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는 민족의 정체성이다. 기쁘고 아픈 모든 역사의 감정이 녹아 핏줄 속에 흐른다. 그래서 전통문화를 만나면 마음이 먼저 움직인다. 그리고 몸이 따라간다. 이것이 내 것이었음을 머리로 깨닫는 것은 가장 나중이다. 우리네 정서가 ‘한恨’이라지만, 기실 우리에겐 흥겨움도 많았다. 사람이 모이면 언제나 축제였다. 그랬던 우리가 흥겨움의 정서를 잊어버리게 된 건 문화를 잃어버리면서부터다. 우리의 정체성을 망각할수록 삶은 팍팍해지고 고단해졌다. 우리가 누구인지를 다시 돌아보게 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했다. 이제 수북하게 쌓인 더께를 털어내고 과거의 전통을 꺼내어본다. 그 빛깔에, 만듦새 하나에 핏줄이 뜨거워진다. 본래 우리의 결혼식은 처음부터 끝까지 축제였구나! 이제 다시 예전의 흥겨움을 기억하며 신명나게 한 판 놀아보자. 마음이 이끄는 대로, 핏줄이 이끄는 대로. “얼씨구나! 조오타!”
신랑 키스(36) 씨와 신부 신지은(31) 씨는 호주에서 만났다. 바라만 봐도 좋았던 그녀의 미소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그녀의 미소를 보기가 힘들다. 얼굴을 반쯤 가린 그녀의 눈가에서 수줍은 미소를 발견한 신랑의 입가에도 비로소 미소가 걸렸다
“전안례奠雁禮!” 집례가 큰 소리로 명을 내렸다. 그리고 말레이시아계 캐나다인 에릭(29) 씨가 준비해온 기러기를 건네고 큰절을 올린다. 따님을 아내로 맞이할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는 의미다. 알면서도 모른 척 장모는 말이 없다.
마침내 신부 유국희(28) 씨가 화려한 새신부의 자태를 드러내며 천천히 초례청(醮禮廳, 혼례를 올리는 공간)으로 걸어 나왔다. 신랑은 동쪽, 신부는 서쪽. 캐나다에서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이 마주 섰다. 말없이 눈빛만 부딪혔는데, 자꾸만 웃음이 나온다.
맑은 물에 손을 씻는다. 모든 부정한 것들을 씻어버리고 깨끗하게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다. “작주酌酒” 신랑과 신부가 술을 받는다. “제주祭酒” 술잔을 눈높이로 받들고 하늘에 서약한다. 평생 이 사람만 아끼고 사랑하겠노라고. 아낌없이 내 모든 것을 주고 늘 함께하겠노라고. “서誓, 배우례配偶禮” 신랑과 신부가 술을 부어 반만 마신다. 나머지 반은 술잔을 바꿔서 상대방이 마셔야 하기 때문이다. 잔을 비우고 나면 다시 술을 따라 반만 마시고 상대에게 보낸다. 표주박 잔에 따른 술까지 서로 반씩 나눠 마시고 나면 비로소 둘의 관계가 부부의 연으로 맺어지게 된다. 드디어 서로 기대어 서서 한 곳을 바라보게 됐다. 내 사람의 향기에 가슴이 벅차다.
“달덩이 같이만 살아~라~둥글게 둥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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