 명작이다. ‘고려시대 작풍’과 ‘조선시대 작풍’이 만나 새로운 양식을 창조해낸 작품으로 의의가 크다. 존상의 배치와 광배의 표현, 배경 처리 등에 있어서는 독창적인 조선적 표현이 보이는 반면, 세부적 묘사에 있어서는 극세필의 유려함과 화려한 장식적 특징이 살아 있어 고려불화의 귀족적 화풍을 엿볼 수 있다.

● 해인사 <영산회상도>(석가모니후불탱), 1729년, 비단에 채색, 240x229.5㎝, 보물 제1273호
해인사 대적광전에 봉안된 대작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대중들에게 설법하는 장면을 그린 것을 영산회상도라고 하는데, 여타 영산회상도가 평면적인 화면 구도를 보이는데 반해 이 작품은 원근법을 이용해 독특한 공간감을 연출했다. 부처님 몸 전체에서 섬광처럼 뿜어져 나오는 ‘광명(지혜와 자비의 빛)’의 표현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 동화사 <극락구품도>, 1841년, 비단에 채색, 170.5x163㎝, 대구광역시 유형문화재 제58호
고려시대와 조선전기에 극락세계 풍경을 기술한 『관무량수경』을 근거로 다수의 극락 그림(관경변상도 또는 관경16변상도)이 제작되었다. 이후 억불정책과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한동안 맥이 끊겼던 것이 조선후기에 새로운 형식으로 재탄생하였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동화사 <극락구품도>이다. 그림 상단의 아미타삼존, 중단의 왕생 연못, 하단의 거대한 일원상과 벽련대 배치가 다른 시대의 극락 그림과 구별되는 큰 특징이다.

● 용문사 <화장찰해도>, 조선후기, 마본에 채색, 230×297㎝
현존하는 수많은 불화와 달리 이례적인 도상을 보이는 작품으로, 추상적인 진리의 세계를 직관적이고 대담하게 표현했다. 거대한 원형 공간을 기본 바탕으로 하는 파격적인 구도를 선보인다. 이는 우주의 만물이 시공을 초월해 서로 연결되어 존재하며, 그 속에서 생성과 변화와 소멸을 거듭한다는 『화엄경』 속 우주관을 표현한 것이다.

● 쌍계사 <노사나불도>, 1799년, 마본에 채색, 1302×594㎝, 보물 제1695호
높이 13미터가 넘는 거대한 괘불이다. 매년 한 차례 쌍계사에서 열리는 보살계 수계 대법회 때 대중에게 공개되는데, 장대함 속에 화려함과 섬려한 맛이 살아 있다. 양쪽 손목에서 아래로 길게 늘어진 천의 자락에 꽃과 잎사귀, 열매와 보주 등이 피어나는 모습을 생동감 넘치게 묘사했다. 전체적으로 색조가 밝고 투명해 화사한 느낌을 준다.

● 법주사 <팔상도>(도솔래의상 부분), 1897년, 비단에 채색, 191×95.5㎝
석가모니 부처님의 일대기 중 가장 중요한 대목을 여덟 장면으로 추려 그린 것을 팔상도라고 한다. 팔상도는 주로 대웅전이나 영산전에 봉안되는데, 특이하게도 법주사에는 ‘팔상전’이라는 팔상도 전용 목탑 건축물이 존재한다. 법주사의 팔상도와 팔상전은, 그 자체로 불화 전통에 있어 팔상도의 중요성을 말해주는 귀중한 자료이다.

● 운흥사 <관세음보살도>, 1730년, 마본에 채색, 292×206㎝, 보물 제1694호
조선시대 불화의 특징인 녹색과 붉은색의 대비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조선후기 관세음보살도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작품으로 손꼽힌다. 18세기 전반 ‘붓의 신선’이라 불리며 경상도와 전라도 일대의 불화를 담당했던 의겸 스님 작품으로 스님의 높은 정신적·예술적 경지를 엿볼 수 있다. 동시대 다른 작품들이 다채로운 채색을 활용한 반면, 이 작품은 채색의 강약을 과감히 조절하고 산수화 같은 배경 처리로 현실적 공간감을 부여했다.

● 갑사 <삼신불도>, 1650년, 마본에 채색, 1086×841m, 국보 제298호
임진왜란이 끝난 뒤 희생된 뭇 영혼들을 달래주기 위한 대규모 공동 천도재 때 사용할 목적으로 16세기 전반부터 초대형 괘불이 제작되었다. 갑사의 삼신불도 역시 그중 하나이다. 대승불교의 회통적 세계관을 구현한 작품으로 전체적으로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10여 년 전 개산대제(開山大齋)와 함께 거행된 영규대사 추모재 때 펼친 이후 현재는 보수 중이며, 언제 다시 펼칠지 기약이 없다고 한다.

● 직지사 <삼불회도>(약사불도_644×238㎝, 석가모니불도_644×298㎝, 아미타불도_644×238㎝), 1744년, 마본에 채색, 보물 제670호

대웅전 불존 조각상 뒤의 후불탱으로 세 작품이 하나의 세트로 제작된 것이다. 전체 구도는 가운데 석가모니 부처님이 설법하는 영산회상이 있고, 동쪽으로 약사불의 동방유리광정토와 서쪽으로 아미타불의 서방극락정도가 위치해 있다. 이 세 부처(석가모니불, 아미타불, 약사불)는 임진왜란 이후 피폐해진 현실에서 민중들의 가장 큰 신앙 대상이었는데, 이러한 현실적 요구가 조형으로 구현된 것이다.

● 안양암 <지장시왕도>, 1930년, 비단에 채색, 407×238cm, 서울특별시문화재자료 제16호
괘불의 주제는 노사나불이거나 석가모니불인 경우가 많고, 그 구성도 간단한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부처가 아닌 지장보살을 주제로 삼고, 한 화면에 여러 시왕들과 지옥의 풍경을 등장시킨 매우 독특하고 보기 드문 구성의 작품이다. 도상의 본연적인 의미를 십분 살리면서도, 흥미로운 회화성과 과감한 표현력을 내뿜는 창의적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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