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몸을 먹은 뒤에야 끝낼 수 있는 식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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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몸을 먹은 뒤에야 끝낼 수 있는 식탐
  • 불광출판사
  • 승인 2014.08.12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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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로마 신화에서 나무는 아름다운 다프네나 파에톤의 죽음을 슬퍼하는 누이의 화신이다. 그만큼 그리스로마 사람들은 나무와 숲을 신성시했다. 그런데 여신 데메테르에게 봉헌된 숲을 도끼로 쳐낸 미욱한 인물이 있었다. 바로 에뤼시크톤이었다.

 

| 숲의 여신에게 노여움을 산 사나이

에뤼시크톤은 데메테르의 신전 가까이 사는 사람이었는데, 신앙심이라고는 없어서 신전에 향 한 번 피워본 적이 없었다. 데메테르에게 봉헌된 숲에는 아름드리 굵은 참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태곳적부터 자라온 둥치는 하늘을 향해 솟아있었고, 가지에는 데메테르에게 봉헌된 꽃다발이 걸려 있었다.

나무의 요정인 하마드뤼아스 요정들은 손에 손을 마주잡고 이 나무를 돌며 춤을 추곤 했는데, 둥치의 둘레가 무려 7.5m에 달했다. 멀리서 보면 흡사 하늘을 받치고 있는 기둥과 같았을 것이다. 이 나무에 비하면 다른 나무들은 하찮은 관목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에뤼시크톤은 이 나무를 베려고 했다. 하인들이 망설이자 에뤼시크톤은 하인 중 하나의 손에서 도끼를 빼앗아 들고서 이렇게 지껄였다.

“이것이 여신이 사랑하는 나무든 아니든 내게는 아무 상관도 없다. 설령 이 나무가 여신이라고 한들 내 앞을 막고서야 어찌 무사하랴?”

에뤼시크톤이 참나무에 도끼질을 하자 도끼 자국에서는 피가 흘렀다. 주위에서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이 모두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보다 못한 한 사람이 에뤼시크톤의 도끼질을 말렸다. 에뤼시크톤은 둥치에서 뽑아든 도끼로 사내를 내리쳤다. 그러자 참나무에서 이런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이 나무에 깃들어있는 데메테르 여신의 요정이다. 내가 네 손에 찍혀 죽기 전에 말해두겠는데 너는 천벌을 받을 것이다.”

에뤼시크톤은 도끼질을 멈추지 않았고, 끝내 나무는 밧줄에 끌려 쓰러졌다. 이 나무에 깔려 넘어진 나무의 수를 헤아리기 어려웠다. 하마드뤼아스들은 나무가 쓰러지자 상복으로 갈아입고 데메테르에게 찾아가 에뤼시크톤이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데메테르 여신은 하마드뤼아스들의 간청을 들어주지 않을 수 없었다. 데메테르가 고개를 끄덕이자 논밭의 잘 익은 곡물들도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럴 게 데메테르는 곡물의 여신이기도 하다. 데메테르 여신은 에뤼시크톤에게 무서운 벌을 내리기로 작정하고 숲의 요정인 오레이아스를 불러 이렇게 일렀다.

“얼음에 덮인 스퀴티아 땅 끝까지 가면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없는 불모의 땅에 이르리라. 그곳에는 애오라지 한기와 공포와 전율과 기아만이 살고 있을 것이다. 가서 기아의 여신에게 에뤼시크톤의 뱃속으로 들어가라고 전하라. 그리고 아무리 많은 음식물이 들어와도 그곳을 떠나지 말라고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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