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가려면 둘이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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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가려면 둘이서 가라
  • 불광출판사
  • 승인 2015.01.29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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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끌림, 결혼, 이별
“빨리 가려면 혼자서 가고, 멀리 가려면 둘이서 가라”는 말이 있다. 요즘 들어 부쩍 인생길을 둘이서 함께 가겠다고 소식을 전하는 친구들이 있다. 아무리 애쓴다 해도 누군가에게로 향하는 마음은 막는다고 해서 막아지는 게 아닌 모양이다. ‘마음 가는 곳이 곧 인연’이라더니, 인간의 끌림이란 자신의 모든 것을 상대에게 주게 만드나보다. 그래서인지 결혼을 앞둔 신부는 마냥 아름답다. 사랑함으로써 점점 더 성숙해지더니, 사랑받음으로써 자기 안에 잠들어있던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한 장점이 깨어난다. 한동안 축 쳐져있었는데, 이제 보니 사랑만이 사람을 일으켜 세우는가보다.

청첩장을 받은 지 며칠 후, 대구 은사스님 절에 행사가 있어 가게 되었다. 내려가는 길에 역에서 택시를 탔는데, 초췌한 기사님이 조심스레 말을 걸어왔다. 사연인즉, 몇 달 전 사랑하는 아내가 떠났다는 이야기다. 아내를 간병하기 위해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5년 8개월 동안 곁을 지켰지만, 결국 아내는 저세상 사람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평소 워낙 사이가 좋았던지라 아내를 떠나보낸 뒤, 그냥 따라 죽고 싶은 심정뿐이었다고 한다. 그래도 자식들 생각해서 살아야지 싶어 겨우 정신 차리고 택시 일을 시작했는데, 이 일조차 손에 잘 안 잡혀 그날 내가 두 번째 손님이라고 했다. 벌써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시간이었는데 말이다. 

그래서 자제분에 대해 물어봤다. 딸만 둘인데, 하나는 결혼을 했고 하나는 직장을 다닌다고 했다. 너무 외롭고 힘들어서 혼자 사는 둘째 딸에게 들어와서 아빠랑 같이 살자고 전화를 했더니, “아빠, 나도 사생활이 있잖아.”라고 했다나. 전화를 끊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며 말씀을 하면서도 기사님은 울먹였다. 자식들 키워도 다 소용 없다면서 크게 내쉬는 한숨이 몹시 속상한 눈치였다. 듣고 있던 나도 혀를 찼다. “쯧쯧, 저런 저런. 각자 사정이야 있겠지만, 그래도 아버지한테 그렇게까지 말하는 건 아니지.” 안타까운 마음 가득했지만, 부디 다시 힘내서 열심히 살아가시길 부탁드리고 택시에서 내렸다. “스님, 부끄러운 얘기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열심히 살겠습니다.” 마지막 말이 뭉클하게 가슴 한 구석에 남았다. 

사랑하는 이들이 보금자리를 이루고 함께 살다보면 서로에게 힘이 되는 건 부부뿐이란다. 오래 살고 보면, 자식도 소용없다는 얘길 어르신들께서 곧잘 하신다. 『본생담』에서는 “부부 사이야말로 인간관계의 기본이다. 그 기초 위에서 자식과의 관계가 성립되고, 이어서 형제, 상하관계가 성립된다. 그러므로 그 기초가 올바르다면 나머지 인간관계는 잘못될 것이 없다.”고 했다. 부부관계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타는 듯한 격정으로 서로 사랑하여 결혼했어도 살면서 서로에 대한 인간적인 존엄함을 놓친다면, 그들은 함께 살면서도 이별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니 사랑하는 마음이 존재한다면, 또 그것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상대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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