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만남

테마에세이/ 만남

2007-12-11     관리자

  새끼 비둘기 두 마리가 날아든 것은 월요일 저녁때이다. 날아들었다기보다 날지도 못하고 이웃집 뒤란구석으로 한사코 기어드는 것을 그집 아주머니가 기를 자신이 없다고 넘겨준 것이다. 사흘동안을 아무것도 먹지않고 그렇게 어두운 곳으로만 필사적으로 엉겨들고 있었다고 한다. 도대체 무엇에 놀란 것일까.

  동네 근처에서는 비둘기 집은 커녕 나르는 그런 새를 도통 본 것 같지가 않다.그렇다면 꽤 먼 보금자리에서 어쩌다 떨어져 나온 듯 싶었으나 퍼덕이고 엉금엉금 길 줄밖에 모르는 이것들이 더구나 짝을 지은채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아무래도 아득한 수수께끼처럼만 느껴졌다.

  "보리는 먹는 거 같아요"

  아주머니가 넌지시 일러준대로 통일 밀쌀을 들이대보았으나 역시 본 척도 않고 불빛 그늘속으로만 필사적으로 머리를 들이민다. 나란히 드러난 그 애처러운 꽁무니가 마치 무작정 도회로 밤도망을 쳐온 여관방의 틴에이져 한 쌍만 같다. 비둘기는 소리에 민감하다. 강한 귀소본능 (歸巢本能) 과 함께 부르는 주인의 따뜻한 목소리에 익으면, 능히 3백리를 편지를 지닌채라도 나르는 것이다.

  한껏 목청을 가다듬고 구구구를 부르며 이튿날 새벽 작은 수수알을 들이대니까 그제야 한 놈이 입을 가져왔다. 밀이나 쌀은 너무 커서 아직 먹지 못했던 모양이다. 한쪽 날개를 기우뚱 기우뚱 퍼덕이며 손바닥을 쪼기 시작한 것은 역시 수컷이고 암컷은 끝내 주위만 뱅뱅 멤돌면서 내게 곁을 주지 않았다.

  한 치 두 치 그러다가 제법 힘차게 던져올린 털실 뭉치처럼 지붕 꼭대기까지 새들이 날아오르는 줄 알게된 뒤까지도 회갈색 빛 암컷의 부끄럼은 여전했다. 청 회색 두 날개를 활짝 펴고 수컷이 아무리 내 어깨 위에서 무어라고 불러도, 적당한 거리를 잡은 채 발치께에서만 멤돌며 모이를 쪼는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이 수컷의 터무니없는 관대한 마음이 비극을 가져왔다. 집에서 기르는 어리석은 개에게 정통으로 어깨쭉지를 물린 것이다. 제 몸의 절반도 못되는 암캐에게 기습을 당하고는 전차에 받힌 사람처럼 단박 방향감각을 잃어 버리고, 전후좌우로 제자리걸음만 치는 이 바보 개를 식구들이 덤벼들어서 힘껏 두들겨줬으나 삽시간에일어난 재변에 그저 멍청해질 따름이었다. 목부근에서 허리쪽으로 바람새는 소리가 들리는 끔찍한 두 개의 이빨자국 구멍이 뚫린 채 새는 만 하루를 허덕이다가 죽었다. 뒷 산 언덕에 구덩이를 파고 묻은 것은 그저께의 일이다. 오늘은 시중에 나가 비슷한 수컷 한마리를 사와서 대신 넣어주고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아아, 암컷 부터 먼저 길을 들여야지. 하지만 사람과의 만남도 거의 믿지 못하고 있는 지금 미물과의 이조그만 만남이 대체 대게 무슨 예조 (豫兆) 가 된다는 말인가. 느껴지는 것은 오직 뿌리없는 희미한 통증 (痛症) 뿐이다.