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불 들어갑니다. 어서 나오세요.”
법정 스님이 입적하셨을 때 다비식에서 거화(擧火) 직전 한 스님이 외쳤던 말이다. 그 외침은 3D나 4D처럼 텔레비전의 브라운관을 뚫고 나와 내 가슴에 사무쳤다.
얼마 전 아버지를 떠나보냈던 슬픔까지 저려왔다. 아버지의 주검 앞에서, 관 앞에서, 영정 앞에서, 새로 단장한 무덤 앞에서 “아빠, 이제 편안하지? 여기 걱정은 마요. 꼭 좋은 곳으로 가세요. 아빠 보기에 어때요?”
나도 그렇게 말을 건네곤 했었다. 텔레비전은 꼬박 하루를 타고 잦아드는 불더미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때였다. 스치듯 잠깐, 그 환한 잉걸불 사이에 누워있는 하얗고 긴 뼈를 보았다. 아니 본 것 같다. 어쩌면 흰 뼈가 아니라 재로 스러지기 직전의 타고 남은 참나무 둥치였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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