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밝히는 등불들] 죽염 만드는 청수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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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밝히는 등불들] 죽염 만드는 청수선원
  • 황찬익
  • 승인 2007.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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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수행하는 사람들

지리산 자락에는 많은 종류의 사람들이 산다. 해발 천 미터를 능히 넘는 골짝에 움막을 짓고 약초나 나물을 캐며 사는 사람들이 있고, 토종벌을 키우며 꽃향기 따라 산을 넘나는 사람, 새봄 한철 고산지대에만 산다는 고로쇠 나무물을 받는 사람, 산장지기, 청학동 도인들까지….이들은 지리산만이 갖춘 넉넉한 품안에서 저마다 한 가지씩의 방법으로 수행하며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삶 자체가 수행인 사람들, 그들에게 있어선 따로이 수행 기구도 시설도 필요가 없다. 하늘과 땅, 산과 바람과 바위와 냇물만이 혹은 벗으로 혹은 머무를 방 한 칸으로 또 혹은 수행도량으로 곁에 있을 뿐이다.

 산자락이 흘러 평지와 맞닿는 곳에는 빙둘러 남원 곡성 구례 하동 산청 함양의 지리산을 좋아하고 지리산을 외경하는 순박한 백성들이 그 산 발치땅을 일구며 산다. 이 마을들에선 끝없이 이어진 지리산 능선을 우러르며 봉우리 하나 하나 골짜기 한골 한골 빛나는 이름을 지어 붙였다. 천왕봉, 반야봉, 피아골, 불일폭포…. 하나의 범천왕 밑에서 지리산은 전체가 또 하나의 별천지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벚꽃이 이제 막 피어나고 있는 섬진강 변을 따라 하동을 지나고 다시 진주쪽으로 가다보면 '진교'로 빠지는 샛길이 나온다. 주위에 울창한 왕대숲들이 군데 군데 보이는 시멘트 포장길을 조금 더 가다보면 첩첩이 산으로 막히고 물로 막힌 조그만 마을이 나타난다. 총가구수가 열 채 남짓, 그 중 시원스레 바람소리를 내고 있는 왕대나무숲을 등지고 널따란 대문을 열어제친 '청수선원'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매년 가을부터 대나무에 물이 오르기 시작하는 4월경까지 이 청수선원에서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대나무통에 죽염 다지는 소리가 들리기 때문이다.

 부산이 고향인 한담 씨와 세 명의 젊은 불자들이 이 곳 지리산 자락의 오지에까지 와서 무슨 인연인지도 모를 이 소금 굽는 일을 시작한 것이 3년째에 접어든다. 한담 씨 개인적으로는 이미 7년째가 되는 셈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대략 8년 전쯤, 20대 초반에 출가해서 지리산 토굴에서만 3년 동안 수행하던 한담 씨는 우연한 기회에 자신의 은사 스님인 길산 스님의 사형제 되는 스님에게서 말로만 듣던 죽업 만드는 비법을 전수받게 되었다.

 당시 청학동 근처의 토굴에서 수행중이던 그는 스님이 가르쳐 준 대로 처음 죽염을 구워 보았으나 모든 여건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가운데서의 첫 자굼은 그저 경험을 쌓는다는 의미에 만족해야 했다. 아울러 이 일이 얼마나 고되고 어려운  일인가에 대해 각오를 새로이 벼를 기회를 가져야만 했다.

 몇 달 후, 두 번째 시도에서는 아무 도와주는 사람 없이 혼자서 그 지루하고 힘겨운 공정을 치루어 냈다. 이것을 계기로 비로소 한담 씨는 지리산 깊은 산골짝의 사람들이 자기만의 방법으로 삶을 수행하고 있듯이 그도 그 자신만의 수행 방법으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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