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열치열(以熱治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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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열치열(以熱治熱)
  • 관리자
  • 승인 2008.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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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어유희[禪語遊戱]8

동산(洞山) 선사에게 어떤 납자가 물었다.

“더위가 닥쳐오니 어떻게 피하리까?”

“무엇 때문에 더위가 없는 곳으로 가지 않느냐?”

“어디가 더위 없는 곳입니까?”

아닌 게 아니라 정말 덥다. 지구온난화 덕분인지 여름을 맞는 체감온도는 해마다 더 뜨거워지는 것 같다. 하긴 본래부터 ‘삼복더위’라고 했으니 더울 때가 되어 더운 것인데 중생들은 이를 무슨 새로운 사건이라도 생긴 것처럼 해마다 별스러운 일로 받아들인다. ‘무더위’라는 낮시간대에 국한된 더위의 고전적 표현은 이제 ‘더워서 잠 못 이루는 밤’이라는 ‘열대야(熱帶夜)’로 이어졌다. 여름을 앞둔 일기예보의 으름장은 에어컨 수요를 더욱 부채질한다. 하지만 실내를 시원하게 만든 과보로 바깥기온을 더 뜨겁게 만든다는 사실은 잊고 산다. 어쨌거나 더 큰일은 더운 것보다는 더워야 할 때 제대로 덥지 않는 일일 것이다. 그건 재앙이다.

여름을 맞이하는 마음가짐에도 두 종류가 있다. 더위를 피하고자 하는 피서파(避暑派)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이열치열(以熱治熱)’을 외치는 영서파(迎署派: 더위에 맞서고자 하는 부류)도 있기 마련이다. 사실 선종 입장은 피서파가 아니라 영서파를 추구한다. 무정물인 연꽃은 더위를 즐기는 모양새다. 한참 더울 때 한반도 곳곳에서 연꽃축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더위를 이겨내는 당당한 자태는 보는 이로 하여금 더위조차 잊게 만든다. 굳이 분류하면 연꽃도 영서파에 속한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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