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들의 뇌가 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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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들의 뇌가 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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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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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특별대담 / 변화의 키워드로 본 우리 불교

21세기 과학의 프런티어로 지칭되는 뇌과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뇌과학은 뇌의 신비를 하나하나 밝혀내며 인간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 있다. 뇌과학과 불교의 만남에 물꼬를 튼 달라이 라마는 ‘인간의 마음조차도 뇌 작용의 결과에 불과한 것’으로 보는 뇌과학자들의 관점에 의문을 제기하며, 오히려 ‘마음이 뇌를 변화시킬 수는 없는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이 질문은 뇌과학자들에게 불교의 명상 수행이 뇌의 어떤 부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변화를 주는지 연구를 하게 했고, ‘뇌 가소성’이라는 개념으로 ‘마음이 뇌를 변화시킨다’는 긍정적인 해답을 이끌어냈다. 이에 불교와 뇌과학의 관계를 조명해보며 불교 수행이 심신치료와 행복한 삶을 위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사회 : 류지호 (월간 「불광」 주간)

대담 : 미산 스님 (백운암 상도선원 선원장· 중앙승가대학교 포교사회학과 교수) 

          장현갑 (마인드플러스 스트레스 대처연구소 소장)

미산 스님 _ 1972년 백양사에서 출가한 이래 봉암사와 백양사 운문선원 등에서 간화선 수행을 하였으며, 인도와 미얀마에서 초기불교 선수행을 했다.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선학과를 졸업한 후, 빨리어와 산스크리트어 문헌을 연구하여 인도 뿌나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영국 옥스포드대학교 동양학부에서 ‘남방불교의 찰나설 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고, 미국 하버드대학교 세계종교연구소 선임연구원과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부장을 역임하였다. 현재 중앙승가대학교 포교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종단 내외의 각종 학술활동에 주력하고 있고, 백운암 상도선원(서울 동작구 상도동 숭실대학교 인근)의 선원장으로서 도심사찰에 적합한 21세기형 사찰운영시스템과 신행생활의 바른 정립을 위하여 매진하고 있다.

장현갑 _ 1942년에 경북 칠곡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심리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와 한국심리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 영남대학교 심리학과 명예교수와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통합의학과 외래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또한 명상과 의학의 접목을 시도한 ‘통합의학’의 연구와 보급에 앞장서고 있으며, 현재 ‘마인드플러스 스트레스 대처연구소' 소장으로 있다. 그동안의 뛰어난 업적들을 인정받아 세계인명사전인 『마르퀴즈 후즈 후(Marquis Who’s Who)』 5개 분야에 등재되었고, 2006년에는 미국인명협회(ABI)로부터 ‘500인의 영향력 있는 인물’로 선정되었다. 또한 영국국제인명센터(IBC)로부터 ‘100대 교육자’에 선정되었고 ‘명예의 전당(Hall of Fame)’에 영구 헌정되었다.

불교와 뇌과학의 만남

류지호 ▷ 현대를 과학의 시대라고 합니다. 서양의 기독교 같은 경우는 전통적으로 과학과 갈등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불교는 뇌과학, 심리학, 천문학 등이 발달하면서 불교의 가르침이 과학적으로 증명되며 서로 우호적인 관계에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과학과 불교가 만나면서, 과학의 진전 성과에 따라 불교의 우수성이 드러나는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이에 오늘은 뇌과학과 심리학을 통해 마음의 문제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전통적으로 뇌가 마음을 지배한다는 것이 과학 쪽의 주장이었는데, 요즘은 마음이 오히려 뇌를 바꿀 수 있다는 주장들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마음 공부, 명상, 선 등 불교 수행이 뇌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장현갑 ▷ 저는 생리 심리학을 전공하면서, 우리 마음이나 행동을 이해하려면 뇌를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뇌를 생리적·약리적으로 이해하는 훈련을 받고 연구를 하다 보니, 우연찮게 과학적으로 업적도 많이 얻게 되었어요. 초반기에 뉴로 사이언스(Neuroscience: 뇌신경과학)를 연구했는데, 그때만 하더라도 감정, 뇌과학 등 오늘날 대중적으로 쓰이는 말들이 거의 없을 때였어요. 그 시대는 심리학이 과학으로 가는 문턱에 있어, 동물에게 전기를 자극하거나 외과적 수술로 뇌를 떼어냈을 때 정서적 동기, 기억력 등의 변화가 어떻게 되는가를 추적하며 연구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심리학을 과학으로 공부하면 뭔가 우리 마음과 행동을 이해하는 문제들이 풀릴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일방적으로 뇌를 건드리거나 자극하는 식으로 행동과 의식의 변화를 주목해서 연구했는데, 그렇게 해봐야 인간의 마음을 역동적으로 이해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도정신치료 입문』을 펴낸 이동식 박사님께 분석을 받았지요. 많은 지도를 받으면서 불교 명상과 선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선(禪)의 정신 생리학적인 면, 즉 ‘명상과 같은 심리적 훈련을 하면 뇌에 어떤 변화가 생기고 신체에 어떤 변화가 생길까’ 하는 관심이 시작되었어요. 달라이 라마로부터 촉발된 이런 역발상의 관점이 요즘에 와서 많은 관심을 이끌어내며, 연구 활동도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미산 스님 ▷ 불교와 과학이 만날 수 있는 통로가 굉장히 많다는 생각을 해요. 뇌과학뿐 아니라, 천문학, 생태학 등 함께 공감대를 형성하며 대화할 수 있는 내용들이 많습니다. 현대 심리학이나 뇌과학과 관련하여, 전통적으로 불교는 마음에 대한 연구를 부처님 당시 때부터 깊이 있게 했어요. 상좌부불교에서는 마음을 89가지 마음, 더 세분화 하면 121가지 마음으로 분류하고, 어떤 사물을 볼 때 어떤 마음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가를 체계적으로 정리를 해놨어요. 우리의 마음 중에는 선심과 악심이 있고, 이것도 저것도 아닌 중립적 마음, 성자의 마음 등 여러 가지 마음이 있는데, 과연 마음의 속성은 무엇이며 어떤 것으로 구성되어 있는가로 분석해 내는 거죠. 그 목적은 어떤 마음이 일어날 때 그에 대한 집착을 놓게 하려는 데 있죠. 그런 점에서 마음의 문제를 현대의 과학을 비롯한 새롭게 발견되는 여러 가지 정보들과 같이 비교해서 보면 굉장히 흥미있는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장현갑 ▷ 불교와 뇌과학이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가의 접점은 달라이 라마와 과학자들의 만남에서 비롯됩니다. 1987년 10월 다람살라에서 열린 ‘마음과 생명 연구회’의 제1차 학회에서 달라이 라마 스님은 과학자들과 만나 1주일간 인지과학과 불교에 대해 대화를 나눕니다. 첫 번째 모임의 대화 결과가 ‘과학과 불교의 부드러운 만남’이라는 의미로 『Gentle Bridge』(부드러운 교량)라는 책으로 나옵니다. 이후 마음과 생명 연구회는 매년 달라이 라마와 정기적인 대담을 나누어 오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달라이 라마와 마음의 과학에 관한 대화’가 출간되고, 세 번째 나온 책이 아주 유명한데 『Healing Emotions』(감정의 치유)라는 책이에요. 이 책은 불교가 가장 이상으로 삼는 이고득락(離苦得樂), 즉 오늘날 스트레스라는 삶의 고해에 빠져있는 중생의 고통을 여의고 즐거운 세계로 가는 길잡이 역할을 합니다. ‘힐링 이모션’의 주제들은 ‘과연 마음이 몸의 병을 치료할 수 있는가’, ‘뇌와 면역계와 마음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등입니다. 이것은 오늘날 정신(psycho)-신경(neuro)-내분비(endocrine)-면역학(immunology)이라는 하나의 새로운 과학으로 탄생하고, 불교에서 던진 ‘마음이 어떻게 면역계와 암까지 치료할 수 있느냐?’를 설명해 줄 수 있는 단서가 여기서 나오게 됩니다. 의학에서 굉장히 중요한 거죠. MBSR(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마음챙김에 기반한 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을 활용해 암치료에 관한 논문들이 막 나오는데, 이것들에 근거가 있는 것입니다. 또 하나의 문제가 행복한 삶, 웰빙(wellbeing)이라는 것입니다. ‘웰빙을 위해서는 어떻게 감정 조절을 할 것인가?’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면 웰빙이 없다는 것을 논제로 삼았구요. 의료 방면에서 ‘마음챙김 명상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라는 실용적인 문제들을 토의 주제로 삼았어요. 그 후에는 ‘수면과 꿈과 죽음’이라는 것이 그 다음 컨퍼런스에서 나왔구요. 다음에 마지막에 나온 책이 『Train your mind Change your brain』(네 마음을 훈련하라, 그러면 네 뇌가 바뀔 것이다)라는 책입니다. 그리고 2005년에 불교가 과학자에게 각인되는 굉장히 중요한 일이 벌어집니다. 달라이 라마가 국제 신경과학회에서 ‘명상이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강연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것이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죠. 보통 굉장히 뛰어난 신경과학자 아니면 강연을 못하는데, 달라이 라마가 새로운 인식 세계를 연 것입니다.

미산 스님 ▷ 당시 저도 관심이 있어서 인터넷에서 찾아 봤는데, 그것이 세계의 빅뉴스로서 안티 사이트가 생겼어요. 어떻게 해서 승려가 세계적인 신경과학회에서 강연을 하느냐는 거죠. 그것은 특히 타종교 사람들에게는 기분 나쁜 일이에요. 그들이 안티 사이트를 만들어서 비난을 많이 했는데, 크게 호응을 받지 못했어요. 그만큼 명상과 뇌과학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다는 거예요.

장현갑 ▷ 불교와 과학의 만남은 명상을 심리치료 영역에 연결시켜 보자는 관심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1970년대 들어오면 소외 문제, 스트레스 문제가 극성을 부리게 되고, 심리적인 불안과 신체적인 스트레스 관련 질병이 많아집니다. 일각에서는 병원 환자의 80% 이상을 스트레스와 관련된 것으로 보고 있거든요. 스트레스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면서 전통적인 의학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압박감이 오게 됩니다. 그리하여 1975년에 허버트 벤슨이 하버드대학에서 사마타를 활용하여 이완 반응이라는 치료를 합니다. 만트라 명상을 활용하기 시작하는 거죠. 벤슨이 『Relaxation Response』(이완 반응)라는 책을 출판했는데, 38판에 40만부가 팔렸죠. 이 사람이 현대 의학의 구세주라는 말이죠. 현대 의학이 돌파하지 못한 것을 명상법을 써서 스트레스 관련 질병을 치료했습니다. 벤슨이 하버드에서 달라이 라마를 처음 초청하여 특별 강연도 열게 하고, 과학 탐사대를 조직하여 다람살라로 가서 명상을 통한 신체의 변화들을 실험합니다. 이로 인해 마음이 신체의 종속적인 지배를 받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실제적인 것이고 신체의 변화는 종속적이라고 볼 수 있는 단초가 벤슨에게서 만들어지게 된 거죠. 그리고 또 서양이 동양의 정신에 관심을 갖게 된 사건이 일어나는데, 바로 미국의 월남전 패배입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절대 질 수 없는데, 왜 졌느냐 하는 거죠. 이러한 의문에서 출발해 동양의 정신과 불교를 공부하는 계기가 된 것입니다. 이로 인해 대니얼 골먼, 카밧진, 데이비슨 등이 동양에 관한 정보를 서양에 옮기게 됩니다. 특히 카밧진은 1979년에 숭산 스님에게 사사를 받았다고 합니다. 위빠사나를 현대화시켜 8주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1979년부터 명상 치료를 시작합니다.

미산 스님 ▷ 영국에도 보니까 명상 치료 프로그램 많이 보급되어 있더라구요. 영국 보건성 지원을 받아 마크 윌리엄스라는 사람이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서양은 검증되지 않으면 국가 차원에서 지원을 안 하는데, 이는 명상 치료가 실질적인 효과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반증일 것입니다.

명상 치료 프로그램의 활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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