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법으로 읽는 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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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법으로 읽는 불교
  • 목경찬
  • 승인 2014.03.25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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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법으로 읽는 불교
저작·역자 목경찬, 정가 13,000원
출간일 2014-03-31 분야 교리
책정보 반양장본 | 216쪽 | 200*141mm | 280g | ISBN(13) : 9788974790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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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위로
마음 작용 간의 관계성을 밝힌 연기법(緣起法)에 대한 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새롭게 풀이한 십이연기, 삼법인, 오온, 십이처, 십팔계 및 업과 윤회의 참뜻
저자소개 위로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뒤, 동국대학교 대학원 불교학과에서 유식철학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하였으며, 동국역경원의 한글대장경 번역 사업에 참여하였다. 현재 불광교육원 전임강사이며, 여러 불교대학에서 불교 교리 및 불교 문화를 강의하고 있다.
논문으로 「성유식론에서 식의 상호관계 연구」 등이 있으며, 저서로 <사찰, 어느 것도 그냥 있는 것이 아니다>, <부처님께 다가가는 방법>, <들을수록 신기한 사찰 이야기>, <유식불교의 이해> 등이 있다.
목차 위로
들어가는 말 : 불교 공부는 마음 다스리는 공부 _ 4

Ⅰ. 불교의 핵심, 연기법(緣起法)
1. 연기법은 마음 작용 간의 관계 _ 21
1) 연기법의 핵심은 내연기(內緣起) _ 21
2)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다’에서 ‘이것’과 ‘저것’은? _ 25
2. 삼법인을 통한 연기법의 이해 _ 35
1) 불법(佛法)의 인증 기준, 삼법인(三法印) _ 35
2) 제행무상(諸行無常), 행(行)은 사물의 운동이 아니라 마음 작용 _ 37
3) 제법무아(諸法無我), 법(法)은 마음 작용으로 드러난 세상 _ 41
4) 일체개고(一切皆苦), 모든 것은 고(苦)다? _ 45
5) 열반적정(涅槃寂靜), 열반은 죽음이 아니다 _ 49
3. 인도 사상과 비교를 통한 연기법의 이해 _ 53
1) 전변설(轉變說)과 적취설(積聚說) 그리고 연기법 _ 53
2) 전변설(轉變說)과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_ 55
3) 적취설(積聚說)과 오온설(五蘊說) _ 60

Ⅱ. 연기로 펼쳐진 세상
1. 유위법(有爲法)과 무위법(無爲法) _ 77
1) 유위법(有爲法), 분별 작용으로 드러난 현상 _ 77
2) 무위법(無爲法)은 연기가 아니다 _ 81
2. 유루법(有漏法)과 무루법(無漏法) _ 85
3. 삼과설(三科說) - 오온, 십이처, 십팔계 _ 89
1) 연기된 세상에 대한 세 가지 교설 _ 89
2) 십이처(十二處), 나에게 펼쳐진 세상의 근거 _ 93
3) 십팔계(十八界), 세상의 근거 _ 105
4) 오온, 십이처, 십팔계의 관계 _ 109

Ⅲ. 연기와 윤회의 동력, 번뇌와 업
1. 십이연기(十二緣起), 삶의 반복 마음의 윤회 _ 121
1) 어리석음에 의한 반복된 집착 _ 121
2) 애욕이 수행의 발목을 잡다 _ 124
2. 중생의 세계와 깨달음의 세계 _ 128
1) 삼계 육도, 돌고 도는 중생의 세계 _ 128
2) 정토(淨土), 깨달음의 세계 _ 131
3. 업, 결과를 초래하는 힘 _ 135
1) 업은 돌고 도는 숙명이 아니다 . _ 135
2) 사(思, 의지 작용), 업의 본질 _ 139
3) 공업(共業), 사람에게는 물로 아귀에게는 피고름으로 _ 142
4. 번뇌, 돌고 도는 윤회의 씨앗 _ 146
1) 번뇌를 일컫는 다양한 용어 _ 146
2) 백팔번뇌 _ 150
3) 여섯 가지 근본 번뇌 _ 153

Ⅳ. 수행과 실천
1. 교학은 수행의 나침반 _ 161
2. 뛰어난 세 가지 공부, 계정혜(戒定慧) 삼학(三學) _ 165
3. 지계(持戒), 수행의 시작 _ 169
1) 계율은 해탈의 근본 _ 169
2) 오계(五戒), 재가불자의 계 _ 172
4. 사성제(四聖諦), 괴로움을 보고 괴로움을 벗어나라
_ 176
1) 사성제의 가르침 _ 176
2) 사홍서원과 사성제 _ 180
5. 삼십칠조도품,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 37종 수행 _ 183
1) 사념처(四念處) _ 184
2) 사정근(四正勤) _ 185
3) 사여의족(四如意足) _ 186
4) 오근(五根) _ 187
5) 오력(五力) _ 188
6) 칠각분(七覺分) _ 189
7) 팔정도(八正道) _ 191
6. 사념처(四念處), 신수심법(身受心法) 네 곳을 살펴봄
_ 194
7. 사정근(四正勤), 악한 것을 없애고 선한 것을 키움
_ 198
8. 팔정도(八正道), 여덟 가지 바른 실천 덕목 _ 202
9. 육바라밀, 여섯 가지 보살행, 여섯 가지 부처님행
_ 207

글을 마치며 : 다름과 느림 _ 212
상세소개 위로
연기법(緣起法), 왜 바로 알아야만 하는가?

불교는 2,600여 년의 오랜 역사만큼이나 다양하고 복잡한 교설이 있다. 모든 교설을 다 이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그 근간이 되는 기본적인 가르침을 올바르게 이해하게 되면 모든 불교 사상을 꿰뚫어 통찰할 수 있게 된다. 무엇이 불교의 기본 가르침, 근본 가르침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것은 2,600년 전 부다가야의 보리수 아래에서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얻은 깨달음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깨달음의 내용과 깨달음의 과정에 대해 여러 가지 학설이 있지만, 연기법이 그 근본이 됨을 부인할 수 없다. 연기법을 바로 알지 못하면 불교의 다른 교설들도 바로 이해하지 못하고 외도의 가르침과 무엇이 다른지 구분하기조차 어렵게 된다.

연기법은 마음 작용 간의 관계성을 밝힌 교설

연기법을 말할 때 기본적으로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생기므로 저것이 생긴다. 이것이 없으므로 저것이 없고, 이것이 사라지므로 저것이 사라진다(此有故彼有 此生故彼生 此無故彼無 此滅故彼滅).”라는 구절을 언급한다. 이것은 연기법의 상호관계성을 말하는 구절이다. 이 상호관계성을 쉽게 설명하려고 흔히 드는 예가 있다. ‘아버지가 있으니 아들이 있고, 아들이 있으니 아버지가 있다’거나 ‘내가 있으니 네가 있고, 네가 있으니 내가 있다’고 한다. 이러한 예는 외부 세계의 사물과 사물 간의 관계성으로 연기법을 설명하는 것이다. 이것을 외연기(外緣起)라고 한다. 반면에 마음 작용 간의 관계성으로 보는 것은 내연기(內緣起)라고 한다. 외연기는 복잡한 내연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비유를 들어 설명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다….’라는 구절은 무명·행·식 등 십이연기법의 12지(支) 사이의 관계를 말하는 것이지, 아버지와 아들, 나와 너 등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사물 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즉, 연기법은 세상 만물의 관계성을 설명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미혹과 업으로 인해 마음 작용이 서로 관계하여 일어나는 우리의 분별하는 마음을 끊으라는 가르침으로 보아야 한다. 연기법의 진의는 내연기에 있다고 할 것이다.

철저히 연기법에 의거하여 불교의 기본 교리를 체계적으로 설명
- 삼법인, 오온, 십이처, 십팔계 등 바른 의미

불교의 기본 교설인 삼법인, 오온, 십이처, 십팔계도 연기법을 설명하기 위한 교설이며, 연기법에 의거해야 그 뜻을 바르게 알 수 있다. 잘못 이해되고 있는 교설 중 대표적인 몇 가지를 들면 다음과 같다.
삼법인 중 ‘제행무상(諸行無常)’은 흔히 세상의 모든 것이 변한다고 설명하는데, 이 가르침은 세상 자체의 무상함에 중점이 있지 않다. 제행무상은 내 앞에 드러난 세상은 내 마음의 작용으로 이해된 세상이기에 분별하는 내 마음의 작용을 따라 흘러간다는 뜻이다. ‘제법무아(諸法無我)’는 어떤 사물에 그 사물이라고 할 자성(自性)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여기서 법은 ‘세상 그 자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여건 속에 마음 작용을 따라 ‘나에게 드러난 세상’을 말한다. 물론 그때 마음 작용도 법이다. ‘제행’, ‘제법’은 세상 자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내 마음으로 이해한 세상’이다. ‘제행(諸行)’은 내 마음으로 이해한 세상을 ‘마음 작용[行]’의 측면에서 나타낸 것이고, ‘제법(諸法)’은 내 마음으로 이해한 세상을 ‘내 마음으로 이해한 세상[法]’의 측면에서 나타낸 것이다. 즉, 모두 ‘내 마음’과 ‘내 마음으로 이해한 세상’을 말한다.
오온은 세간(世間), 일체(一切) 또는 제법(諸法)의 구성에 대한 부처님 교설 가운데 하나이며, 연기법을 설명하는 또 하나의 교설이기도 하다. 간단히 정리하면, 세간, 일체 또는 제법은 ‘근간적인 부분’인 색온·수온·상온·행온·식온의 ‘큰 덩어리’가 ‘쌓여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오온을 말하면서, 색온은 물질에 해당하고 나머지 4온은 정신에 해당한다는 설명을 많이들 한다. 인간이 물질과 정신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은 맞는 말이지만, 색온이 인간의 물질적 부분을 가리킨다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이해이다. 그러한 이해는 부처님 당시 신흥 사문외도들이 주장했던 적취설(積聚說), 즉 세상은 지․수․화․풍․고․락․생명 등의 여러 요소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주장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경전을 살펴보면, 색온은 지․수․화․풍 사대와 사대로 이루어진 것[一切四大及四大造色 是名色]이라는 설명을 찾아 볼 수 있는데, 여기서 지․수․화․풍 사대는 흙․물․불․바람 그 자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각각 견고성(堅固性)․습윤성(濕潤性)․온난성(溫暖性)․유동성(流動性)을 뜻한다. 따라서 색온은 단순히 물질이 아니라, 대상에 대한 성질, 대상의 의미로 보아야 한다. 간략하게 말하면, 오온은 마음 작용을 다섯 가지로 나눈 것으로, 인식의 과정을 설명한 것이다.
우리 앞에서 드러난 세상은 오온이라는 인식 작용을 통해서 드러나며, 혹은 육근과 육경을 근거로 드러나며, 혹은 육근과 육경과 육식을 통해서 드러난다. 오온, 십이처, 십팔계는 우리 앞에 펼쳐진 세상[法]이 세상 그 자체가 아니라 우리의 인식 작용에 의해 드러난 세상임을 일깨워주고자 다양한 측면에서 말씀하신 가르침으로서 우리로 하여금 분별 망상을 빨리 내려놓으라는 데 큰 뜻이 있다고 할 것이다.

불교의 기본교리를 체계적으로 알려주는 교양서

이 책은 십이연기, 삼법인, 오온, 십이처, 십팔계 등 불교의 기본 가르침이 지닌 참뜻을 연기법에 대한 바른 이해에 바탕하여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낱낱의 파편으로 흩어지는 알음알이의 교리가 아니라, 연기법이라는 큰 틀 안에서 체계적으로 연결되며, 전체를 꿰뚫는 통찰을 독자에게 전한다. ‘연기법은 나에게 펼쳐진 세상은 나의 마음작용에 의한 것’임을 밝히고 있다는 저자의 말은 이러한 기본 교설에 대한 이해가 초기불교뿐만 아니라 대승불교 또한 바르게 이해할 수 있게 한다는 뜻이다. 그러한 점에서 불교의 기본 교리를 체계적으로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큰 도움이 된다.
‘불교 공부는 마음 공부’라고 저자는 말한다. 불교를 배우는 목적이 단지 이런저런 지식을 쌓기 위함이 아니라 내 마음을 잘 다스리는 데 그 목적이 있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불교의 기본 교리를 이해하고 배울 때도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하고, 그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고 결국 삶이 변화되어야 할 것이다.
책속으로 위로
강조하자면,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다….’라는 구절은 세상 만물과 세상 만물 간의 관계성을 설명한다기보다는 십이연기(十二緣起) 각 지분 상호간의 연관성을 설명합니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다….’라는 구절은 ‘무명이 있으므로 행이 있고, … 무명이 사라지므로 행이 사라지고, …’라는 십이연기에 대한 전제 말씀입니다. 서로 관계되는 대상 어디에나 적용할 수 있는 구절이 아닙니다.
따라서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다….’라는 구절을 아버지와 아들, 자연과 사람 등 서로 관계되는 대상 어디에나 적용하고 있는 오늘날의 사고는 한번 돌이켜 보아야 합니다. 이 구절을 인용하여 응용하는 사고마저 부정하지는 않지만, 이 구절의 가르침이 나타내는 중심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 29쪽에서

위와 같이 12지분 하나하나를 살펴보면 모두 마음 작용과 관계됩니다. 이러한 12지분의 마음 작용이 서로 관계하여 일어남으로써 고통이 야기되고 이러한 마음 작용이 사라짐으로써 평온을 얻는다는 가르침이 십이연기의 내용입니다.
따라서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다.…’고 하는 연기법은 세상 만물 간의 관계성을 설명하기보다는 이처럼 미혹과 업으로 인해 마음 작용이 서로 관계하여 일어나는, 우리의 분별하는 마음을 끊으라는 가르침으로 보아야 합니다. 즉, ‘서로 관계’라는 말은 마음 작용 간의 관계를 말하며, 이러한 마음 작용과 더불어 마음 작용으로 펼쳐진 세상이 ‘일어난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세상은 마음 작용 간의 관계로 펼쳐지는 것이지 그냥 홀로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쉽게 이해시키고자 ‘갈대 다발의 비유’와 같은 설법을 하셨습니다. 따라서 사물과 사물의 관계는 비유이지, 본디 주장의 핵심이 아닙니다. 본디 주장의 핵심은 바로 마음 작용의 관계성입니다. 그렇다고 불교에서 사물과 사물의 관계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핵심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즉 부처님께서는 내연기를 설명하고자 외연기를 비유로서 말씀하셨습니다. - 33~34쪽에서

생멸이란 단순하게 사물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것을 뜻하지 않습니다. 한 생각이 일어나는 것을 생(生)이라 하고, 한 생각이 사라지는 것을 멸(滅)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분별하는 마음 작용을 행(行)이라 하고 마음 작용에 의해 드러난 세상을 법(法)이라고 합니다. 드러난 세상인 법(法)의 무상함을 마음 작용인 행으로 나타낸 것이 제행무상입니다. 즉, 제행에서 행은 마음 작용입니다. 일체법무상 또는 제법무상이라고도 하지만 ‘법’이라는 용어보다는 ‘행’이라는 용어 자체에서 행위 또는 움직임이라는 의미로 무상의 뜻이 더 드러나기 때문에 보통 제행무상이라고 합니다. - 40쪽에서

즉, 법은 ‘세상 그 자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여건 속에 마음 작용을 따라 ‘나에게 드러난 세상’을 말합니다. 물론 그때 마음 작용도 법입니다. 법을 ‘현상’, ‘인식 현상’이라는 철학용어로 이해하기도 합니다. ‘수건’, ‘걸레’, ‘찻잔 받침대’, ‘접시’ 등은 그 사물에 고정된 실체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주어진 여건에 의해 나와 관계 지어 일어납니다. 즉, 마음 작용으로 연기(緣起)된 것이지 그 사물 자체에 ‘수건’, ‘찻잔 받침대’ 등의 고정된 실체는 없습니다. - 44쪽에서

‘제행’, ‘제법’, ‘일체’는 세상 자체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계속 강조해온 바대로, ‘내 마음으로 이해한 세상’입니다. ‘제행(諸行)’은 내 마음으로 이해한 세상을 ‘마음 작용[행(行)]’의 측면에서 나타낸 것이고, ‘제법(諸法)’은 내 마음으로 이해한 세상을 ‘내 마음으로 이해한 세상[법(法)]’의 측면에서 나타낸 것이다. 즉, ‘제행’, ‘제법’, ‘일체’는 모두 ‘내 마음’과 ‘내 마음으로 이해한 세상’을 말합니다. - 47쪽에서

오온이란 마음 작용을 다섯 가지로 나눈 것입니다. 색온(色蘊)은 대상에 대한 성격, 의미로서 마음 작용을 통해 새롭게 받아들여지기도 하지만, 과거 마음 작용에 의해 마음속에 들어있습니다. 대상을 인식할 때 대상 사물 자체가 의식 속에 들어와서 그 대상을 파악하는 것은 아닙니다. - 70~71쪽에서

즉, 오근은 우리가 보통 말하는 눈, 귀, 코 등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앞서 ‘근(根)’이란 ‘무엇을 일으킬 강한 능력’이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안근이란 신체인 눈을 말하기보다는 안식을 일으키는 능력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눈, 귀, 코는 무엇이란 말인가? 그것은 오근이 세상을 접할 수 있는 창문의 역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오근이 몸의 일부인 눈, 귀, 코 등을 통해서 대상을 접하게 됩니다. 우리는 오근을 눈앞에서 바로 알 수 없습니다. 오식이 일어날 때 오식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통해 오근이 있음을 견주어 알 뿐입니다.
마음의 흐름 속에 마음 작용(육식)을 일으킬 능력[공능(功能)]인 육근이 있습니다. 이러한 육근은 지난 세월 업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생의 경우 마음 작용을 일으키는 순간 마음 저변에 탐진치 삼독이 함께 하기 때문에 늘 번뇌에 물들어 있습니다. - 99쪽에서

무명은 글자 그대로 ‘지혜[明]가 없다’는 뜻입니다. 연기된 모습을 바르게 알지 못하고, 마음 작용으로 이루어진 것을 고정된 자아 또는 실체로 받아들이는 범부의 어리석음을 말합니다. 이러한 어리석은 생각에 의해 여러 마음 작용을 거쳐 구체적으로 개별화되고 실체화되어 나타난 것이 유(有)입니다.
그 과정을 살펴보자면, 어리석음[無明]에 의해 왜곡된 마음의 분별 작용[行]이 일어납니다. 그 마음 작용의 분별된 내용들로 마음의 흐름[識]이 이어지고, 이 마음에 의해 나와 세상을 분별하는 근거[名色]가 유지되며, 이 근거로 인해 인식 작용의 기능[六入]이 일어나 대상(나와 세상)과 부딪쳐[觸], 그 대상의 내용을 받아들이게 됩니다[受]. 그 가운데 사랑하는 마음[愛]이 일어나고, 이에 온갖 번뇌가 일어나 집착하게 됩니다[取]. 그리하여 그 대상이 실재 있다고 생각하여 구체적으로 개별화하고 실체화된 대상[有]으로 여깁니다. 그로 인해 그것이 생겨났다[生]가 변화하여 사라졌다[老死]고 생각하여 괴로움이 생기게 됩니다.
다시 말하면 어리석음에 의해 분별된 마음 작용으로 여러 관념(선입견)이 마음의 흐름 속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어떤 대상을 볼 때 그것을 기존의 관념(선입견)으로 그 무엇이라고 분별하게 됩니다. 그래서 연속적으로 항상하는 그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여 실제 존재하는 대상으로 여기게 됩니다.
- 123~124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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