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사람들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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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사람들의 봄
  • 관리자
  • 승인 2008.0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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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가꾸는 마음

음력 정원 초하루가 지나고 보름달이 여위어지면 온 들녘은 봄맞이하는 풀들로 분주해졌다.

도시 생활에 찌든 나는 속으로 휘파람을 읊조리며 걸었다. 오랜만에 진 지게마저 별로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새 목처럼 생겼다하여 새매기골 이라고 불려진 골짜기에는 성급한 진달래꽃이 붉은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었다.

동네 어른들은 주로 빈 밭으로 걸어갔다. 황토 흙이라 고구마수확이 가장 많이 나던 산밭이다. 해마다 봄이 되면 땅에 걸신들린 사람들은 문중 어른들의 눈치를 피해서 손바닥만 한 빈터만 있어도 억세게 괭이질을 하였다. 하지만 이제는 아무도 산밭을 빌지 않는다.

내 앞에는 항렬상 형님뻘 되는 상수형님과 마을 요령잡이인 방죽골 할아버지 그리고 아랫마을 낯익은 사람들이 걸어간다. 얼마쯤 갔을까. 아버지의 무덤이 보일쯤 이었다. 상수형님이 “힘들지야, 오랜만에 지게질 헝께?”하고 따스한 눈길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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