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당 밖의 불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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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당 밖의 불심
  • 관리자
  • 승인 2007.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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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꿈 밝은 길

내가 먹는 한 술의 보리밥이 내 몸에 피가 되고 살이 되지, 이웃집 진수성찬이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밤하늘에 아무리 아름다운 둥근달이 떠 있다한들, 먹구름이 가득 끼면 나에게는 깜깜하기가 칠흑같지 않은가? 그때 소중한 것은 내 손안에 있는 작은 등불 하나일 것이다.

진리가 아무리 좋아도 나의 것이 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법이다. 내가 익히 알고, 나름대로 소화하고, 확신이 뒷받침된 진리가 소중한 것이다. 아무리 빛나는 큰 진리가 있어도, 나의 것이 되지 않으면, 나의 삶과는 아무 관계도 의미도 없다. 매일매일의 나의 삶에 있어 구체적 지침도 제공해 주지 못하고, 때때로 내가 흔들릴 때 붙잡아 주지도 못한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내가 확신하고 있는 진리, 내 것이 된 진리이다. 그것이 아무리 작은 진리라 하더라도, 그것이 귀중한 것이다. 캄캄한 밤, 그 밤에 보름달이 소중한 것이 아니라, 내 손에 있는 작은 등불 하나가 보다 소중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진리의 크고 작음이 문제가 아니라, 내 것이 된 진리인가 아닌가가 문제인 것이다.

그런데 보통 내 것이 된 진리는 쉽게 생활 속에서 구체적 실천으로 나타난다. 진리가 이미 내 삶속에 녹아 들어와 있어 나의 삶의 일부가 되었기 때문이다. 나의 생각과 진리가 둘이 아니고 나의 생활과 진리가 둘이 아니게 된다. 자연스럽게 지행합일(知行合一)이 되고 언행일치(言行一致)가 된다.

그러나 아직 내 것이 아니 된 진리는 진리와 나의 삶이 따로 따로 겉돈다. 생활 내지 실천과 진리가 하나가 되지 못하고, 매일의 생활은 생활대로, 알고 있는 진리는 진리대로 분리, 분열되어 버린다. 한마디로 아는 것과 행(行)하는 것이 다르고, 말하는 것과 행하는 것이 달라진다.

오늘날 우리나라 종교인들의 통폐(通弊)의 하나는 생활과 진리가 합일(合一)이 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자신들이 믿는다고 생각하고 있는 진리와 자신들의 매일매일의 구체적 삶의 모습이 따로따로 놀고 있다. 각자의 종교의 세계 내지 믿음의 세계와 각자의 사회생활(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이 하나가 되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일요일날 법당 안에서는 설법을 듣고 진리에 크게 감동하나,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진리와 아무 관계없는 마음으로, 아니 오히려 비진리(非眞理)의 마음으로 살아간다. 그리고 그것을 조금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잘못되었어도 뭔가 크게 잘못된 것이다. 법당 안에서만 불심(佛心)이 생기고, 법당 밖에서는 없어지는 불심이라면, 무슨 불심이 그런 불심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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