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에 그리는 만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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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에 그리는 만다라
  • 불광출판사
  • 승인 2011.04.26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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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과 만나다/경주 골굴사 선무도(禪武道) 수행

     몸과 마음의 건강을 동시에 찾는 골굴사 선무도 수행.

“절이 처음이니, 3일 먼저 머물러 보고 결정을 내리겠습니다.” 2004년 여름, 골굴사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이 한창일 때, 어느 신문에선가 골굴사 선무도에 대한 기사를 읽고, 외국에 소개할 만한 한국의 자랑거리라 생각하며 언젠가 한번 가봐야지 하고 마음먹은 것을 2년 만에 실천하게 된 터였다. 난생 처음 예불이란 걸 해봤고, 마술사의 주문으로만 알고 있던 진언이 불교경전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그런 경험들이 낯설지 않았다. 특히 조석예불문 끝에 나오는 ‘원공법계제중생(願共法界題衆生) 자타일시성불도(自他一時成佛道)’라는 구절을 암송할 때마다 매번 큰 감동을 느꼈다. “모든 중생이 함께 도를 이루자.”는 부처님의 정신이 인류의 가슴에서 우러나온다면, 종교전쟁이나 환경파괴 같은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범에 따라 자세를 취해 보지만 아직은 다들 서툰 모습이다.

늘어난 뱃살을 안고 다시 찾은 골굴사
처음 골굴사에 발을 딛고, 2006년까지 정말 열심히 수행했다. 당시 나는 약학대학을 다니고 있었는데, 공부를 마치면 사회인으로서 더 여유롭게 수련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학교를 졸업하고 나니 여러 가지 업무로 삶이 바빠졌고, 수행을 결심하고 골굴사를 방문했다가도 일처리를 위해 서둘러 돌아가야 하는 경우가 생겼다. 항상 눈앞에는 더 중요하고 매력적인 일이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그만큼 멀리 보는 안목을 갖지 못했던 것 같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어느새 2011년이 되었다. 선무도 유단자라는 사실이 부끄러울 만큼 훌쩍 늘어버린 체중과 뱃살을 무겁게 안고서, 다시 골굴사를 방문하기로 결심했다. 나 자신을 위한 수행뿐 아니라, 약사로서 환자들의 몸과 마음을 함께 치유해야 한다는 전인치유(Holistic Care)의 사명감으로 발목을 붙잡는 주변의 다른 일들은 자연스레 정리했다.
다시 찾은 골굴사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저 높은 곳에서 멀리 석굴암을 바라보는 마애석가불의 미소, 바위산 곳곳에 그림처럼 펼쳐진 석굴과작은 법당들, 이 모든 터전을 일구어 오신 적운 스님(골굴사 주지)의 큰 미소와 거역할 수 없는 카리스마, 세계 각지에서 모여들어 수행하는 사람들, 백두산호랑이같이 기운 넘치는 철안 스님(수석사범)과 지적인 반야정 보살님(불교용품점 운영)까지. 산중 깊은 곳에서 수행 정진한 덕분인지, 전혀 나이 들지 않은 모습으로 함월산처럼 넓은 가슴으로 나를 받아주었다.

     선무도 수행에 참여한 외국인 여성이 스님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회한의 중독을 끊으라는 부름
나에겐 지금보다 훨씬 몸이 부드럽고 날씬했던 ‘과거’가 있지만, 지금은 그러하지 못하다. 순수하고 밝은 마음 대신 스트레스 잔뜩 낀 마음의 무게로 몸은 더욱 뻣뻣하고 무거워졌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 이유를 찾자면 한도 끝도 없이 많다. 수많은 시행착오로 잃어버린 시간과 돈, 허무한 집착, 하늘로 떠나기 전 함께하지 못했던 슬픈 사랑 등등. 하지만 이미 지나가 버린 것을 어이하랴. 그 세월을 붙잡을 수 없다면 그 마음도 과거 속으로 흘려보내고, 지금 뻣뻣하고 뱃살 나온 이 모습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수밖에.
곰곰 생각해 보면 언제나 내 삶은 과거에 집착했고, 그래서 늘 한 박자 늦었던 것 같다. 오래 전 골굴사에 처음 왔을 때 ‘이런 좋은 무술과 좋은 절이 있었는데 왜 진작 몰랐던가!’ 하는 후회의 마음이었는데, 이제 다시 골굴사에 돌아와서 지나친 세월을 시시때때로 후회하는 내 모습을 보니 ‘후회하는 습관’은 내 고질병이 아닌가 싶다. 일전에 우연히 펼쳐본 중학교 때 일기장에서“어릴 때는 기억력이 좋았는데, 지금은 나이가 들어서인지 기억이 잘 안 난다.”는 글을 발견하고 쓴웃음을 지은 적이 있는데, 그 꿈 많던 중학생 시절에도 나는 과거에 집착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항상 후회하느라 몇 년, 다시 시작할까 망설이느라 몇 년, 망설인 시간을 후회하느라 몇 년. 이 말도 안 되는 지독한 ‘회한의 중독’을 끊어보라고, 누군가 나를 다시 골굴사로 부른 게 아닌가 한다. 과연 그 누가 있어서, 내게 이 귀한 선무도를 알게 하고 날마다 새로운 일깨움의 메시지를 전해주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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