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과 성을 다한 준비를 무색케 만든 해프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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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과 성을 다한 준비를 무색케 만든 해프닝들
  • 불광출판사
  • 승인 2012.07.20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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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뜰

WFB 학술포럼 참관기

1950년에 설립된 WFB(World Fellowship of Buddhists, 세계불교도우의회)는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불교계 국제대회이지만, 보수적인 불교인들의 사교모임성격을 벗어나지 못하여 그 역사에 상응하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계종(정확히는 조계종 호남6본사)을 주축으로 하는 조직위원회가 대회를 개최하기로 한 것은 그래도 이 행사가 한국불교 국제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을 주제로 삼은 여수 엑스포와 연계시켜 대회의 모토를 불교와 환경으로 삼으면서도, 학술포럼의 주제를 ‘불교가 근대 세계에 미친 영향’으로 삼은 것 역시 그런 판단이 깔려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파행이 이어진 대회
나는 개회식에 앞서 6월 11일에 개최된 도법 스님과 태국의 잔타세토 스님을 두 발표자로 내세운 환경포럼의 사회를 보았다. 아직 WFB 참석자들이 모두 도착하기 전이라 발표장 청중은 많지 않았으나, 한국과 태국에서 직접 환경 운동을 이끌고 있는 두 스님은 주제발표문뿐 아니라 각기 동영상과 사진들을 통하여 청중들에게 환경운동의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 주었다. 북방불교와 남방불교의 대표적인 환경운동가인 두 스님의 실천적인 모습과 함께 두 스님 모두 농업에서 환경문제의 대안을 찾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포럼이 진행되는 3시간 동안 청중들 모두 진지하게 경청하였으며 좋은 반응을 보였다.
6월 12일에 열린 개회식은 수백 명의 대회 참석자와 수천 명의 청중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개회식장 밖은 자원봉사자를 비롯해 점등식 및 공연을 보기 위한 수많은 불자 및 일반 관람객으로 자못 축제분위기가 나고 있었다. 국내외 불교 지도자들,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축사와 대통령의 영상 메시지, 지역 정치인들의 축하 메시지 등이 이어졌으며, 의식과 축하 공연 등으로 개회식은 자못 성대하였다. 적어도 외관상으로는 그랬다. 하지만 우리는 모르고 있었지만 이미 대회는 티벳 대표단과 중국 대표단 사이의 불상사로 파행이 일어난 상태였다.
이번 대회에는 티벳에서 두 개의 대표단이 참석하였다. WFB 인도 다람살라 지부와 티벳 행정부 대표단이었다. 다람살라 지부는 WFB 지부 자격으로 WFB본부로부터 정식 초청을 받고 왔으며, 티벳 행정부 대표단은 대회조직위의 초청으로 왔다. 대회조직위는 원래 달라이라마를 초청하려 하였으나 중국 측 입장을 고려하여 행정부 대표단을 초청한 것이었다.
그런데 개회식이 있는 이날 오전에 개최된 WFB 대표자회의에서 중국 대표단이 WFB 정식 지부인 다람살라 지부원들이 총회에 참석하면 회의를 보이콧하겠다고 했다. 이에 팰롭 타이라리 WFB 본부 사무총장이 다람살라 지부원들에게 “원활한 회의 진행을 위해 퇴장해 달라.”고 요구해 회의장을 나와야 했다. WFB지부를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 된 것이다. 그리고 또 개회식장에서는 티벳 행정부 대표단의 참석에 불만을 품은 중국 대표단이 개회식장 입장을 거부하고 돌아가는 사태가 벌어졌다. 개회식장은 WFB 대표자회의와 달리 한국 측이 운영을 책임지고 있었기 때문에 중국 측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던 것이다. 어쨌거나 WFB 본부와 중국 대표단의 무례함은 그 도를 넘어선 것이었다.

경청할 만한 주제들이 발표된 학술포럼
다음 날 아침 8시 경 학술포럼 장소로 발표자들과 함께 갔다. 발표자들은 모두 경험 많은 사람들이라 발표를 훌륭히 해내었다. 첫 발표자는 샌디에이고 대학 종교학의 카르마 렉세 쏘모 박사였다. 사캬디타 세계여성불자협회의 공동창립자이기도 한 그는 ‘현대문화 속에서의 불교’라는 주제로 세계적인 종교가 된 불교가 향후 서구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를 제시했다. 그는 “더 이상 아시아의 종교가 아닌 불교가 세계적인 종교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중국, 티베트, 일본, 미얀마, 베트남의 각 불교 종파들이 자신들만의 불교적 해석이 옳다는 좁은 시각을 버려야 하며, 대규모 불사보다는 경제, 환경, 어린이 등을 돕는 사회참여가 우선되어야 함”을 역설했다. 두 번째 발표자는 브라이언 빅토리아 교수였다. 그는 안디옥 대학(Antioch University) 일본 연구학 교수로 재임하고 있으며, 국제불교연구 교류협회와 혁신적인 불교지(레바논 불교학회) 멤버이기도 하다. 그가 1997년에 출간한 『전쟁과 선』은 일본 불교가 제국주의 침략 전쟁에 협조한 것을 폭로하고 있는데, 이는 당시 일본 및 서구 불교계에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일본 불교계의 공식적인 반성을 발표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그는 ‘불교가 현대세계에 미친 어두운 일면에서 배우다-스즈키의 일본 제국 군대 장교들에게 한 연설’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했다. 일본의 선을 서구에 널린 알린 것으로 유명한 스즈키 스님이 일본의 제국주의 전쟁을 옹호했다는 점을 지적함으로써, 그 동안 서구에 전파된 일본불교의 신화를 해체하고 반성적인 평가를 한 셈이다. 마지막으로 오하이오 감리교신학대학의 종교 및 종교 간 관계학 석좌교수인 폴 데이빗 눔리치 박사가 발표를 했다. 그의 주제는 ‘미국 역사 및 문화에 미친 불교의 영향’이었다. 그는 현재 미국의 불교신자는 400만 정도로 추산되고 있으며 이들의 사상이 대중문화와 종교문화는 물론 정신건강과 과학, 윤리, 교육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 영향력의 구체적인 면면을 살폈는데, 수적인 면에서는 불교도는 이슬람보다 작지만 문화적 영향 면에서는 이슬람을 능가한다고 결론 내렸다.

중국 대표단과 WFB 본부 측 태도가 남긴 아쉬움
400명가량의 청중들은 발표 내용에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사회자는 발표자가 모두 미국인이라는 것을 청중들에게 상기시킨 것, 그리고 청중들 가운데서 남아시아에서 온 사람들로부터만 질문을 받은 것 외에는 우려했던 것과 달리 포럼은 성공적이었다. 그런데 포럼 끝 무렵에 한국 스님 한 분이 중국과 티벳 문제에 대한 WFB의 입장을 물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전날 개회식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저 스님이 왜 난처한 질문을 굳이 여기서 하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회자는 여기에 대한 답변 없이 포럼을 종결지었다.
통상 학술 포럼 후에는 발표자 간에 포럼에서 오갔던 말들을 다시 되새기곤하지만 이번 WFB의 대화 소재는 중국 측의 태도와 이에 대한 WFB의 입장이 어떠해야 할 것이냐 하는 것이었다. 중국과 다람살라와의 관계는 불교계의 큰 숙제이다. 불교인들로서는 명분상으로 보면 다람살라를 옹호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중국의 입장을 무시하지 못하고 있다.한국 불교인들이 달라이라마 초청에 정말로 큰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어떻게 그 동안 달라이라마에게 비자를 발급하지 않는 한국 정부에 대해 대대적인 항의 한번 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런 면에서 이번에 대회 한국 본부에서 달라이라마의 최측근인 삼동 린포체와 페마 친조르 중앙티베트 행정부 종교문화성 장관을 초청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었다. 그런데 WFB 본부 측에서 지나치게 중국 측의 눈치를 본 것으로 보인다. “팰롭 WFB본부사무총장이 ‘삼동 린포체가 개회식에 참석한다면 자신은 불참하겠다’고 개회식 전 급작스레 통보해 왔다.”는 대회조직위원장 진옥 스님의 말이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한다. 뿐만 아니라 이번 사태가 일어난 후 WFB 본부 팬 와나메티 회장과 팰롭 사무총장이 대회가 끝나기 이틀 전에 태국으로 돌아간것 역시 이러한 추측을 하게 한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측 조직위에서는 많은 예산을 투여하였으며, 나름대로 열과 성의를 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회는 티벳 대표단이 WFB 대표자회의에서 쫓겨난 일, 중국 대표단의 개회식 입장을 거부한 일 등으로 빛이 바랬다. 대회 조직위가 보다 체계적인 준비와 국제적 조율 및 합의를 이루어내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 대회였다.

김종인.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뉴욕주립대학교(스토니브룩) 대학원을 졸업하고, 고려대 한국어문학교육연구단 연구원, 부산대학교 고전번역학 및 비교문화학 연구단 연구원, 한국전통사상서 간행위원회 연구원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등이 있다.
현재 국제재가불교포럼(International Lay Buddhist Forum) 대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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