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을 따라 올림픽도로를 타고, 김포를 지나, 1.2km의 초지대교를 건너니 어느새 강화도가 지척이다. 전등사 동문을 향해 가파른 언덕을 오르니, 둥그런 성문을 통해 액자 속 풍경처럼 녹음(綠陰)이 우거진 아름답고 푸르른 숲길이 펼쳐져 있다.
여기서부터 전등사의 시작이다. 전등사는 세 발 달린 솥을 거꾸로 엎어놓은 모양과 같다 하여 이름 붙여진 정족산(鼎足山)을 2.8㎞의 성벽으로 둘러싼 정족산성 안에 위치해 있다. 성문이 일주문의 역할을 하니, 정족산성 안이 곧 전등사인 셈이다. 한편 정족산성은 단군이 세 아들을 시켜 쌓았다고 전해 내려오고 있어 ‘삼랑성(三郞城)’이라고도 불린다.
동문을 들어서면 우측에 ‘양헌수 승전비’가 세워져 있다. 이 비는 병인양요(1866년) 때 프랑스 군대를 격퇴시킨 양헌수 장군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1873년에 건립된 것이다. 당시 프랑스 함대는 정족산성을 뚫고 전등사에서 점심을 먹겠노라 공언하였으나, 양헌수 장군이 정족산성에 포수 500여 명을 매복시켰다가 밤에 기습 공격하여 이를 물리쳤다.
승전비를 뒤로 하고 숲 속 황톳길을 따라 오르면, 아담한 정원이 딸린 찻집이 나온다. 정원에는 어느 해 눈이 많이 와서 죽은 나무그대로 장승과 학으로 조각해 새 생명으로 바꿔놓았다. 잠시 쉬며 새콤한 오미자차를 마시니 갈증이 사라지고 생기가 돈다. 혹 술 한 잔 생각나면 알코올 기운이 느껴지는 솔바람차를 맛보는 것도 좋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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