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에 만족하지 말고, 공들여 수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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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에 만족하지 말고, 공들여 수행하라
  • 불광출판사
  • 승인 2016.10.05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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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봉은 한평생 조주趙州의 ‘無 자 화두’를 참구하였던 선사禪師였다. ‘내가 말한 모든 법, 그거 다 군더더기’라는 열반 때의 말처럼 언어도단言語道斷 ・심행처멸心行處滅의 경지인 선禪의 세계는 체험의 세계이지 말로서 설명하거나 규정지을 수 없는 경지이다. 

| 진정한 간화선 수행자, 효봉
효봉의 행적과 법설을 살펴볼 때, 다음의 몇 가지의 특징을 살필 수 있다. 

첫째, 효봉은 화두를 타파하고도 열반에 드는 순간까지 ‘무 자 화두’를 놓지 않았다. 즉 그에게 있어서 ‘화두’를 드는 것은 깨닫기 위한 도구일 뿐만 아니라, 깨달음 이후에도 마음을 성성惺惺하게 하는 수행법이라 할 수 있다. 이는 깨침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간화선 수행이 필요함을 말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둘째, 정혜쌍수定慧雙修를 강조하였다. 일반적으로 정혜를 쌍수하는 것과 간화선의 방법이 다른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데 효봉에게 있어서는 정혜를 쌍수하는 것과 간화선 수행이 다르지 않음을 말하는 것이다. 즉 간화선과 돈오점수, 간화선과 정혜쌍수 사이에 아무런 모순이 없다고 효봉은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간화선은 남송대 대혜종고(大慧宗杲, 1089~1163)에 의하여 주창된 수행법으로 ‘화두’를 드는 선수행법을 말한다. 우리나라에는 고려시대 보조지눌에 의하여 수용되어 현재 조계종의 주된 수행법으로 정착되어 있다. 간화선 수행자는 발심 이후 스승에게 화두를 받는다. 이후 화두를 참구參究하게 된다. 의정疑情이 쌓여 의단疑團이 형성되어 타성일편打成一片이 된다. 화두를 의심해 들어가는 것이 의정이며, 간절히 의심해 들어가다 보면 의정이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 뭉치는데 이것을 의단이라 한다. 나중에 의단만이 홀로 드러나 화두와 내가 하나가 되어 서로 나누어지지 않고 한 몸을 이루게 된다. 의심 덩어리가 불덩어리가 되어 다른 것이 끼어들 틈이 없는 상태를 타성일편이라 한다. 화두가 뚜렷한 한 조각을 이루는 것이다. 

이렇게 화두 참구의 과정은 화두와 내가 하나가 되는 삼매의 경지에 들어간다. 화두 삼매는 그 철저함의 정도에 따라 동정일여動靜一如, 몽중일여夢中一如, 오매일여寤寐一如의 단계로 나눌 수 있다. 화두가 움직일 때나 가만히 있을 때나 한결같이 들리는 것을 동정일여라 하고, 화두가 깨어 있을 때나 꿈꿀 때나 한결같이 들리는 것이 몽중일여이며, 화두가 깨어 있을 때나 깊은 잠을 잘 때나 똑같이 들리는 것이 오매일여의 경지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어느 순간 깨달음이 있게 된다. 간화선 수행의 과정에서 눈 밝은 선지식을 찾아 때때로 점검받고 또 깨달음 이후에는 인가印可를 받아야 한다. 그 이후 보임保任의 과정에 있게 된다. 

효봉이 진정한 간화선 수행자임을 알 수 있는 것은 그의 삶을 통하여 이러한 간화선 수행의 과정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화두일념話頭一念의 정진, 장좌불와長坐不臥, 용맹정진, 선정삼매禪定三昧, 오도, 그리고 보임 등으로 이어지는 그의 수행 정신은 이를 드러낸다. 

| 효봉, 보조지눌을 섬기다
효봉 또한 깨달음 이후 일그러진 한국불교를 재건하려는 의지를 갖게 된다. 그것은 보조지눌의 목우자 가풍의 계승을 통하여 이루겠다는 의지로 압축된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경허의 제자인 만공과 한암의 영향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특히 한암은 보조지눌의 선풍을 크게 중흥시켰는데, 『한암집』 속에는 지눌의 글이 수행자의 귀감이 되는 표징으로 표현된 곳이 많이 발견된다. 

효봉은 목우자의 가풍을 계승하여 한국불교를 재건해야겠다는 원願을 세운다. ‘學訥’이란 법명은 ‘지눌 스님을 배운다.’는 의미이고, ‘曉峰’이란 법호는 ‘고봉 화상을 잇고 있음’을 상징하는 것이다. 즉 고봉을 계승하여 수선사修禪社 목우가풍을 다시 일으키는 새벽 봉우리임을 자처하고 있는 것이니, 그의 수선사 계승의식이 얼마나 강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이름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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