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징과 문양] 반야용선의 용(龍), 호국룡(護國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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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과 문양] 반야용선의 용(龍), 호국룡(護國龍)
  • 유근자
  • 승인 2011.11.28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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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과 문양
그림1. 신중도 속의 용왕, 조선, 선석사 대웅전 신중도 일부

아홉 동물의 합체, 용

장성한 조카를 둔 덕분에 사십이 되기도 전에 할머니가 되었다. 며칠 전 5살짜리 손녀가 물었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무슨 띠예요” “용띠”라고 대답하자 자기 아빠도 용띠라고 좋아했다. 뱀띠인 나는 용띠인 남편에게 뱀도 용도 파충류이니 잘 해보자고 하면, 남편은 용은 절대로 파충류일 수 없다고 한다. 남편은 용이 파충류가 아니라고 주장하는데, 그러면 용은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동물일까?

우리에게 익숙한 용의 형태는 『본초강목(本草綱目)』에 기술되어 있다. ‘용의 뿔은 사슴, 머리는 낙타, 눈은 토끼, 목은 뱀, 배는 대합, 비늘은 물고기, 발톱은 매, 발바닥은 호랑이, 귀는 소와 닮았다’고 한다. 상상 동물인 용의 모습은 아홉 가지 동물의 일부분을 모아 조합한 것이다. 용의 형상과 이미지는 다양하고 종류도 많아 매우 복잡하다.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은 모든 일을 용왕님께 맡긴다. 용왕님이 모든 일을 해결해 주는 해결사인 셈이다. 용왕은 바다나 강을 관장하는 용궁의 임금 또는 용들의 왕을 말한다. 용이 동물의 형상임에 비해 용왕은 사람의 형상으로 인식되고 있다(그림 1). 인간의 형상으로 전환된 용은 용신(龍神)을 의미하고, 물을 관장하는 수신(水神)으로서 농경을 보호하는 신, 풍파를 주재하는 바다의 신으로 숭앙되었다.

중국에서 용은 기린·봉황·거북과 함께 사령(四靈)이라 불려온 상상의 동물로서 하늘과 물의 상징이었다. 불교의 유입과 함께 수용된 불교의 용은 부처님과 불법을 수호하는 팔부중의 하나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며, 『용왕경(龍王經)』까지 만들어지게 된다. 이 외에도 불교에서 용은 다양한 분야에 등장하는데, 몇 가지만 간추려 살펴보자.

관불식(灌佛式)과 구룡(九龍)

부처님오신날 절에서 하는 큰 행사는 이 세상에 오신 아기 부처님을 목욕시키는 관욕식(灌浴式) 또는 관불식(灌佛式)이다. 아기 부처님의 머리 위에 물을 붓는 의식은 육신의 청정함을 보이고 동시에 성스러움을 강조하는 부분도 있는 것이다. 『불소행찬』에서는 아기 부처님이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걷고 나자 ‘마침 그때에 허공에서 한 줄기는 따뜻하고 한 줄기는 시원한 깨끗한 물이 두 줄기로 흘러내려 정수리에 쏟아져 내렸다’고 했고, 『보요경』에서는 ‘제석천과 범왕이 홀연히 내려와 여러 향수로 보살을 목욕시켰고, 아홉 용은 위에서 향수를 내리며 성인을 목욕시켰다’고 한다.

간다라 불전미술에서는 『보요경』의 내용처럼 제석천과 범천이 태자를 목욕시키는 도상이 절대적으로 많지만, 마투라에서는 용이 등장해 태자를 목욕시키고 있다. 중국과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구룡(九龍)이 물을 뿜어 내 목욕시키는 도상으로 정착되었다. 조선시대 팔상도 가운데 <비람강생상>의 관욕 장면은 아기 부처님은 나신(裸身)으로 연화좌에 앉아 있고 몸 주변은 오색 광명이 감싸고 있으며, 그 위에 구룡이 물을 뿜어 목욕시키고 있다. 사찰에서 관욕식 때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다양한 형태의 아홉 마리의 용이 팔상도 속의 구룡을 연상시킨다(그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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