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원을 날아오르는 이 시대의 주지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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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원을 날아오르는 이 시대의 주지스님
  • 불광출판사
  • 승인 2014.02.09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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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 용문사 주지 호산 스님

7년 전 양평 용문사를 처음 찾았을 때의 일이다. 용문사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30호, 높이 40m, 둘레 11m, 수령 약 1,100~1,500년 추정)를 가만히 지켜보던 할머니 한 분이 “이건 나무도 아니여!”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렇게 용문사는 동양에서 유실수로는 가장 큰, 이 거대한 은행나무가 수호하는 관광사찰로만 여겨졌다. 그런데 몇 해 전부터 용문사의 행보가 심상찮다. 산사음악회와 산나물축제를 성황리에 개최하고, 친환경농업박물관 개원, 템플스테이 활성화 등을 통해 문화 사찰로 거듭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동진출가(童眞出家, 어릴 때 산문에 들어가 출가함)의 마지막 세대라 불리는 호산 스님(48)이 있다. 그가 바로 입소문으로만 듣던 스노보드 타는 스님으로서, 올해 벌써 11년째 달마오픈 스노보드 대회를 열고 있다.

 

| 스님은 힙합스타일?

: ‘스님’과 ‘스노보드’는 익숙치 않은 조합입니다. 스노보드와의 인연은 어떻게 맺어졌습니까?

1995년 남양주 봉선사에서 재무국장 소임을 살 때, 인근의 베어스타운에서 겨울에 사고가 많이 나니 사고 예방 차원에서 기도를 좀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어요. 그래서 스키장 오픈하는 날 가서 기도를 해드렸는데, 수행하는 틈틈이 운동하라며 자유이용권을 주는 거예요. 그 후 한두 시간씩 운동하는 인연이 돼 스노보드를 처음 만나게 됐습니다. 당시만 해도 보드 타는 사람이 극히 드물었죠. 가끔씩 보드 타는 친구들을 보면 힙합바지에 머리 물들인 모습이 눈에 띄고 자유를 추구하는 이미지가 강했어요. 그들을 보며 자연스럽게 보드에 끌려 배우게 됐습니다.

: 올해 11회째 달마오픈 스노보드 대회를 열고 있는데, 그 계기는 무엇입니까?

스님들은 어떤 무엇을 해도 잘해야겠다는 사심이 조금씩은 있어요. 좀더 잘 타려면 어린 선수들한테 가서 배워야 했어요. 그런데 나이 차이도 많고 스님이라는 부담 때문에, 자기들 세계에 안 끼워주는 거예요. 그래서 투자를 좀 했죠. 자장면과 아이스크림 많이 사줬습니다. 현재 국가대표 코치를 비롯해, 우리나라 보드 1세대 친구들이 제 보드 스승들입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 스노보드 대회가 없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선수들과 친해지고 보드의 열악한 내막을 알게 되었죠. 어느 날 선수들로부터 스님들이 대회를 열어주면 좋겠다는 제의가 들어왔어요. 그래서 고민 끝에 선수들의 기량을 향상시키고 상금으로 해외 전지훈련비 후원을 돕자는 취지로, 저와 주위 도반들이 십시일반 보태서 1,000만원을 모아 지산 스키장에서 첫 하프파이프(half-pipe, 반원형의 경기장을 오가며 묘기를 선보이는 스노보드 종목) 대회를 열게 되었습니다.

: 해를 거듭하면서 달마오픈 스노보드 대회가 국내에서 가장 큰 대회가 되고, 국제대회도 열게 되었는데요. 어떤 변화를 거치게 된 것입니까?

2006년 4회 대회부터 취지를 바꿨어요. 스포츠 포교를 통해 불교가 젊어진다는 확신을 가졌고, 우리 불교계에서도 동계올림픽 꿈나무를 발굴 육성해보자는 목표를 세웠죠. 달마배는 아마추어든 프로든 모든 선수들이 참가할 수 있는 대회로서, 200명이 넘는 선수들이 참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량이 우수한 외국 선수들을 많이 초청해, 같이 경쟁하며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국제 포인트가 있는 국제대회를 격년제로 열고 있어요. 무엇보다 성과가 있는 건, 희망이 보이는 꿈나무 5명을 발굴해 달마팀을 꾸린 것입니다. 현재 달마팀은 만 14세에서 18세 사이의 여자선수들로 꾸려졌는데, 달마팀을 통해 올림픽에 출전시키는 위치까지 도전하고 있어요. 피겨 스케이트도 비인기 종목이었지만 김연아 선수가 나오면서 인기 종목이 되었듯이, 달마팀에서 메달을 따면 스노보드 발전도 되고 자연스런 포교도 되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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