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천불천탑, 그토록 간절했던 열망은 무엇이었을까
운주사는 기억을 잃어버린 절이다. 야트막한 산의 평평한 골짜기를 따라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는 석불과 석탑들은 천년의 세월 동안 묵언 중이다. 말이 없으니, 개똥이 아비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저 돌은 누구이고, 왜 거기 서 있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돌들이 그렇게 서 있음으로 해서, 아득한 옛날 어떤 사람들의 간절한 염원 같은 것이 있었을 것이라는 느낌은 전해 온다. 세상 일이 대체로 모르는 것 투성이다. 나는 누구인지, 어느 바람결에 왔다 가는지도 모르는데, 하물며 저 돌의 사연을 어찌 알까? 오직 저 돌이 왜 저기 서 있을까, 옛 사람들이 그토록 이루고자 했던 열망은 무엇이었을까, 라고 생각하는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만 분명할 뿐. 그것 하나로 운주사 여행의 준비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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