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은 어둡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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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은 어둡지 않다
  • 만우 스님
  • 승인 2015.05.04 1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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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린포체(수미산) 가는 길 – 넷

 

거센 바람에도 흔들림 없고

濫風吹不動

겁화에도 더욱 견고하네

劫火洞逾堅

무위진인은 머무는 곳 없는데 머무나니

無位眞人住無住

흰 구름만 부질없이 문 앞을 서성이네

白雲徒自訪門前

 

돌집(石庵) - 태고보우太古普愚

 

| 타르쵸가 되고 타르쵸가 타르쵸를 장엄하고

멀리 눈 때문에 다시 돌아가는 순례객들의 행렬이 움직이는 타르쵸 같다. 다양한 색깔의 복장, 배낭들이 수묵의 이 풍경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것은 곳곳에 배치되어 이미 오래된 풍경으로 자리한 타르쵸나 룽다에 익숙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인적이 닿는 곳이면 어디든지 어김없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는 깃발들, 삶의 시작부터 죽음의 순간까지 함께하는 오색의 깃발들은 본질적으로 몸의 사대가 우주의 사대와 잇닿아 있다는 표식이며, 단순히 공간에 대한 결계를 넘어 마음에 대한 결계를 의미한다. 공간의 결계가 마음의 결계로 이어지고 청정성을 회복한 마음이 다시 우주의 빛으로 하나 될 때 각각의 존재는 이 우주를 장엄하고 변화시키는 타르쵸가 되고 타르쵸가 타르쵸를 장엄하고…. 중중무진의 우주적 연동성이 깃발에 있다. ‘마음이 움직이는가, 깃발이 움직이는가.’ ‘마음이 움직인다는 마음과 깃발이 움직인다는 마음이 다른가, 같은가.’ 깃발을 보면 육조 혜능의 데뷔 무대라 할 수 있는 인종 법사의 법석이 항상 떠오른다. 슬며시 생각을 접는다. 너무 많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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