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풍당당 전통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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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풍당당 전통문화
  • 불광출판사
  • 승인 2014.02.09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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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문화는 민족의 정체성이다. 기쁘고 아픈 모든 역사의 감정이 녹아 핏줄 속에 흐른다. 그래서 전통문화를 만나면 마음이 먼저 움직인다. 그리고 몸이 따라간다. 이것이 내 것이었음을 머리로 깨닫는 것은 가장 나중이다. 우리네 정서가 ‘한恨’이라지만, 기실 우리에겐 흥겨움도 많았다. 사람이 모이면 언제나 축제였다. 그랬던 우리가 흥겨움의 정서를 잊어버리게 된 건 문화를 잃어버리면서부터다. 우리의 정체성을 망각할수록 삶은 팍팍해지고 고단해졌다. 우리가 누구인지를 다시 돌아보게 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했다. 이제 수북하게 쌓인 더께를 털어내고 과거의 전통을 꺼내어본다. 그 빛깔에, 만듦새 하나에 핏줄이 뜨거워진다. 본래 우리의 결혼식은 처음부터 끝까지 축제였구나! 이제 다시 예전의 흥겨움을 기억하며 신명나게 한 판 놀아보자. 마음이 이끄는 대로, 핏줄이 이끄는 대로. “얼씨구나! 조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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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 키스(36) 씨와 신부 신지은(31) 씨는 호주에서 만났다. 바라만 봐도 좋았던 그녀의 미소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그녀의 미소를 보기가 힘들다. 얼굴을 반쯤 가린 그녀의 눈가에서 수줍은 미소를 발견한 신랑의 입가에도 비로소 미소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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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안례奠雁禮!” 집례가 큰 소리로 명을 내렸다. 그리고 말레이시아계 캐나다인 에릭(29) 씨가 준비해온 기러기를 건네고 큰절을 올린다. 따님을 아내로 맞이할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는 의미다. 알면서도 모른 척 장모는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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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신부 유국희(28) 씨가 화려한 새신부의 자태를 드러내며 천천히 초례청(醮禮廳, 혼례를 올리는 공간)으로 걸어 나왔다. 신랑은 동쪽, 신부는 서쪽. 캐나다에서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이 마주 섰다. 말없이 눈빛만 부딪혔는데, 자꾸만 웃음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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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물에 손을 씻는다. 모든 부정한 것들을 씻어버리고 깨끗하게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다. “작주酌酒” 신랑과 신부가 술을 받는다. “제주祭酒” 술잔을 눈높이로 받들고 하늘에 서약한다. 평생 이 사람만 아끼고 사랑하겠노라고. 아낌없이 내 모든 것을 주고 늘 함께하겠노라고. “서誓, 배우례配偶禮” 신랑과 신부가 술을 부어 반만 마신다. 나머지 반은 술잔을 바꿔서 상대방이 마셔야 하기 때문이다. 잔을 비우고 나면 다시 술을 따라 반만 마시고 상대에게 보낸다. 표주박 잔에 따른 술까지 서로 반씩 나눠 마시고 나면 비로소 둘의 관계가 부부의 연으로 맺어지게 된다. 드디어 서로 기대어 서서 한 곳을 바라보게 됐다. 내 사람의 향기에 가슴이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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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덩이 같이만 살아~라~둥글게 둥글게~”

 
식이 끝나니 우리 소리로 축가가 흐르고 곧 이어 풍물패가 신명나는 장단에 한판 거하게 놀아준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즐겁고, 한국인 외국인 할 것 없이 흥에 겨워 박수가 쏟아진다. 백년가약百年佳約을 맺은 두 사람에게는 밤과 대추가 던져지고 덕담이 이어졌다.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즐거운, 우리의 혼례는 축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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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혼례는 어디서 할 수 있나요?
 
전통혼례를 지켜보면 결혼의 본래 의미를 살리는 요소가 많다는 걸 느낄 수 있다. 그만큼 명분과 의미가 잘 부여된 예식이 우리의 전통혼례다. 단순히 참석에만 의미를 두는 요즘의 예식과 달리 좀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예식을 지켜보고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신랑신부의 하객이 전통의상을 입고 가마꾼으로 활약하거나 닭잡기에 나서는 등 적극적으로 예식에 참여하는 모습은 우리만의 독특한 문화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더욱 흥겹고 재밌다. 생경하게 느껴질 수 있는 우리의 전통혼례에 외국인들이 관심을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통혼례는 혼례청을 올리는 사물놀이부터 시작해 신랑신부가 가마를 타고 입장하는 전안례와 대례, 신랑신부가 서로 맞절을 올리는 교배례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최근에는 진행시간을 줄이고 용어를 쉽게 풀이해서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예식으로 변모해 가고 있다. 그래서 전통혼례를 찾는 젊은 부부가 늘고 있는 추세다. 아직은 수도권을 제외하면 전통혼례를 올릴 수 있는 곳이 많지는 않다. 하지만 전통혼례식장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곳이 점점 늘고 있어, 앞으로는 전통혼례를 쉽게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전국의 대표적인 전통혼례식장 |
 
서울・수도권

남산 한국의 집

02)2270-1111

www.koreahouse.or.kr

남산 한옥마을

02)2264-4412

hanokmaeul.seoul.go.kr

롯데월드 민속박물관

02)411-3703

www.lotteworld.com/wedding/index.htm

메이필드 호텔 낙원

02)2660-9200

www.mayfield.co.kr

삼청각

02)740-3212~3

www.samcheonggak.or.kr

수원 유림회관

031)246-4115

www.youlimlcm.co.kr/new

세종대왕기념관 웨딩홀

02)960-1700

www.sjwed.co.kr

용산 한국궁중대례청

02)793-4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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