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육식이냐, 절제의 채식이냐
상태바
욕망의 육식이냐, 절제의 채식이냐
  • 관리자
  • 승인 2009.03.0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중특별대담 / ‘변화’의 키워드로 본 우리 불교

우리가 어떤 음식을 먹는가 하는 문제는 어떤 삶을 지향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가치관의 반영이기도 하다. 일찍이 절에서는 음식을 만들고 먹는 일까지, 도를 닦는 마음으로 행하도록 가르쳐왔다. 그리고 옛날에는 가정에서도 음식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잊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산업화되고 자본화되면서부터 음식이 탐욕의 대상이자 경제논리의 희생자로 전락해버렸다. 그와 더불어 일어난 음식 문화에 대한 신뢰 상실은 먹거리에 대한 불안을 야기시키고 있다. 그로 인해 근래 들어 채식 건강식인 사찰음식이 지대한 사회적 관심을 받고 있다. 이에 월간 「불광」에서는 그 이유와 배경을 연기론적 생명관에 근거해서 조명하며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어보려고 한다. <편집자 주>

사회 :  류지호 (월간 「불광」 주간)

대담 : 선재 스님(선재사찰음식연구원 원장), 서재영(불학연구소 선임연구원)

선재 스님 - 1980년 화성 신흥사 성일 스님을 은사로 출가하였으며, 봉녕승가대학 대교과와 중앙승가대학교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불교대학원 최고 경영자 과정을 수료했다. 불교TV ‘선재 스님의 푸른 맛, 푸른 요리’를 통해 사찰음식을 널리 알리고 보급하였다. 한국전통사찰음식보존회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선재사찰음식연구원 원장, 동국대학교 사범대학 가정학과 객원교수로 있다. 전국비구니회관과 동국대에서 정기적으로 사찰음식을 강의하고 있으며, TV방송과 전국의 사찰, 병원, 대학, 연수원 등에서도 활발한 강의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선재 스님의 사찰음식』이 있다.

서재영 - 동국대 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선의 생태철학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불교TV 제작국 PD, 동국대 강사와 연구교수 등을 거쳐 현재 조계종 불학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있다. 저서로 『선의 생태철학』 등이 있으며, 1998년부터 인터넷 포교 사이트 ‘서재영의 불교기초교리 강좌(www.buruna.org)’를 운영하고 있다.

음식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시작

류지호 ▷ 오늘의 대담 주제는 음식 문제로서, ‘욕망의 육식이냐, 절제의 채식이냐’로 잡아보았습니다. 먹거리에 관한 문제들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먹거리에 대한 양상이나 형태를 진단해보면서, 거기에 따른 불교적 대안과 실천 지침을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오늘 두 분께서 자유롭게 심층적으로 이야기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럼 먼저 왜 이렇게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으며 먹거리가 왜 중요한 것인지, 이것부터 이야기를 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선재 스님 ▷ 먹는다는 것은 세상을 바꾸는 시작입니다. 어떠한 음식을 선택해서 먹느냐에 따라서 육체적인 성장과 건강이 좌우될 수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서 불교에서는 음식이 마음 성품을 만들어주는 역할까지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음식은 사회문화적인 측면에서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어요. 음식을 대량생산하면서 여러 첨가제가 들어가게 됩니다. 그런 음식을 먹음으로써 편한 것만큼 건강을 해치게 됩니다. 이러한 음식의 산업화가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들을 양산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음식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류지호 ▷ 음식은 세상을 바꾸고 변화시키는 시작으로, 육체뿐만 아니라 마음 성품을 만들어주며, 또 하나는 사회와 연관이 깊은 사회변화의 핵심이라는 말씀인데요. 서 박사님은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서재영 ▷ 옛날에는 음식이 부족해서 문제가 됐는데, 요즘은 넘쳐나는 것이 문제입니다. 풍족한 음식에 대해 어떻게 조절하고 중도를 지킬 것인가에 대한 윤리가 아직 확립되지 못해서 비롯되는 문제 같습니다. 특히 먹는 것에 자본의 논리가 개입되면서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고 볼 수 있지요.

음식 문화의 산업화와 자본의 논리

류지호 ▷ 요즘 먹거리 양상은 어떤지 조금 더 이야기를 해보죠.

선재 스님 ▷ 요즘은 사철 언제든지 음식이 넘쳐나기 때문에 절제하지 못하고, 자연에 이치에 따라 먹지 못하기 때문에 많은 문제가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류지호 ▷ 패스트푸드와 육류 소비 문제는 어떻습니까?

서재영 ▷ 패스트푸드가 전 세계적으로 보급되면서 식육문화도 세계화된 측면이 있습니다. 패스트푸드는 육류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몇 년 전에 작은 티베트라 불리는 라닥에 간 적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해발 7,000미터 고개를 넘으면서 햄버거를 먹습니다. 히말라야 산꼭대기까지 패스트푸드가 보급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양태들이 모두 속도와 관련이 있겠죠. 밥을 먹는다는 것은 삶에서 굉장히 중요하고 핵심적인 순간인데, 현대사회는 그 순간마저도 허락하지 않는 것이죠. 그런 관점에서 바라보면 음식은 단순히 음식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의 논리가 숨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