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에서 쓴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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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에서 쓴 편지
  • 호진·지안
  • 승인 2015.02.06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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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진·지안 | 15,000| 2015-02-05 | 판형 148*205mm|두께 16mm
성지에서 쓴 편지
저작·역자 호진·지안, 정가 15,000원
출간일 2015-02-05 분야 수행
책정보 판형 148*205mm|두께 16mm|ISBN 978-89-7479-092-9 03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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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위로
붓다는 누구인가?
깨달음이란 무엇인가?
신화와 전설에 가린 실체를 향해 던지는 끝없는 물음
불교의 참모습을 그려 나가는 두 스님의 대화
저자소개 위로
호진 스님
1964년 직지사로 출가했다. 동국대학교 불교대학과 대학원에서 불교학을, 프랑스 소르본 대학교 철학과에서 초기 불교를 전공했다. 동국대학교 불교학과에서 2000년까지 초기 불교와 부파 불교를 강의했다. 저서로 『무아·윤회문제의 연구』, 『인도불적답사기』, 『아쇼까왕의 비문』(공역), 『(라모뜨의) 인도 불교사 1-2』(번역) 등이 있다.

지안 스님
대강백(大講伯), 학문에 뛰어난 스님을 이르는 말이다. 1970년 통도사로 출가한 지안 스님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대강백으로 꼽힌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대승불교를 연구해온 스님의 삶에서 ‘대승’이란 단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말이다. 통도사 강원 강주, 교육원 고시위원장, 역경위원장, 승가대학원장 등 거쳐 온 소임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다.
『마음의 정원을 거닐다』, 『산사는 깊다』, 『대승기신론 신강』, 『조계종 표준 금강경 바로읽기』, 『보현행원품강의』, 『신심명강의』, 『기초경전해설』, 『금강경이야기』, 『경전으로 시작하는 불교』 외 다수의 저서와 『대반니원경』, 『대승기신론강해』, 『왕오천축국전』 등의 역서가 있다.
목차 위로
_서문

_붓다의 길 앞에서

_상상 속의 붓다

_성지에서 맞은 성도절

_그런 길은 없다

_불교의 탄생지, 사르나트

_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_어렴풋한 흔적들

_설화가 만든 불교 성지

_붓다의 마지막 여정

_다시 생을 버려 이곳에

_추신
상세소개 위로
1,600리 고행의 길 위에서 오간 두 스님의 편지
『성지에서 쓴 편지』는 지난 2008년,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67세)에 인간 부처의 원형을 찾아 인도로 간 호진 스님이, 1년 동안 1,600리 길을 순례하며 지안 스님과 주고받은 편지글을 정리한 책이다. 한국불교의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더 나은 미래를 그려 나가는 두 스님의 대화가 「불교신문」에 연재되고, 2010년 한 권의 책으로 세상에 나왔다. 죽을 각오로 길을 떠난 순례자의 고독과 고난, 진실을 갈망하는 두 학자 스님의 끝없는 탐구심이 배인 이 책은 출간 당시 큰 화제를 일으켰으나, 여러 사정으로 절판되었다.
그 사이 이 책은 누구나 한 번쯤 읽어 봐야 할 필독서로 많은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면서 문의가 끊이지 않았고, 마침내 2015년 봄으로 들어서는 길목에서 새로운 숨결로 다시 태어났다. 진리를 향한 두 스님의 탐구심과 열정은 고스란히 간직한 채,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과 깔끔한 일러스트로 새 옷을 입은 것이다.

초기불교의 대가와 대승불교의 대가가 만나다
초기불교가 불교의 뿌리라면 대승불교는 꽃이라고 할 수 있다. 불교를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호진 스님과 지안 스님은 연구 분야와 방법이 다르다. 호진 스님은 초기불교를 현대적인 방법으로, 지안 스님은 대승불교를 전통적인 방법으로 연구하고 있다. 같은 불교 연구이지만 붓다와 교리에 대한 관점이 다른 것이다. 그러나 두 스님의 공통 화두는 같다. 갈수록 종교가 외면 받는 현실에서 어떻게 하면 부처님의 좋은 가르침을 사람들에게 여실히 전할 수 있는가, 새 시대에 맞는 새 불교는 어떤 모습인가에 대한 고민이었다.

호진 스님은 신화와 전설에 가려 비역사적 인물로 묘사되는 부처님의 실제 모습과 근본 가르침을 밝히는 데서 새로운 붓다상을 찾고자 했다. 껍데기는 벗겨내고 알맹이를 드러내 처음부터, 제대로 배우자는 생각에서였다. 이렇게 각오를 다지며 연구 노트 첫머리에 이렇게 썼다.

“역사적인 부처님의 참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신화와 전설을 제거해야 한다. 나의 공격 목표는 신화와 전설이다.”

한편 지안 스님은 순수성 회복에 초점을 맞췄다. 지나친 선전과 방편 연구에만 몰두하는 현실을 경계하고, 스스로를 성찰해 순수한 구도자의 자세로 돌아갈 것을 강조했다. 분별심을 버려 종파를 극복하고, 과거에 안주하기보다 끊임없이 거듭나기 위해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의 불교 상을 찾는 두 스님의 노력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 과정에 있는 작품이 바로 『성지에서 쓴 편지』이며, 독자들은 책 속에서 펼쳐지는 두 스님의 대화를 단서로 새로운 불교의 윤곽을 그려볼 수 있다.

신발이 다 닳도록 걸어간 1,600리 길
목숨보다 간절했던 인간 붓다를 향한 열망
호진 스님은 인도로 떠나기 전 짧은 유언 편지를 남겼다. 돌아오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몇 안 되는 살림을 이러저러하게 처분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인도의 치안이 불안하다곤 하지만, 그래도 이건 좀 오버(?)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책장을 넘기는 순간, 우리는 스님의 행동이 결코 지나친 것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인간적인 부처님을 찾아 떠난 스님의 여정은 여느 관광객이 꿈꾸듯 낭만적 여행이 아니라, 그야말로 목숨을 건 순례였다.

“발톱은 7개가 탈이 났습니다. (…) 발톱은 피가 맺혀서 까맣게 되어버렸고 (…) 새끼발가락 발톱은 닳아서 거의 떨어져 나가버렸습니다. 항생제를 복용하고 있습니다.”

호진 스님은 초전법륜의 길(보드가야-사르나트) 278km, 열반의 길(라즈기르-꾸시나가라) 353km를 두 발로 걸었다. 그 옛날 부처님이 걸었을 길을 고스란히 따른 것이다. 목적은 분명했다. 역사적인 현장에서 부처님의 참모습을 되살려내고, 불교의 원형을 복원하는 것이다. 50도에 육박하는 한낮의 열기도, 부서질 듯 파고드는 다리의 통증도 스님을 멈추지 못했다. 오히려 몸의 고통은 부처님이 겪었을 그것과 대비되어 스님의 각오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 뿐이었다. 이렇듯 고행에 가까운 순례를 가리켜 지안 스님은 순교자적 순례, 살을 에는 고통 속에 탄생하는 전복 속 진주에 비유한다. 더불어 먼 곳에서 외롭게 사투를 벌이는 도반 스님에게 애정 어린 격려를 보내는 스님의 마음에도 다시금 열정의 불이 지펴진다.

“스님처럼 적극적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하지 못하는 점이 아쉽습니다. (…)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던 카뮈의 말을 좀 더 깊이 음미하여 스스로를 채찍질해야 하겠습니다.”

『성지에서 쓴 편지』는 호진 스님이 순례 과정에서 체험하고 사색한 내용과 이에 대한 지안 스님의 답문으로 이뤄진다. 전체적인 구성은 단순해 보이지만, 그 안에서 그려지는 두 스님의 모습은 입체적이다. 특정 주제에 관해 상반된 견해로 대립할 때면, 각자가 지닌 학자로서의 열정과 고집이 드러나는 반면, 서로의 안부를 걱정하며 그리움을 전할 때는 진한 우정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서로를 둘도 없는 의지처이자 자극제로 삼아 살아가는 두 도반 스님의 다채로운 모습을 엿보는 것 또한,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이다.

붓다의 땅에서,
인간적인 부처님을 만나다
아무리 걸어도 2,600년 전 부처님은 결코 만날 수 없다. 그 사실을 호진 스님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다만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부처님 곁에 다가서고 싶은 소망이 스님을 붓다의 땅으로 이끌었다. 보드가야에서 사르나트로 가는 동안 스님은 잠시도 한 생각을 떨치지 못한다. 비 내리는 밤 처마 밑에 쪼그리고 앉아서, 모기떼에 쫓겨 잠 못 이루던 밤 나무 아래서, 긴긴 밤을 홀로 외롭게 지새웠을 부처님을 생각했다. 마침내 사르나트에 도착했을 때 흘렸던 눈물은 끝내 닿지 못할 부처님을 향한 그리움이었는지 모른다.

“다메크 탑에 108배를 올린 뒤 (…) 그동안의 고달팠던 시간들을 되새겨 보았습니다. 부처님의 깊은 은혜를 생각하면서 감사의 눈물을 쏟았다고 말해야 어울리겠지요.”

호진 스님은 부처님이 신과 같은 존재가 아니라고 말한다. 고뇌하고, 회의하고, 방황하고, 갈등하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자신과 같은 인간이었다는 것이다. 경전 내용을 대조해 가며, 또 순례 중에 얻는 단초나 생각들을 논리적으로 펼쳐냄으로써 자신의 주장에 힘을 싣는다.

“붓다는 노쇠한 데다 (…) 붓다의 육신은 보통 사람들과 똑같은 물질로 구성되었으므로 좋지 않은 음식물을 섭취했을 때 탈이 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 아니겠습니까.”

호진 스님이 말하는 부처님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미워했으며, 늙고 병들어 고통스러워하다 마침내는 다른 사람들처럼 죽었다. 자신의 바람대로 부처님을 신격화시킨 사람들에게 이런 얘기는 불편하게 다가올 수 있지만, 스님에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인간적이어서 존경스럽고, 너무도 인간적이어서 그의 삶을 동경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온몸을 다해 좇는 것이다.

지금 살아 있고, 앞으로 살아가야 할
현재와 미래를 위해 떠난 구법 여행기
여행자에게 인도는 어딘지 모르게 신비스럽고 묘한 이미지를 갖는다. 그러나 이 책에서 인도는 더 이상 그러한 모습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지난한 구도 길에서 수행자가 느끼는 고독이 투영된 까닭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스님의 입장에서 그곳은 옛 영광을 상실한 초라한 유물과도 같은 곳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호진 스님이 애써 그 길을 걸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말하자면 그것은 내일을 향한 희망을 품고 떠난 구법 여행이었다.

“붓다의 모습을 되찾으려는 노력은 (…) 새로운 붓다 상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사라져 버린 과거가 아니라 살고 있고, 살아가야 할 현재와 미래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성지에서 쓴 편지』가 단순한 여행기일 수 없는 이유이다. 낯선 곳을 여행하면서 느낀 수많은 여운보다 치열한 사유와 갈망이 책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역사적인 인물로서의 부처님, 깨달음과 열반, 근본 가르침…. 이 모든 것을 향해 나아가는 한 출가수행자의 목숨을 건 몸부림이 담긴 책이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붓다의 실체에 조금 더 가까워지고 새로운 붓다의 모습을 그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책속으로 위로
초기불교를 연구하기 시작한 것이 벌써 30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나는 역사적인 붓다의 모습을 추구하는 데 골몰해 왔습니다. 그러나 좀 더 깊이 알려고 하면 할수록 더욱더 알 수 없게 되고 맙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부처님, 당신은 도대체 누구십니까”라는 한마디입니다. 모든 것을 현장에서 다시 생각해 보고 싶어 ‘붓다의 땅’으로 왔습니다. - 22쪽

12시에서 1시 사이의 온도는 햇볕 아래서는 50도에 육박했고, 그늘진 곳도 40도를 웃돌았습니다. 길도 없는 가파르고 험한 비탈을 갈 지之 자로 걸어 700걸음, 직선으로는 400~500걸음쯤 될까요. 낮은 산이지만 더위 때문에 정상까지는 무척 힘이 들었습니다. 흔한 야자수 한 그루 찾아볼 수 없는 바위산이었기 때문에 햇볕을 온몸으로 받아야 했습니다. - 35쪽

막상 여행길에 오르고 보니 사정은 딴판이었습니다. 더위, 갈증, 피로 때문에 다른 것을 생각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루의 여행이 끝난 시간에는 너무 지쳐서 일기장을 펼칠 생각도 못할 지경이었습니다. 매일 새벽 3시경에 일어나서 전등불이 없을 때는 손전등을 켜 놓고라도 전날 여행에 대한 일들을 일기장에 자세하게 기록해야 했습니다. 일기 쓰기를 끝내지 못해도 5시 반, 늦어도 6시에는 길을 떠났습니다. 기온이 많이 오르는 한낮이 되기 전에 1km라도 더 걷기 위해서였습니다. - 52쪽

불교의 궁극 목적은 ‘깨달음’이 아니라 ‘열반’이라는 사실입니다. 깨달음은 ‘수단’이고 열반이 ‘목적’이라는 것입니다. 연기법은 싯다르타가 성취한 깨달음의 ‘내용’이고, 열반은 연기법을 응용해서 고 문제를 해결한 ‘결과’입니다. 깨달음은 ‘이해의 영역’이고 열반은 ‘체험의 영역’입니다. 싯다르타 자신도 분명히 말했듯이 연기법은 자신이 이 세상에 출현하건 하지 않건 관계없이 진리 자체로서 존재하는 것입니다.59 싯다르타는 그것을 발견했을 뿐입니다. - 103쪽

어느 순간, 두 청년은 승객이 아니라 기사와 일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갑자기 의심이 들면서 두려움이 몰려왔습니다. 금방이라도 두 청년의 억센 손길이 내 어깨와 목덜미를 덮칠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길은 멀어 보였고 시간은 아주 느리게 흘렀습니다. 초조와 불안이 심하게 가슴을 죄었습니다. - 125쪽

오른쪽 발바닥에 큰 물집이 생겼으므로 칼끝으로 구멍을 내어 물을 빼내려고 했지만 피부가 너무 두꺼워 가죽을 칼로 약간 잘라내어야 했습니다. 감염이 되지 않게 약을 바르고 밴드를 다섯 개나 겹쳐 붙여 놓았습니다. 발톱은 일곱 개가 탈이 났습니다. 오른쪽 엄지발가락의 발톱은 피가 맺혀서 까맣게 되어버렸고, 둘째 발가락 발톱은 열이 나고 부었을 뿐 아니라 발톱 밑에서 물이 나오고 있습니다. (…) 항생제를 복용하고 있습니다. - 182쪽

『유행경』에 의하면 그 자리에 있었던 한 장로 비구가 그 음식을 조금 얻어먹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는 아무 탈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 그 비구는 건강했기 때문에 괜찮았는데 붓다는 노쇠한 데다 얼마 전 중병에 걸린 일이 있었기 때문에 탈이 났던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붓다의 육신은 보통 사람들과 똑같은 물질로 구성되었으므로 좋지 않은 음식물을 섭취했을 때 탈이 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 아니겠습니까. - 2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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