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무도로 배우는 내 몸 사용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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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무도로 배우는 내 몸 사용설명서
  • 불광출판사
  • 승인 2014.11.04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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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제동 비로자나국제선원 선무도 수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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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움직임을 조율하면 마음에 힘이 생겨요”
궁금했다. 도심에서 선무도를 수련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수요일 저녁, 무악재 언덕 위 아담한 빌딩에 자리 잡은 비로자나국제선원의 선무도 서대문센터 수련장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말 그대로 남녀노소였다. 초등생부터 허리 굽은 70대 노인까지, 무예인이 아닌 평범한 일반인 10여 명이 편안하게 앉은 자세로 호흡을 가다듬고 있었다.
“온몸의 힘을 빼고 충분히 이완시킨 다음 숨을 쉽니다. 코를 통해 호흡하되 천천히 깊게 들이쉬고 숨결이 발끝까지 흘러들어온다고 생각하십시오. 내뱉는 숨에 입술을 살짝 벌려 천천히 ‘스’ 하고 소리를 냅니다. 이것은 ‘삼토식三吐息’으로서 전신의 탁기를 뽑아내는 호흡법입니다. 호흡할수록 숨이 편안해지고 마음이 상쾌해지는 것을 느껴 보십시오.”
지도법사인 신수인 사범의 차분한 설명이었다. 호흡에 의식을 두고 천천히 숨 쉬는 것만으로도 금방 마음결이 잔잔해졌다. “스” 하고 길게 내뱉는 호흡 뒤에는 의식이 한층 맑아짐을 느낄 수 있었다. 호흡이 이어질수록 수련생들의 얼굴에도 평온이 깊어졌다. 
호흡은 심리의 반영이다. 현대인은 보통 1분에 18회 가량 짧고 얕은 숨을 쉰다. 노이로제 환자의 경우 호흡의 횟수가 빠르고 내쉬는 숨이 짧은 것은 긴장과 불안으로 숨이 거칠어진 결과다. 선무도에서는 호흡을 고르게 조화시키는 것을 ‘조식調息’이라고 하며 들숨과 날숨을 깊고 길게 하여 1분에 4~5회 호흡하는 것을 이상적으로 본다. 들숨과 날숨은 각각 1:2의 비율로 조절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호흡은 심리상태와 강력하게 연결되어 있기에 조식은 곧바로 심리적 안정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발가락부터 발목, 무릎, 고관절 등 관절을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유연공’이 이어졌다. 수련생 중 초등생 어린이의 몸은 감탄이 절로 나오도록 잘 굽혀졌는데 나의 굳은 관절은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다리를 뻗고 앉아 팔을 뒤로 짚고 엉덩이를 들어 올리는 동작에선 안간힘을 써야했다. 그럴 수밖에, 팔의 힘은 약하고 몸은 무거우니 어찌할 도리가 없다. 13년 간 선무도를 수련한 신수인 사범의, 물 흐르듯 유연하고 힘쓰지 않는 듯 가뿐한 동작이 신기하고 부러울 따름이다. 쉬운 동작임에도 의지대로 따라주지 않는 내 몸이 야속해지기 시작한다. 
“선무도는 내 의지로 몸을 쓰는 것이 아니라 의지를 내려놓고 몸이 움직이게 하는 거예요. 나를 버리는 연습이죠. 그러면 저절로 마음에 힘이 붙습니다.” 
수련생들과 함께 동작을 하던 선원장 자우 스님의 말이다. 오빠 정현(14세)이와 함께 온 정민(11세)이가 스님의 설명에 힘을 보탠다. “선무도는 자연스러워요. 1년 동안 배우다 그만둔 발레나 다른 운동은 억지로 동작을 하게 하는데, 선무도는 아니에요. 그래서 재밌어요!” 자우 스님은 선무도의 핵심을 정확하게 간파했다고 평했다. 움직임을 내 몸에 맡기는 그것, 자연自然의 조율이다. 와선臥禪 동작을 안내하며 신수인 사범의 설명이 계속됐다.
“선무도는 내면의 에너지를 끌어내는 수련법입니다. 와선이 한 예가 될 수 있어요. 충분히 이완된 우리 몸은 ‘현재의식’에서 ‘잠재의식’으로 권한을 이관하게 됩니다. 잠재의식이 치유에너지를 작동하게 하는 거죠. 선무도 수련을 하면 먼저 자신의 문제를 알아차리게 되고, 주의 깊게 몸을 움직이면서 그것이 그대로 치유가 되는 것입니다.”
선무도 입문 2년차인 유정이(47세) 씨는 선무도를 시작하고 나서 평소 자신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선무도를 통해 몸의 균형을 찾게 되고 긴장이 풀리자 항상 찌푸렸던 얼굴도 자연스레 밝아졌다. 올해 마흔을 넘기며 건강의 적신호를 실감했던 강호범(41세) 씨는 수련 2주 만에 집중력이 높아지고 몸이 편안해지는 것을 체험했다. 주위에서 먼저 눈치챌 정도의 변화였다. 스트레스로 불면증과 공황장애에 시달리던 한 직장인 여성은 오랜 마음의 병에서 벗어나 해방감을 맛보는 중이라고 했다. 남녀노소 중에서도 스트레스가 가장 많은 30~40대에게 선무도를 권해야 할 이유,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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