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죽음’이란 무엇일까? 삶이라는 연주의 마지막 장, 죽음의 리허설을 위해 공부하는 웰다잉운동본부의 수강생들.
그렇다면 웰다잉, ‘좋은 죽음’이란 과연 무엇일까. 웰다잉운동본부는 “좋은 죽음에는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하기 위해 2008년 말, 불교여성개발원이 만든 단체다. 교육 프로그램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온 이범수 교육위원장은 웰다잉을 ‘방학숙제 하기’에 비유한다.
“죽음이란 방학이 끝나고 개학이 다가오는 것과 같습니다. 방학 내내 놀다가 개학날 허둥지둥할지, 방학숙제를 잘 마무리하고 개운하게 새 학기를 맞을지 선택하는 것, 웰다잉은 거기서부터 시작되지요.”
웰다잉운동본부의 교육은 일반 과정(초급), 지도자 과정(중급·고급), 자살예방 과정의 4단계로 이뤄져 있다. 편안한 마음으로 ‘나의 죽음’을 맞이하고, ‘주변의 죽음’을 받아들이며 아픔을 치유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는데, 후자는 나의 죽음 이후에 유족들에게 남겨질 숙제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는 죽음에 관한 철학·심리 개론, 불교적 생사관,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의사소통 교육, 명상과 입관을 통해 가상의 죽음을 맞이해 보는 임종체험 등으로 진행된다. 웰다잉운동본부 강의실에서는 장영수 경희대 교수의 ‘회상요법’ 강의가 진행 중이었다.
“삶은 이야기입니다. 가까운 이를 떠나보낸 뒤 기억을 떠올리며 어떤 감정이 드는지 글 또는 말로 이야기를 만들어 보세요. 추억이 담긴 사진 또는 유품을 보면서 시작하는 것도 좋습니다. 서운함, 원망, 죄책감 같은 감정이 느껴질 수 있어요. 회상요법은 이것을 나 자신과 분리하는 작업입니다.”
이범수 위원장은 배우자를 잃고 상실감을 받아들이지 못해 마치 고인이 살아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한다. 고인의 사진을 보며 “영감, 나 다녀왔어” 하고 인사하는 행위에는 배우자의 죽음이라는 현실을 미뤄놓고 기억 속에서 살아가려는 심리가 들어있다는 것. 그래서 웰다잉 교육 과정에는 죽음의 또 다른 당사자인 유족을 위한 ‘애도’ 교육이 포함돼 있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올바르게 수용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죽음 또한 자연스럽게 ‘건드려’지는 것이 애도의 또 다른 기능이다. 그렇다면, 이제 ‘나의 죽음,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차례.
웰다잉운동본부의 수강생 중에는 웰다잉을 만나 자살의 유혹을 접고 후회 없는 삶을 살게 된 이도 있다. 올해 55세의 하지원 씨가 그 주인공이다. 어려운 형편에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던 그녀는 한때 삶의 질곡에 허덕이다 우울증에 빠져 자살을 시도했다. 며칠 뒤 깊은 잠에서 깨어난 후로도 끊임없이 쉽고도 빨리 죽는 방법만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다 웰다잉 교육을 받으며 관 속에 누워 자신을 객관화하는 결정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죽음은 언제라도 올 수 있음을 깨달은 그녀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포장을 걷어내고 자기를 사랑하는 삶을 선택했다. 앞으로 싱글맘, 노인 등 자살위험 높은 계층에게 웰다잉을 보급하는 데 헌신하는 것이 그녀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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