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있는 사람] (주)정우 조정원 대표(공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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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있는 사람] (주)정우 조정원 대표(공간 디자이너)
  • 하정혜
  • 승인 2015.12.10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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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불성을 디자인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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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불교 공간디자인은 어떠해야 하는지 묻자, 조정원(49) 대표는 ‘위로’라는 단어를 꺼냈다. 일본불교에서 비롯된 ‘젠스타일Zen style’이 장식적 요소를 덜어내고 비움을 추구한다면, 그가 지향하는 것은 위무慰撫다. 위로하고 어루만져 달랜다는 뜻을 갖고 있다. 재료의 색과 질감, 조명, 면의 크기와 배열 등 고려할 요소는 많다. 그것들이 융합되어 불성을 갖기까지, 공간 디자이너는 각각의 제자리를 찾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그것들과 대화해야 한다. 그러면 어느 순간 공간이 스스로 말을 건넨다. 조정원 대표의, 위무의 공간철학이다.
 
| 마음을 어루만지는 공간
“패션디자인으로 치자면 아이디어를 스케치로 그리는 사람이 있고, 스케치를 보고 느낌을 살려 옷을 만드는 사람이 있잖아요. 스케치가 옷이 되는 과정은 또 달라요. 창작이죠. 공간 디자이너가 하는 일이 그거예요. 처음엔 스케치만 왔어요. 도면에서 시공까지 석 달을 꼬박 매달렸죠. 현장에서 보낸 세월이 20년인데, 그 노하우를 다 녹여 넣고 스님과 계속해서 소통하고 수정하면서 만든 결과물입니다.”
 
한국불교 1번지 조계사 관음전 얘기다. 한국불교 대표사찰로 불리면서도 참배공간은 대웅전이 유일했던 조계사가 인근 4층 건물을 매입해 리모델링을 맡겨 왔다. 선아트스페이스 박경귀 원장과 함께 작업을 진행했다. 불광 사무실에서 조계사가 가깝다. 가끔 마음을 가라앉히러 가는 곳이 관음전이었다. 
 
조정원 대표는 건축물의 기본골조만 두고 철거한 다음, 골조와 공기순환시스템을 보강하고 공간을 재구성했다. 관음전에서 무엇보다 신경을 쓴 부분은 ‘비율’이다. 1mm만 어긋나도 다르게 보이는 것이 ‘안목지수’이기 때문이다. 오와 열, 문살과 불상의 크기, 좌측 창과 우측 수납문까지 대칭과 비율을 최적화했다. 바닥재는 어간이 되는 중심부터 깔아서 퍼져나가도록 했다. 그렇게 공을 들인 만큼, 관음전에 들어서면 직관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관음전 작업과정 내내 조정원 대표는 육식을 피했다. 국수도 “계란 빼고 주세요.” 해서 고명 없이 먹었다. 그래야 마음이 편해서다. 현장 작업자들을 지휘하는 것도 ‘불자답게 하자’고 스스로 다짐했다. 현장 작업자들 중에는 기독교인이나 절밥을 처음 먹어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공양간에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 숟가락을 들지 못할 정도로 불편해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이 이 불사를 하면서 부처님과 인연을 맺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심으로 대했다. 이유 없이 다툼이 일어나던 현장이 어느 날부터 조용해졌다. 공사가 끝날 무렵에는 불교에 배타적이던 작업자들이 사찰을 편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포교가 멀리 있는 것이 아니구나, 실감했다.
 
그의 불교 인연은 유년시절부터 이어진다. 수원 용주사가 원찰이다. 어머니를 따라나선 절집 풍경은 어린 정원에겐 낯설었다. 오방색이라고 하는 전통건축 특유의 강렬한 색채가 무섭기도 했다. 절이 편안한 공간이었으면 좋겠다는 철학은 어린 시절 경험에서부터 숙성돼 온 것이기도 하다. 대학 졸업 후 대한불교청년회 임원으로 활발한 활동을 할 당시에도, 마주치게 되는 불교 공간은 늘 아쉬움으로 남아있었다. 미술을 전공하고 건축현장에서 다진 내공으로 30대에 회사를 차렸다. 불교 일로는 수원사 지장전을 처음 진행했다. 시간이 흘러 돌아봐도 신심으로 임했던 작업이다.
 
지금은 삼성물산 협업사로도 일하고 있다. 아산 탕정 쪽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구석기 유물이 나왔을 때, 삼성물산 측이 전시관 작업을 맡겼다. 아파트 내에 유물전시관을 지어서 주민들이 문화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다른 시대와의 공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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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을 새롭게, 불교를 생생하게
중학교 시절, 그림을 배우고 싶었다. 미술학원을 가고 싶다고 하니 아버지는 서예학원에 보냈다. 그것밖에 없더라는 것이 이유 아닌 이유였다. 그때만 해도 그림 그리는 일이 대접 받지 못하는 분위기라 아버지 뜻을 거스르지는 못했다.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했지만, 대학원에서는 디자인을 공부했다. 3년 전 성균관대학교에서 동양철학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하면서 논문을 쓰려면 서양의 공간을 알아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올해부터 홍익대 공간디자인 박사과정을 시작했다. 평생에 걸쳐 동양과 서양을 오가며 철학과 미학을 섭렵한 셈이다. 자연스럽게 ‘서구화된 현실공간에 동양의 정신을 적용하는 것’이 화두가 됐다. 
 
“옛것은 익숙하고 편해요. 하지만 거기에 집착한다면 다음 세대는 어떻게 될까요? 젊은 정신, 살아있는 정신을 낡은 몸에 주입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봐요. 새롭게, 새롭게 적응해 나가야죠. 그렇다고 모던한 게 전부는 아니에요. 불교 공간에서는 신심과 존경, 엄숙함이 우러나와야 되고, 주거공간은 주거공간대로 구성원이 지향하는 가치를 담아야 하구요. 우리가 살고 있는 서구화된 공간형태 속에, 우리 정신에 뿌리내리고 있는 동양의 순환적 가치를 어떻게 구현할 것이냐, 그게 관건이죠.”
 
앞으로 가능하다면 불교 일을 많이 하는 것이 조정원 대표의 꿈이다. 스님들이 타종교인에게 사찰건축을 맡긴다는 소식을 들을 때면 속이 상하곤 한다. 불자 전문 인력이 여기 있다고 알릴만도 할 텐데 타고난 성정이 그러지를 못한다. 인연이라면 만나지리라,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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