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바라보는 방법 그리고 1%의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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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바라보는 방법 그리고 1%의 희망
  • 불광출판사
  • 승인 2014.11.04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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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우리 사이좋게 지내요. 우리는 다 같이 사이좋게 지낼 수 있어요. 어차피 한동안은 이 땅에 다 같이 발붙이고 살아야 하잖아요. 그러니 서로 노력을 해가자고요.” 
(로드니 킹Rodney King의 말, 1992년 5월 1일 흑인 로드니 킹이 LA경관 4명에게 거의 죽을 지경으로 구타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약 1년 뒤 재판에서 경관은 모두 무죄판결이 났고, LA에서는 6일 동안 심각한 폭동이 일어났는데, 이때 로드니 킹이 나서서 전한 평화의 메시지이다.)

| 더불어 산다는 것
계절이 바뀌고 있다. 산중 절에서 생활하다 보면 계절이 바뀌는 것을 금세 실감할 수 있는데, 도시에서 오래 생활하다 보니 계절을 다른 스님들보다 늦게 체감하는 것 같다. 대신 산중 스님들보다 더 빨리 느끼는 것이 있다. 바로 세상의 아픔이다. 요즘 세상은 단 하루도 쉽게 넘어가는 날이 없는 것 같다. 예기치 못한 곳에서 울퉁불퉁 터지는 사건 사고들이 넘쳐나고 있다. 그 속에서 사람들은 마냥 기다려 달라고, 제발 잊지 말고 기억해 달라고 끊임없이 울부짖는다. 괴로움은 한이 되어 허공을 덮고 바다에서 슬피 운다. 
최근 나는 한 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스님이 사랑한 책’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 인터뷰를 위해 주제에 맞는 책을 찾으려고 피로하게 쌓인 책 더미를 몇 번이나 진지하게 둘러보았다. 그간 나의 독서취향이 얼마나 중구난방이었는지 확연히 느껴지기도 했고, 그 어떤 방향의 독서에도 깊이가 없었다는 점을 실감하는 반성의 계기도 되었다. 한마디로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아는 것이 없구나 싶어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결국 고민 끝에 전공과 관련된 제임스 레이첼즈의 『도덕철학의 기초』라는 책을 골랐다. 
이 책은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이후, 내 삶에 있어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책이다. 7년 만에 한국에 들어왔을 때 나는 모든 게 낯설었다. 우리사회도 낯설었고 불교계도 낯설었다. 온전히 한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국경 어디쯤에서 서성이고 있는 듯 나의 정체성은 모호했다. 사회현상이나 세상살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만한 말이 통하는 상대도 없었고, 무엇보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조차 몰라 소통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다양한 책을 읽어야겠다 싶었다. 아니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불교 밖의 외서外書라고 판단되는 일반서적들 중에서만 골라 읽었다. 그러다 만났다. 이 소중한 책을. 
『도덕철학의 기초』는 제목처럼 딱딱한 느낌의 책이 아니다. 여러 가지 예화를 소개해준다. 하나의 사안을 바라보는 데 있어 다양한 각도로 바라볼 수 있다는 사실, 즉 우리에게 입체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예를 들어, 병고로 고통스러워하는 자식을 죽인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나 무뇌아 아기의 장기이식에 관한 논쟁, 샴쌍둥이의 분리수술을 반대하는 부모 등이 나온다. 어느 것 하나 결론은 내기 어려우나 모두의 입장이 다 이해되는 그런 가슴 아픈 문제들이다. 어쨌든 이런 논쟁들을 읽어가며 내 사고방식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인생의 큰 틀도 서서히 바뀌는 듯했다. 여러 가지 딜레마에 직면했을 때, ‘그것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모든 이에게 이익이 될 만한 일을 선택할 수 있는가’ 생각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그 길을 찾아가는 이정표가 되어준 책이 바로 『도덕철학의 기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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