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앙’의 산물, 불교문화재 수난시대
“조사? 불화를 조사하겠다고? 조사해서 알려지면 좋을 게 없어. 사람들이 와서 그냥 두지를 않거든. 도난 문제도 심각하지만, 또 문화재 등록이니 뭐니. 진짜 원본은 꽁꽁 싸두고 가짜 사본을 거는 것도 그래. 이건 사람들의 신앙의 대상이거든!”
맞는 말씀이시다. 많은 사찰들은 소장 유물을 보호하기 위해 여러 가지 자구책으로 진땀이다. 아무리 돈이 신이 된 세상이라 하지만, 어쩌다가 인간의 마지막 보루인 신앙의 대상마저 완전히 돈의 가치로 대하게 되었을까. 사찰의 문화재를 탐욕의 중생심으로 대한다면 천벌을 받는다 한다. “만약 어떤 중생이 사찰의 재물을 훔치거나 손해를 끼치거나, 절 안에서 함부로 음행을 하거나, 혹은 생명을 죽이거나 해치면 이러한 무리는 당연히 무간지옥에 떨어져서 천만억 겁이 지나도 벗어날 기약이 없다”라고 다양한 경전에서는 누차 경고하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사찰의 보물들은 지극히 엄격하게 관리되고 보호된다. 유명 사찰들은 1년에 딱 한 번 정도 특정 기간에만 소장 유물들을 공개하고, 그 때가 되면 사람들은 줄에 줄을 서서 경건히 관람을 한다. 또 사찰이 유물을 관리할 여력이 안 될 경우, 국립기관인 박물관에 위탁 보관한다. 만약 학술 조사를 신청할 경우, 까다로운 절차와 심사를 거친 후, 해당 유물 본래 소유지의 주지스님 허락이 최종적으로 있어야 한다. 물론 조사할 때는 지켜야 할 불문율의 까다로운 예의를 모두 지켜야 후탈이 없다. 우리나라도 어서 빨리 엄격하고도 세심한 제도적 보호책이 정착되었으면 한다. 또 들끓는 금전만능주의가 아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우리 신앙의 산물을, 모두 함께 아끼고 보호하는 문화 마인드가 일반화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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