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의 모든 바람이 이뤄지길 기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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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의 모든 바람이 이뤄지길 기도하며
  • 불광출판사
  • 승인 2011.03.25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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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과 함께 떠나는 산사여행/충북 진천 보탑사

       산신각에서 내려오는 길가에서 바라본 3층 목탑.

함께 있어 몰랐던 동생의 빈자리

마포 불교방송국 16층 작가실.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가 가득하다. 나는 이 소리가 너무 좋다. 어릴 적부터 작가를 꿈꿔왔지만 곧장 작가의 길로 들어서지 못했다. 친구들이 캠퍼스 생활을 맘껏 누리고 있을 때, 나는 집안 형편이나 여러 가지 사정들로 인해 잠시 학교를 쉬며 백화점 판매일, 콜 센터 직원 등 다양한 일을 했다. 심지어 일자리를 찾아 부산으로 긴 여정에 오르기도 했다.

그땐 잘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내게 있어 가장 큰 힘이 되어 준 사람은 바로 여동생이었다. 세상과 가족 그리고 알 수 없는 모든 것들에 대한 불만으로 우울증을 겪기도 했던 시절, 나와 세살 터울인 여동생은 행여나 내가 나쁜 길로 빠지진 않을까 마음 써주고 걱정해 주었다. 또 일자리를 찾아 이리저리 떠도는 나를 대신해 집안에서내 몫의 역할까지 하느라 고생이 많았다. 불투명한 미래에 방황하고 힘겨워할 때마다 밥은 잘 먹고 다니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항상 나를 챙겨주던 속 깊은 동생이었다.

그런 동생이 몇 개월 전 중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하루는 안부 차 전화를 걸었는데 콜록 거리며 전화를 받았다. 보일러도 없는 곳에서 몇 벌 안 되는 옷으로 찬 겨울을 지내다보니 감기에 걸린 것이다. 그런데도 동생은 “내가 옷을 다 가져와서 언니 입을 옷이 없을 텐데….”라며 오히려 나를 걱정했다. 너무 고맙고 또 미안한 마음에 눈물이 났다. 그날따라 좁기만 하던 내 방이 유독 텅 빈 것처럼 느껴졌다.

       (좌) 보탑사 경내에 세운 달집태우기 나무 / (우) 부처님 열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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