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인터뷰] 청춘상담소 좀 놀아본 언니들 장재열 대표
상태바
[만남 인터뷰] 청춘상담소 좀 놀아본 언니들 장재열 대표
  • 유윤정
  • 승인 2016.10.05 14: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상에 같은 고민들은 하나도 없어요.”

“세상에 같은 고민들은  

 하나도 없어요.”
 
청춘상담소 
좀 놀아본 언니들 
장재열 대표
 
1.png
 
 
청년들은 고민이 많다. N포 세대. 포기가 끊임없이 늘어난다. 어렵고 힘겨운 세대다. 이 쉽지 않은 시간을 버텨낼 청년들에게 불교는 어떤 역할을 해줄 수 있을까. 그래서 만났다. 대한불교청년회 홍보부장이자 온·오프라인을 통해 청춘들의 고민을 듣고 상담해주는 비영리 청춘상담소 ‘좀 놀아본 언니들(sevenbigsisters.modoo.at)’의 대표, 필명 ‘좀 놀아본 언니’ 장재열(32) 씨다. 좀 놀아본 언니들은 익명으로 고민 사연을 올릴 수 있고, 누구나 답변을 받을 수 있는 고민 상담소이다. 그는 2013년 11월 상담을 시작해 지금까지 그에게 손을 뻗은 청년들의 고민 2만 7천여 건에 하나하나 모두 응답했다. 그 많은 청년들은 어째서, 어떻게 그를 찾아가게 됐을까? 그는 어떻게 그들이 진짜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도록 만들 수 있었을까? 장 대표를 만났다. 높은 톤의 목소리와 거침없고 솔직한 이야기, 풍부한 표정과 재치 있는 몸짓에서는 끊임없이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친다.
 
|           누구나 발심發心만 한다면 
- 지난 3년간 ‘좀 놀아본 언니들’에게 상담을 요청한 청년들의 고민이 2만 7천여 건입니다. 굉장히 빠른 시간 안에 알려지고, 짧은 기간 동안 굉장히 많은 상담을 했네요. 
“초반에는 굉장히 빠른 시간 안에 온라인에서 인기를 얻었기 때문에 제가 가지고 있는 재능으로 인기를 끌었다고 생각했었어요. 돌이켜 생각해보니 타인의 이야기를 대가없이 들어주는 사람 자체가 우리 주변에 희소했던 것 같아요. 우리 주변에도 누구나 발심發心만 한다면 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사람들은 많아요. 그런데 그 발심을 하기가 어렵죠.”
 
- 일주일에 몇 건 정도 고민 상담 편지가 오나요?
“요즘에는 ‘좀 놀아본 언니들’ 홈페이지 상담으로 100건 정도 와요. 그 외에 제 개인 메일이나 페이스북 메시지로도 상담을 요청하는 친구들까지 보면, 월 평균 500건 정도 고민 상담을 하는 것 같아요.”
 
 - 요즘 청년은 주로 어떤 고민을 갖고 있나요?
“나이 따라 주된 고민은 달라요. 전반적으로는 연애가 많아요. 주로 10대 후반은 학업, 교우 관계, 20대는 주로 진로, 취업, 30대는 직장 생활, 결혼 등이 많습니다. 저희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사람들이 10대 후반부터 30대 후반 정도예요. 16~18세가 8~10%, 20~24세가 30%, 20대 중후반에서 30대 초반이 50%. 그 다음으로 30대 중후반이 차지합니다. 취업준비생, 직장 초년생, 예비신부·신랑들. 고민 상담의 코어 층이죠.”
- 동시대를 살고 있는 또래 집단의 고민의 결을 한눈에 알아보는 느낌입니다. 그런데 저 정도로 카테고리 분류가 가능하다면 답할 수 있는 내용도 비슷하겠어요.
“분류는 되지만 같은 고민은 하나도 없어요. 질문하는 사람이 다른데 대답이 같을 수 없죠. 같은 고민을 하더라도 내담자가 처한 상황들은 각각 다 달라요. 저희는 그들이 처한 상황에 맞추어 고민을 함께 나눕니다.”
 
- 예를 들면요?
“직장을 그만 두고 세계 여행을 떠나고 싶은 친구가 있어요. 수중에는 열심히 일해 모은 돈이 2천만 원 있어요. 그런데 여행을 다녀오고 나면 그 이후가 걱정이라는 거예요. 이런 상황일 때 대부분 청년 멘토들은 쉽게들 이렇게 이야기해요. ‘세계 여행, 당장 떠나세요. 그 조건에 지금 떠나지 않는다면 용기가 없는 거예요.’ 하지만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굉장히 폭력적인 응답이에요. 그 친구가 처한 상황을 고려해야 합니다. 그 친구가 여자인가 남자인가, 학자금 대출이 있나 없나, 부모님한테 용돈을 드려야 하는 상태인가, 아니면 부모님이 여행 자금을 더 보태줄 수 있는 형편인가 등등. 내담자가 처해진 상황에 따라 줄 수 있는 응답이 다르죠.”
 
- 왜 청년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시작하게 됐어요?
“처음부터 청년들을 위해 시작한 고민 상담은 아니었어요. 제 우울증 치료를 위해 시작한, 저를 위한 자문자답 치료 방법이었죠. 두 개의 아이디를 사용해서 한 아이디는 지금 내가 가진 고민을 쓰고, 한숨 자고 일어나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다른 아이디로 답변을 해주는 방법. 지극히 개인적인 블로그였는데 콘텐츠 양이 늘어나니까 검색 노출로 글을 읽는 사람들이 생겼고, 그 사람들이 자기도 고민상담을 해달라고 오기 시작한 거예요.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저는 우울증 완치를 판정받았어요. 그때 이 블로그를 폐쇄할 것인가, 아니면 나한테 상담해달라고 하는 청년들을 도와줄 것인가 고민하다가 돕기로 결정했죠.”
 
- 그런데 왜 ‘좀 놀아본 언니’인가요?
“하하. 제가 학창시절에 정말 열심히 놀긴 했지만, 좀 놀아본 언니는 상담을 위한 ‘페르소나( persona, 가면을 쓴 인격)’예요. 제가 블로그에 쓴 글을 보면서 고민 상담을 해달라고 했던 친구들이, 제 공개된 정보와 말투를 가지고 저를 유추하더라고요. 서울대 미대 나왔다 하고, 대기업 패션 회사에 인사채용담당자였다가 그만뒀다고 하고, 성격은 직설적인 것 같은데 약간 오지랖도 넓어 보이고, 30대 초반 여성이라고 생각한 거예요. ‘저 언니 좀 놀아본 것 같아.’ 하는. 본격적으로 상담을 시작하려니, 그럼 사람들이 그렇게 보는 캐릭터를 제 페르소나 삼아 이야기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상담자와 내담자의 교류에서 만들어진 이름이죠.”
 
- 그 ‘언니’가 ‘언니들’이 된 거군요.
“제가 이 역할을 시작했으니 다른 사람들도 저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은 타인에게 조언해줄 수 있는 능력이나 현명함을 누구나 가지고 있어요. 누구나 좀 놀아본 언니가 될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제게 상담을 받았던 내담자 6명이 ‘좀 놀아본 언니’가 되어서 같이 2015년 7월에 ‘좀 놀아본 언니들’을 비영리 법인으로 등록했어요. 예전에는 저 혼자 ‘좀 놀아본 언니’로 상담했다면 이제는 ‘좀 놀아본 언니들’이 함께 고민을 나누는 거죠. 저희는 우리 사회에 서로 고민을 상담하는 분위기가 더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는 이야기할 때에 항상 눈을 바라본다. 묻는 질문마다 걸림 없이 답한다. 한마디의 질문을 던지면 다양한 비유와 사례를 들려주며 자신의 생각을 건넨다. 그동안 해왔던 고민 상담처럼, 현재 상황을 짚어 내고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답을 돌리지 않고 말한다. 그는 “오지랖이 넓어서”라며 진심어린 애정을 담아 수많은 청년들의 고민을 듣는다. 손 내밀며 그 고민을 함께 나눈다. 고민 상담은 자기가 할 수 있는 재능으로 보시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가 운영하는 네이버 포스트 ‘좀 놀아본 언니’의 구독자 수가 5만 6천여 명, 그가 진행하는 유투브 동영상 콘텐츠 ‘언니TV’의 구독자만도 1만 4천여 명이다. 구독자 수는 매일 그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지금 청년들에게 고민 상담이 필요하다는 증거다.
 
|           청년들에게 불교란?
- 대불청 홍보부장이자 청년들의 고민을 상담하는 사람으로서, 불교는 청년들에게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청년들에게는 불교가 필요해요. 나 자신을 찾을 수 있게 하니까요. 불교는 어느 종교보다도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 있죠.”
 
- 하지만 청년 불자들의 수가 갈수록 줄고 있습니다.
“좀 더 일상의 언어로서 불교적 가치를 풀어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불교의 가르침은 지금 청년들에게 정말로 위안을 줄 수 있는데, 불교적 언어로 풀어내기 때문에 청년들에게 가닿지 않아요. 예를 들어 지금 우리 사회는 나는 나로서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나로서 존재하고 있어요. 그리고 개인의 존재를 더 드러내고 있어요. 그런데 불교에선 흔히 모두 비워내라, 모든 게 공이다, 라는 말을 사용하잖아요. 불교 가르침은 청년들 마음에 부담감을 줄여줄 수 있는 것이 확실해요. 그런데 그걸 불교적 언어로 말하기 때문에 잘 이해되지 않아요. 좀 더 캐주얼한 언어로, 일반 대중들의 언어로 번역기를 돌려야 해요.”
 
- 지금 청년들에게 절은 어떤 공간이 되었으면 하나요?
“내 마음을 꺼내 놓고 내 목소리로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내가 나를 볼 수 있는 공간이죠. 청년들의 마음을 고요하게 만들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내가 내 이야기를 하면서 부처님 말씀 같은 말이 나한테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어요. 내가 부처라고 하잖아요. 그래서 저는 템플스테이에서도 스님과의 차담 시간이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 스님은 청년들에게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스님과 이야기하는 시간은 고민 상담도 되고, 내가 말하면서 나를 알게 되는 시간이기도 해요. 스님과 이야기를 많이 할수록 불교공부도 되죠. 저만 해도 스님들하고 엄청 많은 이야기를 하는데요. 스님들과 나누는 이야기로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고 있어요.” 
 
- 좀 놀아본 언니들에서 템플테라피를 진행했습니다.
“좀 놀아본 언니들은 불교 단체가 아닌데도, 작년에 봉은사, 올해는 화계사에 가서 템플스테이를 하면서 테라피를 진행했어요. 템플테라피라고 이름 붙였죠. 절이라는 공간이 주는 고요한 분위기가 마음을 쉽게 열고 마음에 있는 소리를 잘 이야기하게 해줘요. 템플테라피를 진행해보면 각자가 가진 종교성을 떠나서, 정말 모든 내담자들이 자기의 내면을 다 끌어내 보여줘요. 저희 상담소 식구들도 비불자가 많은데 굉장히 잘 받아들이고 좋아해요.”
 
- 많은 청년들을 대상으로 템플테라피를 자주 진행해도 좋겠습니다.
“저희도 템플테라피는 확대하고 싶다는 이야기 되게 많이 해요. 그런데 저희는 비영리 단체라 돈이 없어요. 저희가 진행했던 템플테라피는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서 했어요. 그런데 절에 가면 세금계산서 발행이 안 되어서, 해명하고 증빙하기 어려운 고충이 있어요.”
 
- 불교계에서 청년 불자에게 그런 지원이 필요하겠습니다.
“저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청년들이 필요로 하는 활동에 지원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청년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조금 더 돌아봐주시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면 좋겠습니다.”
 
- 청년 불자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알려면 대화가 필요하죠.
“교계단체에 계시는 분들이 청년세대에 대해 정확히 알고 소통하기는 쉽지 않아요. 그러니 재가불자들이나 청년회가 그 역할을 해야죠. 다만 아쉬운 것은 지금 젊은 세대 자체가 적기 때문에 청년 불자의 수가 적어요. 그리고 그들과 소통이 가능한 니고시에이터(negotiator, 교섭자)가 없어요. 교섭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청년 불자를 찾아서, 여러 단체를 거치지 않고 그들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핫라인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 청년 불자들과 나누고 싶은 말이 있나요?
“불자라고 하는 생각에 어떤 고유의 틀에 얽매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나이 든 불자님들이 신심이나 신행을 측정하는 척도들이 있죠. 신행생활 열심히 하시는 분들은 포교사 시험 보고, 보살님들은 마야부인회라던가, 중앙신도회, 이런 법회를 얼마나 열심히 출석하느냐가 신심의 방증이 되는 것처럼 비춰져요. 우리 청년 불자들도 얼마나 명상이나 수행을 많이 했는가가 자랑이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나는 불자다, 라고 이야기하기 어려워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마음 한 켠에 부처님이라는 구심점이 있으면 불자라고 생각합니다. 풍경소리 뎅뎅 들으며 자기 생각을 잘 정리하는 것도 수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불교라는 텃밭 안에서라면 개개인의 씨앗으로 발아하고 개화를 하는 것은 모두 달라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래서 자신 있게 말해요. 저는 신심 깊은 불자예요.”
 
- 불교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습니까?
“불교라는 큰 성의 가장 바깥 문지기가 되고 싶어요. 이 성에 들어와 있는 사람, 들어올 사람, 성을 구경하는 사람, 모두 다 만날 수 있는 직업을 제가 가지고 있잖아요. 저는 문지기인데, 아주 친절한 문지기가 되고 싶어요. 검문, 검색이 아닌 인포메이션 센터의 역할.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목소리의 불교, 내가 느꼈던 불교를 하고 싶습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대화 속에서, 그는 자신이 움직이는 것 자체로 하나의 포교가 되는, 가장 밖에 서 있는 한 명의 문화포교사이고 싶다고 했다. 청년대중을 설득하려면 ‘이것이 나의 삶에 도움 되고 중요한 것이다.’라는 좋은 점을 보여줘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나답게 잘 살고 싶어 시작했던 블로그가 하나의 상담 문화로 자리 잡기까지 그의 중심에는 불교가 있었다. 자신을 내밀히 살펴서 문제를 해결했다. 이제는 청년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의 시선은 저 멀리에 닿아 있다. 인터뷰를 마치고, 그가 전한 마지막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인생은 온리마이웨이only my way예요! 마이웨이가 아닌 다른 웨이를 가려고 하니 힘들죠. 답은 내 안에 있어요.”                               
 
 
 
ⓒ월간 불광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