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게 힐링 아닐까요”
상태바
“이런 게 힐링 아닐까요”
  • 불광출판사
  • 승인 2014.02.09 18: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주 치악산 명주사 ‘숲 속 판화학교’ 템플스테이

크기변환_18.PNG

크기변환_19.PNG

겨울 산사의 묘미는 앙상함 속의 풍요로움이다. 서늘한 풍광 속에서, 비우고 비워 비로소 충만해짐을 깨닫는다.

 
이번 겨울도 7부능선을 넘어가고 있다. 초반의 매섭던 한파도 한풀 꺾이고 추위에도 웬만큼 적응되었다. 야심찬 포부는 아니더라도 호기롭게 맞이한 새해였지만, 여느 때와 별반 다름없이 무심히 흘러가고 있다. 퀘퀘한 온기가 서려있는 사무실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마저, 사그라져가는 눈을 인 채 심드렁하다. 자극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을 해도 시큰둥한 금요일 오후, 마음 속으로 겨울여행 채비를 한다. 겨울 산사에서 코끝이 알싸하도록 대자연과 마주하고 싶다. 다음 날 이른 아침, 몸은 마음을 따라 강원도로 향하고 있다.

 
| 판화로 소통하는 문화도량

고요하고 고요하고 또 고요하다. 벌 받는 자세로 겨울을 나고 있는 나목裸木을 바라보며 치악산 명주사로 들어선다. 자신의 모든 것을 떨궈낸 채 볼 품 없이 떨고 있는 나무들에게서, 비우고 비워 겨울을 견디는 지혜를 배운다. 나는 무엇을 그리도 채우려, 채우려 했단 말인가. 한 마음 알아차리고 내려놓으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그제서야 치악산 자락에 포근히 안겨 있는 명주사가 한눈에 들어온다.

참으로 단출한 규모다. 법당과 탑이 없었다면 아무도 사찰임을 감지하지 못할 정도다. 법당마저도 전통사찰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양식이다. 황토벽에 너와지붕을 인 팔각 모양의 법당이다. 게다가 단청도 입히지 않았다. 바로 이러한 이유, 즉 전통성이 결여되었기 때문에 명주사는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지정하는 템플스테이 운영사찰에 번번이 속하지 못했다. 3전 4기 만에 2011년 템플스테이 운영사찰로 지정될 수 있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전통성이 결여된 독특함 때문에 명주사는 다른 사찰과 차별성을 갖는다. 법당은 ‘강원도가 선정한 아름다운 집’에 선정되는 등 매혹적인 건축물로 호평 받는다. 또한 산세를 가리는 여타 큰 건축물이 없으니 어디서든 자연을 마음껏 향유할 수 있다. 그리고 명주사만의 특별한 한 가지, 바로 국내 유일의 고판화박물관이 있다는 점이다. 명주사와 고판화박물관의 만남은 뮤지엄스테이museum-stay 형식의 ‘숲 속 판화학교’라는 문화형 템플스테이를 탄생시켰다. 지난 해 4,000여 명이 참가해, 판화와 전통 책 만들기 체험을 하며 우리 인쇄문화의 우수성을 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주지 선학 스님의 판화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선학 스님은 동국대 불교미술학과(조각 전공)를 졸업하고 군종장교로 임관해 15년간 군종법사를 역임했다. 1998년 전역하며 태고종으로 전종轉宗했으며, 이곳에 도량을 일궈 명주사를 창건했다. 1996년 중국 구화산 성지순례 중 우연히 구입한 지장보살 목판화본을 계기로, 한국・중국・일본・티벳・몽골 등에서 목판 원본과 작품 4,000여 점을 수집해 2004년 고판화박물관을 개관했다. 이후 박물관을 활용한 포교 방법론을 찾기 위해 우리나라 박물관교육학 박사 1호가 되었으며, 명주사를 대중과 소통하는 문화도량으로 가꾸고자 ‘숲 속 판화학교’를 전면에 내세웠다.
 
크기변환_20140210_144401.png

몸과 호흡과 마음이 하나되는 명상의 순간

 
크기변환_20140210_144418.png

크기변환_20140210_144436.png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