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뜨락
아마 넌 눈치 챘겠지, 이 근처엔
날개가 빨간 지빠귀 새들이 드물진 않다는 걸,
흔히 볼 순 없지만 멀리서
우리가 지나가면 줄지어 비스듬히 길에서 날아오른다는 것을.
그런데 어느 날 아침, 난 백 마리도
더 되는 새들이, 백년도 더 전에
심어놓은 줄지어 선 소나무 아래에서
내가 뿌려놓은 씨앗을 쪼아 먹고 있는 걸 보았지.
거의 움직이지 않은 채 날개를 꼭 접고는,
오직 노오란 가로무늬만이
검은 몸을 가르고 있더군. 그러다가 저들이 그랬듯이
한꺼번에 모두 날아오르자 저 빠알간….
난 오래 애써왔지, 아니 그래야만 했지,
저 영혼으로부터 몸이 분리된 개똥지빠귀 새들이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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