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평생을 운수납자로 사셨던 동헌(東軒)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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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평생을 운수납자로 사셨던 동헌(東軒)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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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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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길 나의스승

   동헌(東軒)선사의 발자취

   이곳 금수선원(金水禪院)앞의 장송은 훤출하게 크신 스님의 모습과 같고 쭉 뻗은 저 청죽은 불의와는 절대로 타협하지 않으시던 동헌선사의 곧은 마음인듯 합니다. 지리산 화엄사 염화실(拈花室)에서 인생무상의 실상을 우리에게 보이시면서 홀연히 가신 지 올해로 벌써 6년! 스님의 영전에 향하나 사루어 올리고 스님의 옛 모습을 조용히 그려보며 삼가 이 글을 씁니다.

   우리스님 동헌선사께서는 한말쇄국이냐 개화냐로 나라 안팎이 심히 어수선하던 1896년 6월 14일 충남 부여군 외산면 판교리에서 출생하셨습니다. 마을의 서당에서 한학을 배우시고 당시로서는 드물게 신학문을 가르치던 사립 광동학교를 졸업하시니 그때 스님의 나이 19세였습니다. 한학을 통해서 유교와 도교사상을 접해 보았고 광동학교 시절에 신학문도 배워 보았으나 참 사는길, 참 진리의 길을 갈구하시던 스님의 마음을 흡족케 해주지는 못했습니다. 10여년을 홀로 방황하시다 마침내 지리산 칠불암(七佛庵)으로 발길을 옳기셨으니 그곳에는 당대의 큰 선지식이시며 역경의 초조이시고 삼일 독립운동의 민족대표이신 백용성 화상이 계셨습니다. 동헌(東軒)이라는 법호(法號)로 출가 득도하신 스님은 서울 대각사에서 용성화상으로부터 일대 시교를 마치신 후 한 평생을 제방의 선원에서 참선 수행에만 전념하셨습니다.

분황사와 14교구 본사인 범어사의 주지직을 잠시 맡으셨던 것 외에는 90평생을 철저하게 운수납자(雲水納子)의 길을 사셨습니다.

   운수납자의 길! 그것은 부처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쳐 주신 행복 추구의 길이었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추구하는 행복의 길과 수행자가 추구하는 행복의 길은 크게 다릅니다. 세상 사람들은 욕망을 충족시킴으로 해서 행복을 얻으려 합니다. 그런데 욕망이란 묘한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채우면 채울수록 더 큰 욕망이 생기는 법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인간의 욕망은 저 히말라야산을 모두 황금으로 만들고 그것을 두배로 해서 준다해도 결코 충족되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추구하는 행복의 길은 욕망 충족의 길입니다. 보다 많이 갖고 보다 높아지려고 하는 욕망이 채워질 때 그것이 행복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참행복은 욕망의 충족이 아니라 모든 욕망을 조복받은 무욕(無欲)의 길입니다.

   인간 생활에 있어 의식주는 최저최소의 필요 조건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보다 쾌적한 생활 조건(住)과 보다 맛있는 음식과 보다 아름다운 옷을 입고 살 수 있는 생활을 행복한 삶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 제시하신 운수납자의 생활규범은 그와는 정반대였습니다. 옷은 남들이 입다 버린 분소의(糞掃衣)를 입고 주거는 수하(樹下) 석상(石上)에서 그것도 일처부주(一處不住)의 생활을 하며, 먹는 것은 맛있는 음식이 아닌 탁발로 때우라 가르치셨습니다. 이 모든 것은 무욕의 생활을 가르치시기 위함이었습니다.

   90평생을 철저하게 운수납자의 길을 사셨던 동헌선사였지만 무서운 집념으로 한결같이 추진하신 일이 하나 이었으니 재단법인 대각회(大覺會)의 설립이었습니다. 대각회(大覺會) 사상을 주창하신 용성화상의 유업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서 스님께서는 불같은 정열을 보이셨습니다. 아침에 출근하면 하루도 빠짐없이 “여보게 이처사 그 일(대각회 설립의 일) 어떻게 됐소”하며 다가 오시던 스님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고 대각회 사무국장인 이태석(李台錫)선생은 전합니다. 1969년 재단법인 대각회가 설립 인가되자 초대 이사장으로서 잠시 계시다 그것 마저도 버리시고 다시 무직(無職)의 납자로 한생을 보내셨습니다.

   회자(會者)는 정리(定離)요 생자(生者)는 필명(必滅)이라던가 위풍이 그렇게 당당하시고 건강하시던 스님 입적하시기 한달쯤 전에 맞이하셨던 스님 생신에 화엄사 법당에서 환하게 웃으시던 스님. 지금도 그 모습이 눈에 생생한데 육신은 유한한 것인가. 1983년 8월 4일 홀연히 입적하시니 세수 88세 법납 65세였습니다.

스님께서 보이신 길

   우리스님은 한마디로 말해서 불같은 성격에 어린아이처럼 천진무구하신 분이었습니다. 불의한 일을 보시면 앞뒤 좌우 가리지 않고 대성일갈로 질책하셨고 철없는 제자를 지도하실 때는 자질구레한 설교보다는 목침이나 지팡이를 집어 던져 나무라시는 편법을 쓰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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