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도반 이야기
하지만 그 기대는 그날 저녁부터 깨지기 시작했다. 저녁시간이 되자 학생들이 바글바글하게 공양간에 들어오는 것이었다. 초등학생에서 고등학생까지 거의 열 명 가까운 아이들이 절에서 살고 있었던 것이다. 열 명에 가까운 사내아이들이 절이라고 해서 조용히 지낼 리가 없었다. 어른스님들 눈치봐가며 마당에서 축구도 하고 장난도 치고 늘 시끌벅적한 활기가 넘쳤다. 오래 전부터 수덕사는 동자승이 많이 배출된 곳이다. 지금 산중의 어른스님들 대다수는 거의 십대 초반에 계를 받은 분들이다. 이런 동자승들을 절에서는 올깎이라고 한다.
정범 스님은 내가 수덕사에 입산했을 때 수덕사 동자들의 맏형이었다. 특히 총기가 있고 성적이 좋아 어른들이 홍성에 방을 얻어주어서 혼자 자취를 하며 공부하다가 주말에만 절에 들어오곤 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야기만 듣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얼굴을 익히게 되었다. 키도 크고 성격도 좋아 아이들이 잘 따를 뿐 아니라 어른들께도 예의가 발라 두루 신망을 얻고 있었다. 그래서 혹 아이들 사이에 문제가 생기면 정범 스님이 나가있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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