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아·윤회 문제의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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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아·윤회 문제의 연구
  • 호진 스님
  • 승인 2015.06.24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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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아·윤회 문제의 연구
저작·역자 호진, 정가 28,000원
출간일 2015-06-26 분야 교리
책정보 ISBN 978-89-7479-2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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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위로
영원불변하는 내가 존재한다는 생각, 즉 유아설(有我說)이 괴로움을 발생시키는 근본 원인이며, 그 근본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무아설(無我說)을 설한 것이다. 그러므로 무아설은 불교의 핵심 교리로서 불교를 가장 불교답게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소개 위로
1964년 직지사로 출가. 동국대학교 불교대학과 대학원에서 불교학 전공. 프랑스 소르본 대학교 철학과에서 초기불교전공. 종교학박사. 동국대학교 불교학과에서 2000년까지 초기·부파불교 강의.
저서로는 <무아·윤회문제의 연구>와 Le problème de l’anātman et du saṃsara dans le sūtra du bhikṣu Nāgasena(韓·佛合本), <인도불적답사기>, <성지에서 쓴 편지>(공저), <인도불교사>(1-2)(번역), <아쇼까왕 비문>(공역) 등이 있다. 논문으로는 「불교의 노동문제」, 「윤회이론의 기원」, 「불멸연대고(佛滅年代考)」, 「나선비구경 연구」(1), 「초기불전성립연구」(1-2), 「Aśoka 왕과 불교」, 「Menandros 왕의 불교 개종 문제」, 「불교의 죽음 이해」 외 다수가 있다.
목차 위로
머리말
다시 쓰는 머리말

1장 서론

2장 윤회사상의 기원
1. 윤회의 의미
2. 윤회사상의 맹아
1) 자료
2) 󰡔베다󰡕에서
3) 󰡔브라흐마나󰡕에서
3. 윤회사상의 출현
1) 󰡔우빠니샤드󰡕에서
2) 윤회사상의 발상
3) 윤회의 형태
(1) A형 윤회
(2) B형 윤회
4) 윤회의 구성요소
(1) 아뜨만
(2) 까르만
(3) 브라흐만
5) 해탈
(1) A형 해탈
(2) B형 해탈

3장 초기 불교의 무아 윤회설
1. 자료
2. 무아설
1) 연기법
2) 무아설
(1) 괴로움
(2) 무아설
(3)무아설의 실천
3. 윤회설
1) 윤회의 의미
2) 윤회의 내용
3) 윤회의 주체
(1) 문제의 제기
(2) 뿟갈라설
(3) 식설
(4) 상속설
4) 업설과 과보설
(1) 업설
(2) 과보설
4. 열반설
1) 열반의 의미
2) 유여의열반
3) 무여의열반
4) 열반의 상태
(1) 소멸상태로서의 열반
(2) 존재상태로서의 열반
(3) 무기로서의 열반
5) 열반의 길

4장 󰡔나선비구경󰡕의 무아 윤회설
1. 경의 소개
1) 구성과 내용
2) 나가세나의 생애
3) 밀린다의 생애
4) 경의 성립연대
5) 대론서로서의 문제점
(1) 메난드로스와 불교
(2) 대론서로서의 문제점
(3) 대론의 성립문제
(4) 논서로서의 󰡔나선비구경󰡕
2. 무아설
1) 수레의 비유
2) 베다구
3) 호흡
3. 영혼의 문
1) 영혼의 문제
2) 기억의 문제
3) 존재의 문제
4. 윤회설
1) 윤회설
2) 업설과 과보설
(1) 업설
(2) 과보설
3) 시간의 문제
5. 열반설
1) 열반의 의미
2) 열반의 내용
3) 열반의 길
(1) 길의 특성
(2) 길의 내용

5장 󰡔나선비구경󰡕의 무아 윤회설의 자료출처
1. 무아설의 자료출처
1) 무아설
(1) 뿟갈라설의 배척
(2) 식설의 추가
(3) 무아설의 채택
2) 정신현상
2. 윤회설의 자료출처
1) 상속설
2) 시간의 문제
3) 의도와 업의 관계
3. 열반설의 자료출처
1) 열반설
2) 출가의 길과 재가의 길
3) 열반의 길

6장 결론

약어
참고문헌
1. 경전·인도고전
2. 저서 및 논문
3. 사전

찾아보기
상세소개 위로
1992년 국내 최초로
무아설과 윤회설의 양립 문제를 집중 연구한
기념비적 저서 『무아·윤회 문제의 연구』
23년 만의 전면 개정판 출간

1981년 지은이 호진 스님이 프랑스 소르본 대학에서 초기불교를 연구하며 쓴 박사 학위 논문 Le problème de l’anātman et du saṃsara dans le sūtra du bhikṣu Nāgasena(「나선비구경의 무아와 윤회 문제」)의 번역본은 1992년 우리말로 번역 출간되었다. 책이 출간되기 전까지 대승불교권인 우리나라에서 무아·윤회는 논쟁이나 토론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 책의 출간으로 무아·윤회에 대한 관심이 뜨겁게 불타올라 많은 논문과 여러 권의 책이 출간되었다.
그로부터 23년이 흐른 지금, 이 기념비적 저서의 전면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스님은 ‘다시 쓰는 머리말’에서 “이 책이 ‘30대의 학생이 쓴 논문’이었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알 수 있었다. 여러 부분에서 부족한 점을 발견했다.”라며 새로 쓰게 된 이유를 밝히고 있다. 상당한 내용이 보충되었는데, 처음과 크게 달라진 부분은 <우빠니샤드>의 윤회와 해탈(mokṣa), 그리고 초기불교의 무아와 열반에 관한 곳이다. <우빠니샤드>에 나타난 윤회와 범아일여(梵我一如) 문제에 대해서는 전보다 더욱 깊이 탐구했고, 초기불교 부분은 핵심에서는 전과 동일하지만 더욱 구체적으로 세밀하게 탐구했다.

왜 불교사상에서 무아설과 윤회설이 문제인가?

불교의 중심 문제는 인생의 괴로움[苦]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이 괴로움은 인간의 욕망과 집착에서 비롯되며, 욕망과 집착은 ‘내가 존재한다는 생각’에서 발생한다. 어떤 것을 실재적이고 영원한 ‘나’라고 여기게 되면 그에 집착하여 다른 모든 것을 배척하게 된다. 이것이 불교가 ‘나[我, ātman]’에 대해 집요하게 추구하는 이유이다. 영원불변하는 내가 존재한다는 생각, 즉 유아설(有我說)이 괴로움을 발생시키는 근본 원인이며, 그 근본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무아설(無我說)을 설한 것이다. 그러므로 무아설은 불교의 핵심 교리로서 불교를 가장 불교답게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불교라는 건축물을 세우는 또 하나의 기둥이 윤회설(輪廻說)이다. 윤회설과 유아설은 불교가 성립되기 훨씬 이전에 인도에 이미 존재하던 사상으로, 인도의 정통 철학파가 주장하는 것이다. 인도철학사에서 유아설과 무아설의 대립은 근대 유럽철학에서의 합리론과 경험론 사이의 갈등 이상으로 오랫동안 첨예한 논쟁거리였다. 유아 윤회설을 주장하는 인도 정통철학파에서는 어떻게 무아 윤회가 가능한가를 문제 삼는다. 즉 고정불변의 ‘나’가 없다면 누가 윤회하고 누가 과보를 받으며 누가 열반을 이루는가를 묻는 것이다.
불교 내부에서도 무아설은 윤회의 주체 문제와 관련하여 이미 초기불교 당시부터 논란의 대상이 되었으며,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이론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많은 부파로 나뉘게 되었다. 즉 부파불교의 주요 성립 원인 중 하나가 바로 무아설과 윤회설의 양립에 관한 문제였던 것이다. 수많은 불교 논사(論師)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그 덕택으로 무아 윤회설은 인도의 다른 어느 종교나 철학에서보다 불교에서 가장 정교하게 발달될 수 있었다.

무아설과 윤회설의 양립을 위한 최고의 교리문답서

『나선비구경』의 빨리어본인 『밀린다빵하(Milindapaña)』는 경전이 갖추어야 할 여러 가지 조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sūra(經)’라고 하지 않고, ‘pañha(물음)’라고 이름이 붙여지고, 빨리 3장 안에 편성되지도 못했다. 그러나 한역 『나선비구경』은 중국의 역경자들에 의해서 경의 형식과 내용을 갖추게 되어 ‘경(經)’이라는 타이틀을 달게 된 것이다. 이 경이 경전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나선비구경』의 성격이다. 이 경은 널리 알려진 것처럼 밀린다 왕과 나가세나 비구 사이에 행해진 대론을 기록한 대론서가 아니다. 이 경은 전문적인 교리문답서이다. 이 문답서가 저술될 당시 널리 알려져 있던 밀린다 왕을 화자의 한 사람으로 차용하여, 경의 권위를 높였을 뿐, 이 경은 당시 최고의 논사들이 여러 부파의 교리를 이용하여 무아설과 윤회설의 양립을 위해 저술한 전문적인 교리문답서라는 것이 지은이 호진 스님의 결론이다.
‘무아와 윤회의 문제’를 말할 때는 과거뿐 아니라 현재까지도 많은 경우 <나선비구경(那先比丘經)>의 설명에 의거하고 있다. <나선비구경>은 정통적인 경전도 아니고 상당히 후기에 저작된 것이다. 그런데도 이처럼 중요한 문제를 위해 이 경(經)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이 문제에 대해 <나선비구경>보다 더 나은 설명을 내놓는 ‘경전’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나선비구경>에 나타난 무아·윤회의 논증

이 책의 제2장에서는 무아설과 윤회설의 양립 문제를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먼저 윤회사상의 기원부터 살펴보았다. 인도의 고대문헌인 <베다(Veda)>, <브라흐마나(Brāmaṇ)>, <우빠니샤드(Upaniṣad)>를 통해서 윤회사상의 기원과 그 구조 및 기능 등에 대해 자세히 조사하였다.
제3장에서는 초기불교 문헌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경전인 <아함경>을 중심으로 불교의 핵심교리인 무아설과 윤회설의 의미와 구조, 실천 등 여러 면에서 고찰하였다. 윤회설이 일으킨 문제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색된 교리들, 그리고 무아·윤회의 양립이라는 문제가 어떻게 해결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다.
제4장에서는 <나선비구경>의 내용과 성립연대, 경의 성격 등을 통해 <나선비구경>의 위치에 대해 살펴보았다. 또한 <나선비구경>의 무아와 윤회에 대한 설명과 이 두 교리를 어떻게 양립시키고 있는가에 대해 자세히 고찰하였다. <나선비구경>에서도 초기경전의 경우처럼 윤회의 주체문제와 관련해서 뿟갈라설, 식설, 상속설이 언급되었고, <나선비구경>은 상속설을 수용하였다.
제5장에서는 <나선비구경>에서 설하는 무아설과 윤회설의 위치를 알기 위해 초기경전과 부파불교 문헌에서 이 문제들과 관련이 있는 자료를 찾아 <나선비구경>의 자료들과 비교 검토하였다. <나선비구경>에 나오는 교리들은 상좌부계 부파들의 교리와 동일하다. 그러므로 상좌부 계열의 부파들, 특히 독자부, 정량부, 분별설부, 화지부, 법장부, 설일체유부, 경량부에 한정하여 <나선비구경>의 무아설 및 윤회설과 비교, 고찰하였다.
이외에도 <나선비구경>의 무아·윤회설의 위치를 아는 데 도움을 얻기 위해 관련된 여러 교리들을 초기·부파불교의 교리들과 비교 검토했다. ‘정신현상’의 문제들, ‘시간’의 문제, ‘의도’와 ‘업’의 관계, ‘인간 불평등’의 문제, ‘열반’의 문제 등이다.

지금도 계속되는 질문

무아설과 윤회설은 불교를 지탱하는 두 기둥과 같은 것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재세할 당시에도 이 두 설의 양립 문제는 해결되지 못했다. 그 결과 다양한 이론이 제기되면서 불교는 여러 부파로 나뉘게 되었다. 부파불교에서 제기된 여러 이론들을 종합적으로 정리하여 무아설과 윤회설의 양립을 시도한 경전이 『나선비구경』이다. 『나선비구경』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불교의 여러 이론은 더욱 발전을 거듭하였다. 저자 호진 스님의 연구도 그러한 연장선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호진 스님이 이 책에서 무아설과 윤회설의 양립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 것은 아니다. 다만, 그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가장 많이 참고하는 『나선비구경』에 나타난 무아설과 윤회설의 내용이 어떠한지, 두 교리를 어떻게 양립시키고 있는지, 초기경전의 설명과 비교하였을 때 얼마나 정통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 교리적으로 얼마나 튼튼한 근거를 가지고 있는지 등에 대하여 누구보다 세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호진 스님의 연구는 무아설과 윤회설의 양립 문제에 다시 한 번 주의를 환기하면서, 『나선비구경』보다 더 나은 설명을 할 수는 없는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무아설과 윤회설의 양립 문제는 해결된 것이 아니다. 현대의 불교학자들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 답을 찾아야 한다고 호진 스님은 강하게 말하고 있다.

“완벽한 이론은 없다.
역설적이지만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발전할 수 있다.”
- 머리말 가운데서
책속으로 위로
윤회사상은 인도 종교와 철학에 있어서 핵심적인 것이다. 이 사상이 없다면 인도의 종교와 철학은 그 존재 이유를 잃어버리고 말 것이다. 인도의 거의 모든 종교와 철학의 궁극적인 목적은 윤회에서 벗어나는 것, 즉 해탈을 성취하는 것이므로 윤회가 없다면 해탈을 위한 노력은 의미가 없게 된다. 이것을 르네 그루쎄(René Grousset)는, “(인도의) 모든 사상의 존재 이유는 오로지 인간을 윤회의 악몽에서 해방시킬 수 있는 지적(知的), 고행적(苦行的), 신비적(神秘的) 수단을 추구하는 것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 본문 28쪽 중에서

대부분의 학자들은 윤회사상이 바깥에서 불교에 도입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좀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불교는 윤회신앙과 함께 시작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처음부터 불교는 윤회사상을 외래적인 것으로서가 아니라 불교의 정통사상으로 생각했었다. 『아함경』의 많은 곳에서 “선과 악의 업도 없고 그 과보도 없으며 이 세상도 저 세상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삿된 견해[邪見]라고 가르치고 있다. 『마하바스뚜[大事]』에서 붓다는 “비구들아, 나는 단 한 가지 사실 즉 업(karman)만을 가르친다.”라고 선언하기까지 했다.
- 본문 136쪽 중에서

무아·윤회를 내세우는 불교는 윤회의 주체로서 영속하는 실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누가 업(業, karman)을 짓고 누가 그 업의 결과[果報]를 받는가. 발레 뿌쌩이 말한 것처럼 “(윤회의 주체인) 자아를 부정하는 것은 과보와 윤회를 부정하는 것이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불교에서는 “윤회의 주체는 존재하지 않지만 업도 있고 과보도 있고 윤회 역시 있다.”고 주장한다. 『잡아함』의 「제일의공경(第一義空經)」은 한마디로 이것을 “업과 과보는 있지만 업을 짓는 자는 없다[有業報而無作者].”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 본문 143쪽 중에서


‘무아·윤회 문제’가 일부 학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처음부터 어려움 없이 해결되었다면 왜 붓다 당시부터 우리 시대에 이르기까지 불교교리 가운데서 가장 풀기 어려운 문제 중의 하나가 되었겠는가. 역시 왜 이 문제가 부파불교 성립의 중요한 원인의 하나로까지 되었겠는가. 이와 같은 사실만 보더라도 이 문제가 그렇게 쉽게 해결될 수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앙드레 바로에 의하면 “이 모순을 알게 된 몇몇 불교 논사(論師)들은 자신들에게 야기된 지적(知的)인 동요를 가라앉히기 위해서뿐 아니라 역시 다른 종교들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이 문제에 대한 설명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붓다의 반열반 후 약 2세기경부터 여러 가지 설(說)이 나오게 되었고 이로 인해 몇 개의 부파들이 형성되었다. 그것들은 자아(自我)인 뿟갈라(pudgala, 補特伽羅)설, 정신적 원리인 식(識, vijñāna)설, 상속원리(相續原理)인 상따나(saṃtāna)설이었다.
- 본문 147쪽 중에서

업과 과보설은 종종 보상(報償)의 법칙처럼 생각되기도 하지만 그것과 다르다. 왈뽈라 라훌라의 설명에 의하면, 이것은 ‘윤리적 정의(justice morale)’ 즉 ‘보상’과 ‘벌’의 개념과 혼동되어서는 안 된다. 선을 행하면 상을 받고 악을 행하면 벌을 받는다는 ‘윤리적 정의’는 선과 악을 결정하고 재판하는 신(神)과 같은 초월자를 전제함으로써 성립된다. 불교에서는 이와 같은 존재가 있을 수 없다. 업·과보설은 외부로부터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고 자동적으로 작용하는 원인과 결과의 법칙이고 역시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이다. 이것은 ‘배분적 정의(配分的 正義, justice réributive)’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일종의 자연 법칙이다.
- 본문 162쪽 중에서

이와 같이 경으로서 갖추어야 할 형식과 내용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빨리어본에서는 ‘sūra(經)’라 하지 않고, ‘pañha(물음)’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역시 그 첫머리에 ‘불재사위국(佛在舍衛國)’ 운운 하는 구차한 형식도 취하지 않았다. 한역본에서 ‘경’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중국의 역경자들이었다. 중국에서는 『나선비구경』을 그 명칭에 맞게 3장(三藏) 속에 넣어 경전의 권위를 부여했다. 그러나 남방불교권에서는 그 이름과 내용에 맞추어 이 문헌을 3장 밖에 두어 경전으로 취급하지 않았다.
- 본문 209쪽 중에서

지금까지 추구한 바에 따르면 나가세나가 역사적으로 실존했던 인물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한 확실한 근거는 아무 것도 없다. 무엇보다도 나가세나의 생애를 알 수 있는 유일한 자료인 『나선비구경』의 서화(序話)가 양(兩) 본에서 각각 따로 성립되어 후기에 추가되었다는 점, 역시 거기에 나오는 나가세나의 생애가 양 본에서 거의 완전히 다르다는 점 등에서 나가세나가 역사적으로 실존했던 인물이라는 근거를 자료 자체 내에서는 찾을 수 없다.
- 본문 221~222쪽 중에서

이처럼 『나선비구경』의 밀린다는 전생에서도, 그리고 현생에서도 철저한 인도인으로 되어 있다. 지금까지의 추구에서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역사적인 메난드로스와 『나선비구경』에 나오는 밀린다는 그 이름이 비슷하고 사갈라 도시를 통치한 왕이었다는 두 가지 사실만 같을 뿐 그 외에는 동일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점이다.
- 본문 229쪽 중에서

또 한 가지 지적해야 할 것은 후기의 불교인들이 『나선비구경』을 입문서가 아니라 일급 논서로 생각했다는 사실이다. 기원후 4세기와 5세기에 인도와 스리랑카에서 활약했던, 불교역사상 가장 위대한 논사들 가운데 두 사람인 바수반두(Vasubandhu, 世親) 와 붓다고사(Buddhaghosa, 佛音)는 그들의 저술에서 『나선비구경(Milindapañha)』을 준논장(準論藏) 대우를 해 주었다. 바수반두는 그의 명저 『아비달마구사론(阿毘達磨俱舍論, Abhidharmakośa)』의 「파집아품(破執我品)」에서 이 책을 인용했고, 붓다고사는 놀랍게도 그의 여러 논서에서 약 20번이나 『밀리다빵하』를 인용했다는 것이다. 『밀린다빵하』가 초보자들을 위한 입문서나 불교에 문외한인 외국인(즉 야바나인)들을 위한 포교서 같은 것이었다면 어떻게 이 위대한 논사들이 이 책을 그렇게 진지하게 다루었을까. 그들은 『밀리다빵하』를 수준 높은 일종의 논서로 생각했던 것이 틀림없다.
- 본문 250쪽 중에서

『나선비구경』에서 말하는 업설(業說)에는 한 가지 독특한 점이 있다. 그것은 의도(意圖, cetanā)와 관계되는 것이다. 정통 불교에서는 의도적이거나 의식적으로 행한 행위만을 문제 삼는다. 그러나 나가세나의 주장은 이와 다르다. 밀린다가 “나가세나 존자여, 악행을 저지른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은 (그것이 나쁘다는 것을) 알고 했고 다른 한 사람은 모르고 했습니다. 이들 중 누가 더 큰 화(禍, 殃)를 입습니까.”라고 묻자 나가세나는 “모르고 악을 행한 사람이 더 큰 화를 입고 알고 악을 행한 사람은 화를 적게 입습니다.”라고 답했다.
- 본문 301쪽 중에서

초기경전에서 열반을 성취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권장되는 수행법은 8정도의 실천이었다. 그러나 『나선비구경』에서 가르치는 열반의 길은 ‘지혜와 여선사(餘善事)’이다. 여선사(autres bonnes choses, 다른 좋은 일들)란 성신(誠信)·효순(孝順)·정진(精進)·염선(念善)·일심(一心)이다. 『나선비구경』에서는 이것을 “어떤 사람이 … 지혜와 여선사를 (실천하면) 그는 후생에 다시 태어나지 않는다(즉 열반을 이룬다).”라 하고 있다.
- 본문 329~330쪽 중에서

정통불교의 관점에서 보면 뿟갈라의 존재가 인정될 수 없는 것처럼 여러 생으로 옮아갈 수 있는 이와 같은 식(識)은 용납될 수 없다. 그러나 이상한 사실은 『나선비구경』에서 특히 빨리어본(Milindapañha)에서 뿟갈라의 존재는 단호히 배척되면서도 ‘일종의 식(識)’의 존재는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 본문 349쪽 중에서

빨리어본의 제2편에서 나가세나의 설명은 더 멀리 간다. 업의 결과[果報]는 업을 지은 사람의 ‘의도(cetanā)’와는 관계없이 전적으로 업 그 자체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나가세나는 이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여러 가지 비유를 들었다. 독약은 그것이 독약인 줄 모르는 사람이 마셨다 해도 그를 죽일 수 있고,불은 무심코 그 위로 걷는 사람도 데이게 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모르고 독사에게 물려도 그 사람은 죽을 수 있다. 이 모든 경우 의도는 조금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지 행위[業] 그 자체이다. 업과 의도의 관계에 대한 『나선비구경』의 이와 같은 주장은 정통 불교의 입장과는 반대된다. 위에서 본 것처럼 이와 같은 견해는 초기불교와 부파불교에서는 받아들여질 수 없다.
- 본문 380~381쪽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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