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은 수승한 사람만 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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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은 수승한 사람만 하는 것이 아니다
  • 불광출판사
  • 승인 2011.07.25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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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과 만나다/제따와나 선원

      미얀마 파욱 스님 초청 법회 모습.

언제 부서질지 모르던, 위태로운 삶
8년 전, 흔들리는 인도의 삼등칸 기차 안에서 서른 살을 맞이했다. 그때도 나의 마음은 여전히 방황 중이었다. 어릴 때부터 나를 끈질기게 따라다니는 공포와 불안감으로 얼룩진 마음은 바람 부는 날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새처럼 아슬아슬했다. ‘혹시 히말라야를 걷고 갠지스 강을 바라보고 거지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거짓말처럼 사라질지도 몰라하는 철없는 생각으로 인도를 헤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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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거짓말처럼 사라진 건 아빠였다. 아빠는 주무시다가 갑자기 돌아가셨다. 어제까지만 해도 눈앞에 생생하게 존재하던 사람이 오늘은 이 세상에 없다는 현실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게다가 아빠는 평생 나와 앙숙처럼 지내던 터라, 어떤 화해를 이루기도 전에 끝났다는 생각 때문에 큰 후회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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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으면 외갓집 바닷가에서 슬슬 산책이나 하다가 바다에 재를 뿌려줘. 허허.” 3일 만에 아빠는 한 상자의 가루가 되었고, 우리 가족들은 아빠가 평소 농담처럼 하시던 말씀대로 바다에 재를 뿌리기로 했다. 나는 가루 한 줌을 집어 바다에 뿌렸다. 그런데 손바닥을 보니 찐득찐득한 가루가 남아서 더럽게 느껴졌다. 얼른 바닷물에 손을 담가 깨끗이 씻어냈다. 순간 내 행동이 당황스러웠다. 가루는 아빠가 아닌가? 아니 아빠인가? 내게 죽음은 너무나 가까이 있었고, 삶은 언제 부서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것이었다. 그때부터 여행에 대한 미련은 없어지고 마음공부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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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듯했다가 다시 반복되는 괴로움
나는 지나치게 민감한데다가 항상 따라다니는 불안감 때문에 대인공포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 불안 때문에 때로는 사회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극단적이 되기도 하고 두려움에 압도당하기도 했다. 그것은 나에게 딱 달라붙은 고질적인 번뇌였고, 아빠가 돌아가신 후엔 더욱 위축되어만 갔다. 나는 마음의 평화를 간절히 원했고, 어떻게든 괴로움을 떼어버리고 싶었기에 여러 가지 방법들을 찾아다녔다. 울고 웃고 소리 지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마음을 이완시키는 동적인 명상, 테라피, 인지치료, 상담 등 이런저런 것들을 해보았다. 그 방법들을 통해 거친 마음이 조금은 둥글어지고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지만, 어느 방법이나 마지막엔 한계가 느껴지고 끝내 짜증이 밀려와 더는 할 수가 없었다. 생각이 많은 머릿속에선 끝없이 질문과 의문이 쏟아지고 괴로움은 사라지는 듯했다가 다시 반복되기 일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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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렵 평소 수행에 관심이 많던 한 친구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게 되었다면서 일묵 스님이 선원장으로 계신 제따와나 선원에 가볼 생각이라고 했다. 괜찮은 곳 같다는 친구의 말에 호기심이 발동하여 제따와나 선원에 나가기 시작했다. 제따와나 선원은 초기불교의 가르침을 배우면서 선정수행과 지혜수행을 함께 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나와 친구는 불교도가 아니었고 불교보다는 수행에만 관심이 있었다. 우리는 법문은 듣지도 않고 수행만 하다가 마침 강원도 문막에서 열린 제따와나 여름 안거수행에 참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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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수행을 합니까
붓다의 호흡법 아나빠나사띠는 들고 나는 숨만을 알아차림으로써 고요함을 얻고 삼매에 이르는 선정수행 방법의 하나다. 너무나 간단한 방법이지만 실제로 해보니 그렇게 쉽지 않았다. 게다가 지도스님께 수행 점검을 받기 위해 하루에 두 번씩 실시되는 인터뷰 시간에 참여하면서 금세 기가 질렸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프로 수행자들은 질문부터가 고급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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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미따가 한 시간 지속되었습니다.” 니미따는 마음이 호흡에 깊이 몰입되어 호흡이 자연스럽게 밝은 빛으로 바뀌는 현상으로 거의 근접삼매 단계라 한다. 나도 그 빛을 한번 보고 싶은데, 빛은커녕 앉아 있는 것조차 내겐 너무 힘들었다. “행복감이 일어나는데 이것이 거칠게 느껴집니다.” 행복감이 거칠다니. 나는 행복감을 한 번이라도 느끼고 싶어서 고통을 참으며 앉아 있어도, 생각 때문에 바닷가의 미역처럼 이리저리 휩쓸려 다니기만 하는데. 다른 사람은 지금 고요함에 비해서 행복감이 거칠게 느껴진다고 말한다. ‘언제 저 사람들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이런 수행으로 내 고민을 해결할 수가 있기는 한 걸까

잠깐 들어오세요.” 수행에 진전도 없고 고민은 여전하여 슬럼프에 빠져 있던 겨울 어느 날, 일묵 스님께서 좌선방에 앉아 있던 보살님 몇 분과 나를 부르셨다. 스님께서는 따뜻한 차를 내리시면서 마치 내 마음을 알고 있기라도 하셨던 것처럼 말씀을 시작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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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수행자들이 수행의 방향을 잘못 잡아 괴로워합니다. 왜 수행을 합니까? 뭔가를 이루겠다는 강한 집착으로, 갈애로 수행을 한다면 그건 수행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러한 갈애를 완전히 소멸하는 것이 수행입니다. 그것은 생활과 수행 속에서 집착과 성냄을 버리고 지혜를 닦음으로써 성장하는 것입니다. 놓아버림으로써 조건이 만들어지고 결과가 오는 게 수행입니다
.”
다섯 시간 동안 이어진 스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모두들 깊이 공감했다. 실은 대부분 수행에 대한 집착과 성냄이 거칠든 미세하든 존재하고 있었다. 고통을 벗어나겠다고 시작한 수행이 오히려 고통을 만들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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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수행 따로 생활 따로
수행에 대한 바른 이해는 한 장의 지도를 갖게 되는 것과 같았다. 그날 이후로 수행의 목적과 방향은 집착과 성냄이라는 번뇌를 포기하는 것이 되었다. ‘이제 좀 절집 강아지 같은 신세는 면한 것 같네. 만날 댓돌 위에서 잠이나 자고 스님 고무신을 물고 도망이나 다녔지, 정작 진짜 부처님의 가르침을 몰라서 어리석게 지냈는데 이제 많이 좋아졌어. 잘했어
.’
! 쿨한 척 하고 있네. 혼자만 맘 넓은 사람이고 다른 사람은 전부 소인배지하루는 작업실을 같이 쓰는 동생과 운영비 때문에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런 소리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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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수행을 하고 있으니 성냄에 쉽게 흔들리지 않을 거라는 기대와 달리 생활 속에서 부딪힐 때는 여전하였다. 수행한다는 아상도 생겨서 속으로는 다른 사람을 아래로 보고 있었다. 스님께서 앉아서 하는 것만 수행이 아니라고, 생활 속의 알아차림도 수행이라고 강조하시는 이유를 부딪혀보니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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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면서 아나빠나사띠선정수행과 생활 속의 알아차림지혜수행을 함께 하고, 법문을 듣고 초기 불교경전도 조금씩 읽기 시작했다. 이렇게 균형 잡힌 수행 프로그램을 통해 내 마음의 긍정적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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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도로서 누리는 기쁨
일묵 스님께서는 이해하고 내려놓으라고 말씀하신다. 이해할 때만 진짜로 내려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행복해지길 원하면서도 그 길을 모르고 오히려 마음은 고통을 행복으로, 행복을 고통으로 왜곡시킨다고 한다. 탐욕과 성냄이 우리 삶을 고통스럽게 하는 원인이 된다는 것을 아는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 삶에 고통을 주는 탐욕과 성냄을 버리고 이익이 되는 지혜나 자비, 깨어있음을 계발해야한다고
.
내가 오랜 시간 괴로워하던 것들은 간단히 말해 성냄이었다. 불안함, 두려움, 슬픔이 결국은 화라는 단순한 사실을 어리석음에 가려 알지 못했다. 괴롭다고 하면서도 실은 내가 그 성냄에 대한 집착을 놓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쥐고 있는 것이 뜨거운 쇳덩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기에 포기하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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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균형 잡힌 수행을 통해 조금씩 포기하는 것을 연습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이 스스로 고요해져서, 집착이나 성냄을 억지로 억누르거나 떼버리려고 애쓰는 일도 점차로 줄어들고 있다. 더불어 불승 삼보에 감사하는 마음도 저절로 일어났다. 다행히 수행은 저 멀리 구름 위에 있는 수승한 사람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제 나는 불교도라고 말하는 것이 기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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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따와나 선원 안내
제따와나는 부처님께서 가장 오랜 기간을 머무셨던 기원정사의 빨리어 이름입니다. 초기불교의 가르침을 공부하는 제따와나 선원(선원장 일묵 스님)은 부처님의 말씀과 수행방법을 충실히 따르는 수행공동체를 지향합니다.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현대인이 진정한 행복을 얻고, 깨달음을 향해 나아가도록 돕고 있습니다
.

일정
평일-자율수행 : 오전 5~오후 930

화요일-제따와나 수행법회 : 오전 10, 오후 730

수요일-아비담마 법회 : 오전 10~12

목요일-경전독송 : 오후 2~오후 4

토요일-토요 집중수행 : 오전 9~오후 5

일요법회-오전 10~12(매월 마지막 주 일요일은 외부인사 특강 법회
)

제따와나 행복선원(경기도 가평
)
주말수행-매월 둘째 주(금요일 저녁~일요일 아침
)
8일 수행-매월 넷째 주(일요일 저녁~다음 일요일 아침
)

프로그램 초기불교 공부
, 좌선, 포행, 차담, 소참법문, 수행인터뷰 등
문의 : 제따와나 선원 Tel. 02) 595-5115, 홈페이지
www.jetavan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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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소희 : 법명은 케마. 제따와나 선원에서 수행하며 마음 내려놓는 법을 배우고 있다. 프리랜서 작가로 일러스트와 만화 작업을 함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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