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로 흰 보석, 강 린포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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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흰 보석, 강 린포체
  • 만우 스님
  • 승인 2015.06.13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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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린포체(수미산) 가는 길 – 다섯

해가 지고 밤이 온다. 하루를 마무리 하는 손길들이 분주하다. 코라를 무사히 마치고 돌아온 사람들, 중간에 되돌아 온 사람들, 이제 도착한 사람들, 고단했던 시간들을 내려놓고 다시 다가올 시간들을 새롭게 정비한다. 히말라야 산중 숙소는 거의 전력사정이 좋지 않아 저녁을 먹고 나면 전기가 공급되는 짧은 시간동안 다음 날 일정을 준비하고 잠자리에 들어야한다. 밤을 온전히 밝히는 어떠한 인위적인 불빛도 없기 때문에 밤새워 일하는 사람도 없고 주인도 나그네도 동물들도 그대로 밤과 하나가 된다. 달빛과 별빛만이 어둠을 비켜서게 할 뿐, 파괴되지 않는 순수한 어둠의 시간이 밤을 이끌고 간다.

‘옴 아 훔 바즈라 구루 파드마 싯디 훔’

 

| 마니석들의 담이 안내하는 길

오늘은 안코라를 하는 날이다. 다행이 날씨는 맑아 숙소 마당에 서니 멀리 해발 7,649m 메모나니 산이 아침햇살에 자태가 선명하다. 어젯밤 잠자리에 들면서 비록 눈에 막혀 바깥코라(Out Kora, 파콜)는 포기했어도 안코라(Inner Kora, 낭콜)는 무사히 마칠 수 있게 해달라고, 아니면 강 린포체라도 제대로 볼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구루 린포체 진언을 염송했는데 어쨌든 강 린포체의 얼굴은 볼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들뜬다.

낭콜이라 불리는 안코라는 길이가 38km에 이르는 하루 일정으로는 굉장히 힘든 코스이다. 날씨가 풀려 눈은 많이 녹았지만 길은 질척거리고 고지대에는 아직도 눈이 많이 쌓여있다.

가이드에게 오늘 일정을 물어보니 셀룽serlung 곰빠까지 가서 되돌아올 예정이란다. 강 린포체 바로 아래에 있는 디궁 카규파 13개 스투파가 있는 곳은 날씨가 좋을 때도 낙빙 낙석 때문에 위험해서 쉬이 접근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한다. 가보면 알겠지.

설맹雪盲 때문에 병원치료를 받은 스님과 고소 증세로 저녁을 거른 거사님도 다행히 기운을 차려 다 함께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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