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속담에 "두메산골의 앉은뱅이가 나라정사(政事)는 온통 더 잘안다" 는 말이있다. 이 속담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누구나 정치문제에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뜻도 알 수 있고, 또 정치와는 전혀인연도 없을 듯한 사람들이 직접 정치를 하고 세상살이 눈빠르게 돌아가는 사람들보다 더 정치에 대해 아는(체를 하고 있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내가 요즘 산골에 살고 있으면서 그전부다 오히려 더 열심히 신문이나 방송에 눈과 귀를 동원하여 주의깊게 시사문제나 경제. 사회 문제까지 지켜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위의 속담 생각이 나서 나혼자 쓴 웃음을 웃을 때가 있다.
지금은 정보사회라 한다. 안방에 앉아서도 온 세상 지구위 소식을 살샅이 보고 듣는 세상이다. 낮에는 밭일하고 밤에는 혼자의 시간을 보내는, 겉으로 보기엔 지극히 단순한 일과를 되풀이 하는 생활이건만 세상이 어지러운 만큼 내 마음도 어지럽지 않을 수가 없다. 어떤 때는 너무 참혹한 사회상에 눈을 가리고 싶고 귀를 막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나 한 시대를 살고 한 사회를 함께 사는 세상. 어찌 무관할 수 있으랴.
[금강경] 제9분에 부처님께서 수보리를 무쟁삼매(無諍三昧)를 얻은 사람 가운데서 가장 으뜸인, '욕심을 여읜 제일의 아라한(아第一 阿 羅漢)', 또한 ' 아란나행을 즐기는자( 樂 阿蘭行者)' 라고 하셨다는 대목에서 나는 나의 산중 생활을 반성을 하기도 한다. 산 속에 들어와서 살 때에는 그래도 자기딴에는 무소유(無所有)의 경지가 부러워서 들어온 것이 아니겄는가. 아란나행이란 비구의 생활규범인 12두타행(頭陀行)의 첫번째 ' 재아란야처(在 阿蘭若處)' 규범에 해당된다. 인가와 떨어진 고요한 장소( . 菽靜호無 )에서 수행하는 것이 수행자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었던 듯하다.
제가 비록 출가(出家)스님은 아니더라도 이왕 겉모양은 산 속에 들어왔으리 나도 부처님께서 '시요아란나행자' 라고 칭찬해 주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 그렇게 못되는 스스로가 한스럽기도 하다. 신문을 안 볼수도 없고TV·라디오의 스위치를 끄지도 못하는 딱한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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