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마음까지 환히 밝혀 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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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음까지 환히 밝혀 주길
  • 불광출판사
  • 승인 2014.06.02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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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에서 마주한 불교문화 | 안양 한마음선원 등 만들기

| 지혜의 광명을 담아 무명을 밝히는 등불
『화엄경』 「입법계품」에서는 연등에 대해 “믿음을 심지로, 자비를 기름 삼으며, 공덕을 빛으로 하여 탐·진·치 삼독을 없앤다”고 말한다. 지혜의 광명으로 중생의 무명無明을 밝히는 등불이라는 의미다. 연등에는 또 다른 의미도 담겨있다. 늪이나 진흙 속에서도 맑고 깨끗하고 향기로운 꽃 피워내듯, 오탁악세에 물들지 않고 항상 맑은 본성을 간직하라는 부처님 마음이다.
해마다 부처님 오신 날이 다가올 즈음이면 불자들의 엄지와 검지에는 울긋불긋 고운 색이 물들어 있다. 주름종이 후루루 불어 떼어낸 낱장, 그 끝 곱게 비벼 만든 꽃잎 한 장을 창호지 바른 팔각 틀에 정성스레 얹어내다 보면 손끝은 그렇게 물이 들어갔다. 정성을 다해 만들어낸 연등일수록 그 속에는 만든 사람의 서원이 오롯이 배어들기 마련이다.
우리나라의 연등축제는 뿌리 깊은 역사와 함께 해왔다. 1,000년 전 신라시대에는 ‘간등看燈’으로, 고려시대에는 국왕과 온 백성이 풍년을 기원하며 열었던 ‘연등회燃燈會’로, 조선시대에는 ‘호기呼旗놀이’, ‘관등觀燈놀이’로 불리며 전승됐다. 지금은 종로거리를 가로지르며 각종 놀이마당과 연등행렬로 거리를 수놓는 ‘연등회’로 이어져 세계인들도 함께 참여하고 싶어 하는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등불이 넘실거리는 빛바다의 행렬은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전국의 거의 모든 사찰에서 연등을 만들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곳이 있다. 안양의 한마음선원이다. 등을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든 장비와 여건을 완벽하게 갖추고 연초부터 시작해 4개월가량 연등행렬에 선보일 장엄등을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곳이다. 그래서 등을 만드는 사람들 사이에서 한마음선원은 프로 중의 프로로 통한다.
“거사님, 거기 LED 접지 잘 돼있는지 한번 봐 주세요.”, “어머나, 재단이 정확해서 배접하기 딱 좋다!”, “보살님, 여기에 풀을 결대로 바르면 깔끔하게 잘 붙어요.”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둔 한마음선원에서는 하루종일 이런 대화들이 오간다. 평일 오전인데도 법당이 시끌벅적하다. 신도들은 여기저기서 삼삼오오 모여 연등을 만들고 있다. 심지어 재단, 골조, 배접, 전기 배선, 채색 등으로 조별 업무분장이 철저히 이루어져 있다. 가장 중요한 조직은 간식팀이다. 옛 사람들이 말하길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하지 않았는가. 부처님 오신 날 맞이 행렬등과 장엄등을 만드는 모습을 지켜보면 보통 신심으로는 엄두도 나지 않는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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