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애의 샘에 붓는 마중물
선원장 미산 스님은 이름난 학승이다. 12년 동안 인도, 영국, 미국에서 공부했고, 옥스퍼드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하버드대학 세계종교 연구소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하기도 했다. 스님에겐 학자 특유의 딱딱한 긴장 대신, 편안하고 부드러운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소참법문(때를 가리지 않고 하는 짧은 법문) 시간, 스님이 법회 참석자들에게 자애미소명상의 원리를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이미 2박 3일 간의 집중수행을 거친 이들이었지만 미산 스님은 기본부터 찬찬히 짚어 나갔다.
“자애미소명상은 본래 거기에 있는 자비를 발현시키는 겁니다. 미소라는 마중물을 넣어 무궁무진한 참마음의 샘에서 자애가 솟아나도록 합니다. 가슴속 자애와 사랑의 느낌에 집중해서 일정 시간 몰입하면 무한한 에너지가 나옵니다. 먼저 이 에너지로 자기 자신을 감싸 안은 다음 밖으로 보내 가족, 친구, 우주 만물 그리고 나를 힘들게 하는 대상까지 포용합니다.”
참석자들은 미산 스님의 유도에 따라 마음에서 흘러나오는 밝고 훈훈한 기운이 정수리에서 양 눈썹 사이를 지나는 것에 집중하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서 스님은 자애의 손길이 윗입술부터 코, 눈, 이마, 머리, 목을 차례로 쓰다듬어 주는 것을 흐뭇하게 느끼며 입꼬리를 올려 미소 지으라고 말했다. 그 느낌을 가슴으로 보내 다정함, 뿌듯함과 같은 행복감이 가득 채워진 느낌을 느껴보라고 했다.
“지금 여기에 현존하는 자신을 느껴 봅니다. 지금 여기에 맑고 밝게 깨어 있는 자신을 느껴 봅니다. 지금 여기에 이대로 온전한 존재를 그대로 느껴봅니다. 지금 여기 온전히 깨어서 과거나 미래의 생각과 감정에 잡히지 않으면 이대로 텅 비어서 충만합니다. 나는 이대로, 그대로 편안하고 고요합니다.”
가슴에서 충만한 생명의 진동을 울려 퍼지게 하는 ‘옴 명상’이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징소리와 함께 날숨에 ‘옴’ 소리를 길게 냈다. 둥글게 비어 소리를 채우고 다시 비워지는 징의 모습이 ‘텅 빈 충만’을 말해주고 있었다. 명상에 집중한 참가자들의 얼굴에도 고요함이 깃들어 있었다.
월간불광 과월호는 로그인 후 전체(2021년 이후 특집기사 제외)열람 하실 수 있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