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空이란 무엇인가?
상태바
공空이란 무엇인가?
  • 불광출판사
  • 승인 2015.05.04 17: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空(1)

첨단 과학이 발달하면서 우리 사고방식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그러나 아직도 초상집에 섣불리 가면 액운이 붙는다는 속설을 믿는 사람들이 더러는 있다. 이 속설은 초상집에는 액운이 있다는 고정관념의 표현이다. 그래서 초상집 가기를 기피한다. 어쩔 수 없이 가야만 한다면 액운이 붙는 것을 막기 위해 여러 방편을 쓴다. 초상집에서 돌아와 자기 집 현관에 들어서기 전에 몸에 소금을 뿌리는 것도 액운을 쫓기 위한 것이다.

| 초상집에 가면 액운이 붙는다?
이런 속설에 근거하면, 초상집의 액운은 내가 가든 가지 않든 변함없이 늘 있다. 내가 가면 액운이 붙고, 가지 않으면 액운이 붙지 않는다는 식이다. 이런 사고방식은 초상집뿐만 아니라 ‘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초상집에 가고 가지 않음에 상관없이 여전히 나는 ‘나’로서 있다. ‘나’라는 고유의 본질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따라서 ‘초상집에 가면 나에게 액운이 붙는다’는 생각은 마치 흰 종이(‘나’)에 검은 종이(초상집의 액운)를 붙여 놓은 것과 같다는 발상이다. 두 색깔의 종이는 서로 붙여지기 전에도 각각 흰 종이와 검은 종이였고, 떼어 낸 후에도 변함없이 각각 흰 종이와 검은 종이이다.

앞에서 ‘연기緣起’란 ‘여러 가지 조건에 의해 생겨남’을 뜻한다고 했다. 또한 모든 것은 연기의 이치에 의해 생겨난다고 했다. 그 일례로 들었던 것이 물이 컵이라는 조건에 의존하여 컵 모양이 생겨난다는 것이었다. 

‘초상집에 가면 나에게 액운이 붙는다’도 ‘내가 초상집(액운)에 간다는 조건에 의존하여 나에게 불행이 생겨난다’고 풀어 쓸 수 있다. 말의 표현으로만 보면 ‘조건에 의존한 생겨남’, 즉 ‘연기’에 해당한다고 생각될 것이다. 따라서 연기를 이런 식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컵 모양과 초상집의 예를 각각 간략하게 도식으로 표시해 보자.

물 + 컵 → 컵 모양의 물
나 + 초상집(액운) → 나의 불행

물과 컵이라는 조건에 의존하여 컵 모양을 한 물이 있고, 나와 초상집이라는 조건에 의존하여 나의 불행이 있다는 도식이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다”는 연기의 정형구에도 잘 맞는 것처럼 보인다. 

초상집에 간 결과 불행이 생겨났다면 그 불행은 연기의 이치에 따라 생겨난 것이 맞다. 그러나 불행이라는 결과가 어떻게 해서 생겨났는가에 대해서 위의 초상집의 경우와 같이 생각하면 심각한 오류가 생기고 만다. 나와 세상을 바라보는 세계관은 물론 열반涅槃의 정의에서도 큰 차이를 초래하게 된다.

왜 오류가 생길까? 앞서 연재한 연기(3)에서 컵 모양의 예를 들 때 이런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 단단히 주의시킨 부분이 있다. 그 내용을 다시 보면 이렇다. 

“명심해야 할 것은, 물에 고정된 모습은 없지만 변하지 않는 물 그 자체는 있다고 생각하면 잘못이라는 것이다. 물 자체도 조건에 의존해서 생겨난 것이며 조건이 다하면 소멸한다. 물도 온도가 올라가면 수증기가 되어 증발하고 만다. 물뿐 아니라 다른 모든 것도 마찬가지이니 주의해야 한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