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질 풍경을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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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질 풍경을 봐야 한다
  • 불광출판사
  • 승인 2014.02.09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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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가 이호신

지리산 삼신봉에서

 
30여 년 가까이 꾸준히 우리 사찰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아 온 이호신 작가가 오는 4월 전시회를 갖는다. 운명처럼 지리산에 자리를 튼 후 지리산을 그린 작품 200여 점이 ‘어머니의 땅, 지리산 진경 순례’라는 제목으로 전시된다. 전시회가 열리는 인사동 아라아트센터 지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가 처음 보여준 색깔은 푸른 녹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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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 스님 다비장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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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가 이호신

 
| 지리산의 속살

따뜻한 봄, 부랴부랴 도망가듯 서울을 벗어났다. 산에 오를 생각도 바다에 갈 생각도 없었다. 그저 하루쯤은 상쾌한 곳을 걸으며 햇살을 부드럽게 쥐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말뚝에 묶인 강아지처럼 서울에서 멀리 가지 못했다. 간신히 발 내딛어 봐야 양평이나 청평 같은 서울에서 두 시간 거리의 곳들이다. 그래도 회색이 짓누르던 세계가 조금씩 천연색을 찾아간다. 서울 밖에서 만난 풍경은 쉽게 해독되지 않는다. 갑자기 내게 던져진 풍경은, 아름답지만 어딘가 푸석푸석한 느낌이 든다. 그러다가도 어느새 햇빛이 떨어져 반짝이는 작은 나뭇잎 하나에 감동한다.

자유에는 감동이 있지만 부러움도 함께 존재한다. 나를 묶어 놓았던 끈이 풀리면 허전하면서도 당장 상쾌함을 느끼고 미래를 기대하게 된다. 미래에는 이보다 더한 자유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 기분 좋게 나른하다. 그러나 이미 나보다 더한 자유를 누리고 있는 사람을 보면 서글픔과 부러움이 찾아온다. 왠지 따라가지 못할 것 같은 풍성한 자유는 동경의 대상이 된다.

한국화가 이호신 작가는 자유로웠다. 화가라는 핑계로,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의무로 지금까지 거의 30여 년간 전 국토를 떠돌았다. 1985년 남도기행을 시작으로 전 국토의 아름다운 풍경들이 고스란히 때 묻은 화첩에 켜켜이 쌓였다. 그 안에는 지금은 잊히고 사라진 풍경도, 앞으로 사라질 풍경도 있다. 4대강 사업이 시작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제일 먼저 붓을 들고 강을 찾아갔다. 사라질 아름다운 강의 모습을 화폭에 남기기 위해서였다. 그 뒤로 1년간 우리나라 5대강의 흐르는 물길을 따라 걸으며 그림을 그렸다. 지리산에 있는 용유담은 지리산 댐이 들어서면 침수되어 사라질 곳이다. 환경단체와 정부가 실랑이를 하는 사이 용유담을 찾아가 200호짜리 큰 화폭에 담았다. 용유담의 아름다움을 있는 그대로 충실히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용유담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모르세요. 지리산 댐이 들어선다는 이야기에 그 길로 달려가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림은 사진과 달라서 용유담 전체를 담을 수 있어요. 저는 이런 심정이었어요. 관계자들이 직접 이곳에 와서 용유담의 아름다움을 보지 않으니 제가 그림으로 그려서 보여주는 거예요. 자 봐라, 용유담이 이렇다. 제대로 알고 댐을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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